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0. 11:18ㆍ나의 동물이야기
우리 님들 현재 제가 최근에 이사하여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애완용 성인 고양이 두 마리가 있습니다. 제 딸이 서울에서 키우다가 이 곳에 데리고 왔는데 숫컷 샴고양이와 암컷 도둑 고양이입니다.
그런데 샴고양이는 애완용으로 날 때부터 길이 들여진 상태고, 보통 고양이인 얼룩이는 태생이 도둑 고양이였는데 붙잡아서 거의 다 길이 들여진 상태이나 아직도 도둑 고양이 근성이 남아 있습니다.
이사한 아파트의 안방 앞 베란다에다 보금자리를 최신식으로 마련해주고 그간 잘 보살펴주었는데, 별 일 없이 잘 따르던 고양이에게 최근 배신을 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님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저의 아파트 베란다로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아파트의 애완용 고양이
제1편
고양이의 배신
사진 촬영 날짜: 2009년 5월 16일
- 아파트 베란다에다 마련해준 고양이집입니다. 뒷편에 변기통도 보이고 모래가 묻은 발을 털고 나오도록 상자를 놔두었습니다. 벽면을 발톱으로 하도 많이 긁어대 창문마다 두꺼운 상자를 붙여놓았네요. 바닥 청소도 가능하도록 살수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
- 이제 제집의 고양이들을 소개할 차례이군요. 고양이 너희들이 한번 소개해보거라.
"저는 써니(sunny)라고 해요. 샴고양이인데 숫컷이라서 태양(sun)처럼 활달하게 커라고 따님께서 써니라고 지어주셨어요. 전 궁중에 있는 내시나 다름없어요. 나서 얼마 안 되어 불임수술을 시켜버렸대요. 흐~ 나 못 살아."
그 녀석 자기소개 한번 길게 하네. -
- "흠! 저요. 전 레이니(rainny)예요. 이 집 따님이 비가 오는 날 저를 데리고 와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대요. 전 도둑 고양이 출신인데 붙잡아다 길을 들여버렸어요. 저도 나서 불임수술을 받아 지금까지 새끼를 한번도 못 났습니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를 끊어버려 못 마땅하거든요. 나이는 사람들로 하면 다섯 살이나 고양이로는 좀 늙은 편입니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로 자기소개를 길게도 하네요. -
- 며칠 전 밤이었습니다. 베란다에서 웬만큼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나가보았더니 두 녀석이 서로 싸우는지 눈에다 불을 켜고 있더군요. 그간 둘이 부부로 묶어 합방을 시켜주었는데 암고양이 레이니가 너무 비만이라서 매력이 떨어졌나 봅니다. 숫고양이 써니가 화가 났네요. -
- "야! 레이니야, 너 같은 애는 한 트럭 실어다 줘도 싫어. 운동 좀 해라, 운동."
" 써니 너, 싫으면 관 둬! 흥! 누가 아쉬운지 두고보자고."
"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샴의 명문가에다 족보도 거창해. 옛날 내 조상은 클레오파트라 여왕에게 안겨서 놀았어. 알아 들어?"
" 그래, 너 없으면 클레오파트라가 다 울겠다. 웃기는 소리 그만 하라고." -
- "그건 그렇고 이렇게 벽을 다 긁어놓은 게 너지? 네가 뭐 사냥할 것이 있다고 발톱을 다 갈고 앉았냐?"
어둠 속에서 써니가 눈에다 불을 켜고 추궁하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이거 긁는 것 네가 봤어?"
레이니도 오리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벽에 붙여놓은 두꺼운 박스종이는 보시다시피 걸레가 되어있더군요.
정말 어느 녀석인지 밤마다 잠 못 자게 이 두꺼운 종이를 사정없이 긁고 있더라구요. 걸리기만 하면 혼쭐을 내주려고 하는데 현행범을 잡을 수가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
- 오늘은 밖에 비도 많이 내리니 이 고양이들과 같이 놀아볼 생각입니다.
"레이니, 써니야! 자! 밥 먹자."
제 목소리에 레이니가 먼저 튀어 나옵니다. 그런데 울마누라가 이미 아침 식사를 많이 주었나 봅니다. 요즘 들어서 레이니의 배가 더 처져 있군요. 저 녀석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먹을 것만 보면 아직도 환장을 하니 큰일이네요. -
- 그래서 입가심만 하라고 먹이를 약간만 밥통에다 넣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엉뚱하게 써니가 먼저 달려와 먹기 시작합니다. 며칠 전에 서로 싸우고 충격을 받아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을까요?
"야! 써니야 맛있냐?"
"음, 먹을만 해." -
- "아이고! 못 참겠다. 다이어트는 무슨 얼어죽을 놈의 다이어트야. 역시 먹는 것이 남는 거라구."
레이니가 그새를 못 참고 달려와서 같이 먹네요. 저 녀석 저러니 살 빼긴 틀렸네요. -
- "너 조금만 먹어라. 그러다 제 명에 못 산다."
"그런 소리 하덜덜 말어. 내일 죽어도 먹고 죽는 것이 소원이야."
써니가 다소 걱정스러운 눈으로 레이니를 바라봅니다. -
- " 저~ 주인 아저씨, 혹시 누릉지 같은 거라도 남은 거 없어요? 저 요즘 입맛이 부쩍 땡기거든요."
금방 다 먹어치운 레이니가 절 바라보며 뭔가 서운한 듯한 눈초리를 보냅니다.
