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A Comme Amour

2011. 10. 20. 21:36시화자료 모음

 




 

 

 


        

      모든 유랑의 끝이 그렇듯이

      마침내 다다른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타인을 향해 달려가지만

      가까스로 합해진 다음에는

      떠날 궁리를 하고,

      혼자가 되면

      또 다시 타인을 갈망하는 자...


      무엇을 갖기 위해 애쓰고

      가진 뒤부터는

      거기로부터 떠나기 위해 애쓰고

      또 그 다음에는

      돌아오기 위해 애쓰는 자...


      사십을 넘긴지가 언제인데

      이제사 비로소

      유치한 장식이 잔뜩 달린 채로

      빛이 바랜,

      청춘이라는 무거운 외출복을

      벗어 놓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은희경님의

      '비밀과 거짓말' 중에서




      * A Comme Amour(가을의 속삭임)
              
                              - Richard Clayd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