辭世頌 (사세송)
白雲買了賣淸風 = 흰 구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더니 백운매료매청충
散盡家私徹骨窮 = 살림살이가 바닥나서 뼈에 사무치게 궁색하네 산진가사철골궁
留得數間茅草屋 = 남은 건 두어칸 띠로 얽은 집 하나뿐이니 유득수간모초옥
臨別付與丙丁童 = 세상을 떠나면서 그것마져 불 속에 던지노라 임별부여병정동
- 석옥청공(石屋淸珙) -
이 글은 고려의 태고보우(太古普愚, 1301~1382) 스님에게 임제선의 법맥을 전 수한 석옥청공(石屋淸珙, 1272~1362) 스님의 세상을 하직하는 글이라는 사세송
(辭世頌)이다, 달리 말하면 그 스님의 임종게다. 석옥 스님이 임종시에 고려의 백 운경한(白雲景閑,1299~1374) 스님에게 법을 부촉하여 지은 게송으로 알려져 있
다, 이와 같이 태고 스님과 백운 스님이 모두 석옥 스님의 법을 이었기 때문에 우 리나라와는 인연이 특별히 깊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다수 스님들은 모두 임제 스
님의 법손이며 아울러 석옥 스님의 법손이기 때문이다. 한 생을 살다가 그 회향을 이렇게 해야 하리라
살림살이라고 표현하였으나 정작 살림살이라고 할 만한 것은 마음속에 전혀 없다 선도와 불법도 다 떨어져 나가고 보리와 열반마저 다 떨어져 나간 상태다,
떨어져나간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떨어져나간 그 흔적마저도 찾을 길이 없다, 추사의 세한도는 그 명함도 내지 못한다, 먼지를 쓸고 물을 뿌려서 너무 밝고 깨
끗하다, 오히려 맑고 깨끗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선인(禪人)의 마음이 극치 에 이르면 이렇게 된다.
흰 구름이 좋아보여서 그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다, 가진 것이라고는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기 맑은 바람뿐이었나보다,
그런데 그 바람은 이미 가버렸고 흰 구름마저 바람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이것이 석옥 스님의 살림살이다, 그 살림살이가 실은 바닥이 나서 뼈에 사무치게
가난하다, 남은 건 두어 칸 띠로 얽은 집 하나뿐이라고 하였다, 그 집은 무었인가, 불이 꺼지고 재가 식어 싸늘하게 된 듯한 아무 쓸모없는 깡마른 한 줌 육신이다,
그 육신 이제 이 세상 떠나니 그것마저 불 속에 던져버린다,
누군가 자신의 선의(禪意)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지난 해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금년의 가난은 정말 가난한 것이다,
지난 해에는 송곳을 꽂을 땅이 없더니 금년에는 그 송곳마저 없어졌다, 라고 하였 다, 그런데 나는 "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다, 라는 말이 너무 좋다,
천고에 빼어난 명언이다,
110702 唯 心 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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