때는 2054년 워싱턴DC. 살인 사건이 일어날 찰나 '범죄 예방수사대' 소속 경찰들이 들이닥쳐 범인을 체포하고 인명을 구한다. 가까운 미래의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프리크 라임(Precrime)이란 시스템을 이용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현장을 덮쳐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이 같은 사전 예지 능력이 영화에서처럼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이야기일까? 이 가공할 만한 예지의 능력으로 단시간에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 아카시아... 강화도님>

■오바마 정부의 오판
2009년 여름. 오바마 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봉착했다.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노후 차량 보상 프로그램(Cash for Clunkers Program)'에 배정한 예산 10억달러가 약 일주일 만에 거의 바닥 난 것이다. 노후 차량을 폐기하고 새 차량을 구입할 경우, 정부가 대상자에게 최고 4500달러까지 지원하는 제도였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계획했을 때 정부는 사람들의 호응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을 뒤엎고 많은 사람들이 새 차를 구입했고, 의회는 부랴 부랴 20억달러의 긴급 추가 예산을 편성하기에 이르렀다.
국민 호응도가 기대 이상이어서 목표했던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었지만, 정부는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다. 언론은 정부의 정책 수립 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처음 이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일주일이면 예산이 모두 바닥 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구글이다.

■검색어로 경기를 정확히 예측한 구글
정부도 예측하지 못한 것을 구글은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까? 비밀은 바로 '검색어'다. 구글은 검색어와 그 빈도 수로 사회적 동향을 예측하는 연구를 이미 오래전 부터 진행해 왔다. 노후 차량 보상 프로그램이 발표되자 구글 검색창에는 이와 관련된 검색이 폭증했다. 구글은 이를 바탕으로 호응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개개인의 검색 패턴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수십만~수백만명의 패턴을 분석하면 전체적인 사회 집단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 과정에 고도의 수학 알고리즘이 접목된다. 수많은 이들의 사고 패턴이 모여 한 개인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예지력이 창조되는 것이다.
구글의 예측력이 또 한 번 그 빛을 발하는 사례가 얼마 전에도 있었다. 2010년 4월 초 미국 정부는 미국 경기가 석 달여 전인 2009년 4분기에 바닥을 쳤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이 결과를 발표하자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악했다. 구글은 이미 2009년 하반기에 비슷한 경기 분석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석 달이나 걸린 작업을, 구글은 해당 시점의 검색어 분석을 통해 거의 시차 없이 해낸 것이다.
구글은 소비자들의 검색 패턴을 통해 소비 행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수학 알고 리즘과 결합시킴으로써 첨단 광고 비즈니스를 창조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소비 심리와 경제 동향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업이 됐다.

■예측의 과학
트위터는 아직 아무런 이윤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도,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앞다퉈 투자 자금을 대려고 한다. 전 세계에 1억명이 넘는 사용자들의 사사로운 대화를 담고 있는 트위터가 고도의 알고리즘과 결합하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론이나 정당 지지도 등 사회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파악하는 기술적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선거 때 지지하는 후보를 구글 검색어로 검색하는 경우는 드물어도, 지지 후보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경우는 흔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대신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거나 정당 지지도를 분석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수 있다. → 이번 선거에 이미 입증... 젊은이들의 선거참가
이처럼 정보 기술과 수학 알고리즘이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융합해 '예측의 산업' 으로 재탄생했다.
비록 지금은 광고나 경기 예측 혹은 영화나 음악 추천 정도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아이패드와 같은 개인 단말기 이용이 일상화돼 일상의 족적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이 도래 했을 때는 상상을 초월한 거대 산업으로 발달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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