"야! 너 임마, 아저씨가 다 뭐야? 이 앤 도둑 고양이라서 무얼 몰라서 그래요. 앞으로는 주인님이라고 불러. 그런데 주인님, 저 애 더 이상 주지 마세요. 저 애 때문에 잠자리가 비좁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써니도 저에게 한 마디 하는 것 같습니다. -
- 이제부터는 이 녀석들이 저를 잘 따르나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물론 집고양이들은 온순하여 사람에게 기어 올라오거나 이불 속까지 파고들어오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다면 잡아도 전혀 반항하지 않아야만 하겠죠.
먼저 숫고양이인 써니를 만져보겠습니다. 집에 앉아 있는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ㅎㅎㅎ 애완용 고양이가 맞네요." -
- "아이고! 예쁜 것. 정말 기특하구나."
저는 안심하고 등을 쓰다듬으며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주인님, 살살 만져요." -
- 이번엔 암고양이 레이니가 집으로 들어갔네요. 요 녀석이 들어가면 집이 비좁아 써니가 나옵니다. 그럼 이젠 레이니를 실험해 볼 차례입니다. -
- 도둑 고양이 출신이라서 저도 지금까지 거의 만져보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이 아까부터 먹을 것 타령이라서 먹이통을 집에다 밀어넣어봤지요. 레이니가 먹을 것이 있나 쳐다보네요. 그런데 제가 빈 그릇을 넣었군요. -
- 레이니가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줄려면 맛 있는 거 가득 넣어서 주시지 이게 뭐예요?"
다소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그래도 아까 먹을 것은 조금 주었기로 또 줄 수가 없었습니다. -
- "레이니야, 너 한번 만져봐도 될까?"
저의 목소리를 듣더니 엄청 화가난 듯이 입을 떡 벌리네요.
" 먹을 것 달라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저 지금 화났단 말이에요." -
- 저는 별 일 없을 것으로 알고 레이니를 쓰다듬어주기 위해 손을 넣는 순간 레이니가 눈을 부라리며 앞발을 날쎄게 내밀어 저의 손가락을 할퀴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의 사진이 잘 찍혀나오지 못했네요.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재빨리 손을 빼며 디카의 셔터를 눌렀는데 희미하게 포효하는 레이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레이니가 집고양이가 다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배신을 당한 느낌입니다. 그간 이 녀석들에겐 정말 잘해주었는데... 제집 정원에 있는 도둑 고양이에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흐~ -
- 우리 님들께 창피스럽지만 할퀸 자국을 보여드립니다. 제가 재빨리 손을 빼서 다행히 상처는 깊지가 않았습니다. 둘째 손가락이 약 0.5cm 정도 찢어졌습니다. -
- 다른 한 곳은 발톱에 찍히기만 했군요. 약간 구멍만 날 정도의 상처입니다. 당장에 소독하고 소염제를 먹어 두었네요.
어쩐지 레이니가 요즘 신경이 날카로와진 것 같더라니 제가 그걸 모르고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
- "주인님, 많이 아프세요? 저런, 많이 다쳐서 피가 나네요."
써니가 나의 손을 보더니 이렇게 묻고 있군요.
"아니, 괜찮아. 약간 다친 것 뿐이야. 내가 너무 레이니의 생각을 못 한 것 같아 미안해."
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써니를 안심시켰습니다. -
- "레이니야, 내가 네 마음을 몰라주어 미안하다. 이젠 널 화나게 하진 않을께."
저는 다소 배신감이 들어 화가 나기도 했지만 레이니를 용서해주기로 했습니다. -
- "야! 레이니야! 너 그런다고 주인님을 할퀴어버려면 어떡하냐? 너 거기 꿇어앉아 반성 좀 해야겠다."
써니가 레이니에게 점잖게 꾸짓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
- 이제 오후 늦은 시각 다시금 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즐거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
- 레이니가 오늘 한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기로 하고 다시 레이니를 쓰다듬어 봅니다. -
- " 그래, 많이 먹어라. 이젠 더욱 서로 다정해져야지."
저는 레이니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었지요.
저의 말을 듣고 있던 써니가 저를 감격한 듯한 눈으로 바라보네요.
"주인님, 레이니가 또 할퀴면 그땐 저도 못 참아요. 제가 따끔하게 한 마디 해놓을께요." -
- 이제 저녁 무렵이 다 되었습니다. 둘이서 모두가 집 속으로 들어갔네요. 어른 고양이들이라서 집이 너무 작습니다.
"아이고! 나 죽겠네. 이런 비갯덩어리가 여기 같이 있으니 내가 못 살아, 정말."
몸의 일부가 밖으로 밀려나온 써니의 투정부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
(사진 및 스토리 구성: 고란초)
..........................................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오늘 모처럼만에 아파트의 애완용 고양이들과 좋은 시간을 가져보려고 했는데 이런 결과를 가져와 다소 서운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도 모두 착한 고양이들이니 웃으면서 용서해야지요. 제가 고양이들의 속마음을 모르는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님들께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가 즐겁게 사시길 바랍니다.
.........................................
'나의 동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둑 고양이 가족들(동영상) (0) | 2011.03.14 |
---|---|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12편(최종편) (0) | 2011.02.27 |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 11편 (0) | 2011.02.27 |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 10편 (0) | 2011.02.27 |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9편 (0) | 201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