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7. 14:26ㆍ나의 동물이야기
우리 님들 지난번 제집 정원에는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만이 남아서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집을 나간 새끼 고양이들은 어느 곳으로 가버렸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 아울러 분가한 새끼 고양이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아무튼 잘 살고 있기만 바랄 뿐입니다.
오늘은 큰 기대를 않고서 저의 빈집을 찾았습니다. 혹시 집에 남아있다면 어떻게 여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야생초와 잡초가 숲처럼 변해버린 정원에서 여러 해충들에게 얼마나 시달릴까 걱정되기도 했지요.
지금부터 저의 집에 남아있는 도둑 고양이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11편
도둑 고양이들의 여름나기
사진 촬영 날짜: 2009년 8월 4일
- 이제 장마도 물러가고 그간 장대비를 피해다니던 도둑 고양이들에겐 더없이 지내기 좋은 날씨입니다. 정원은 여러 야생화와 잡초가 우거져 풀숲을 이루고 있고 나무들도 울창하여 제법 시원합니다.
오늘은 직장의 근무가 끝나고 잠시 시간을 내어 저의 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도둑 고양이들이 집을 지키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대문을 들어서자 현관 앞에는 어미 고양이 나비와 도둑 고양이 새끼인 검둥이가 앉아 있더군요. 저도 너무 반가웠지요.
"나비야, 검둥아, 잘있었냐? 정말 오랜만이다."
그런데 어미 고양이가 오늘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나 봅니다. 아니면 잠을 자는지도 모르겠고...-
- 이젠 검둥이가 저를 맞이하는군요.
"주인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저 많이 컸죠? 좀 더 예뻐진 것 같지 않나요?"
이제 검둥이가 청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을 보니 정말 건강하게 보입니다.
"검둥아, 허허! 이 녀석 몰라보게 예뻐졌구나. 그간 집 보느라 고생했다." -
- 검둥이가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직각으로 세우고서 저에게 다가옵니다.
"주인님, 요즘 엄마 컨디션이 별로예요. 맨날 저보고 맛있는 음식 찾아오라고 그러네요."
"그래? 엄마가 좀 아픈가보다. 그간 너희들 보살피느라 힘들었을테니 말이다. 엄마에게 잘해드려라."-
- "이녀석아, 그런다고 주인님께 모두 다 일러바치면 어떡하냐? 별 일 없었다고 해야지."
"엄마가 안 되어보여서 그랬어요. 앞으로 조심할께요." -
- 저는 그간 못 먹고 지냈을 고양이들을 위해 이들이 좋아하는 새우칩 과자와 팥도너츠를 미리 사가지고 왔었지요. 먼저 새우칩을 몇 개 던져주었습니다. 이 고양이들은 특이하게도 제가 주는 음식은 즉시 받아먹지만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은 일체 먹지 않습니다. 아마도 저를 많이 믿고 따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
- "아이고, 이젠 먹는 것도 힘드네. 맛있는 거니까 네가 많이 먹어라."
"엄마, 그동안 맨날 썩어가는 것만 드셨잖아요. 제가 가져온 건 사람들이 먹고 버린 음식들이라 곰팡이 끼고 썩은 냄새가 펄펄나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 -
- "저도 한 개, 엄마도 한 개. 서로 사이좋게 나눠먹어요."
"녀석도 참, 엄마를 많이 생각해줘서 고맙다." -
- 저는 어미 고양이 나비가 다소 측은해보여 팥도너츠를 한 개 던져주었지요. 어미도 이제 많이 늙었나 봅니다. 제 집에서 산지가 5년이 넘었으니까요. 먹는 것도 힘겨워하네요.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
- 제 집 정원엔 유별나게 해충들이 많이 삽니다. 은신처가 많아서인지 여름만 되면 주위의 모기들까지 모두 몰려와 애를 먹이지요.
어느 여름밤이었습니다. 밤에 잠을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앵~ 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오더군요. 그러더니만 갑자기 그 소리가 그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몸 어딘가에 착지한 것이 분명합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온몸 비틀기, 발광 생쇼가 시작되었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서 기어이 그 놈을 잡으려고 아둥바둥. 결국 벽에 붙은 배가 뻘겋게 통통해진 모기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니 흡혈귀처럼 붉은 피가 튀더라구요. 저를 불면에 시달리게 했던 죄에 대한 복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기들이 자그마치 7마리나 검둥이 머리에 집중적으로 앉았네요. 저에게도 몇 마리 날아왔었는데 모기약을 뿌려서 모두 죽게 만들었지요. 검둥이는 먹는데 정신을 놓아 모기가 앉은 것도 모르나 봅니다.
'너, 조금 있으면 참기 힘들거야. 물리면 엄청 가렵거든.' -
- "아이고, 가려워라."
아니나다를가 검둥이가 뒷다리로 머리를 긁느라 정신이 없네요.
'ㅋㅋ 그거 봐라. 이 집에서 살려면 항상 모기를 조심해야 해.' -
- "주인님께선 모기약 뿌려서 많이 죽이셨지만 난 이 집 모기들에게 원수 진 일도 없는데 왜 나만 물지? 모기 물린덴 침 바르는 게 최고야." -
- "정말 많이 가렵네. 오늘 밤 이 집에서 잠자려면 정말 힘들겠어. 주인님께서 모기장 안 쳐주시려나??" -
- "주인님 저 모기들 좀 쫓아주세요. 아님 제 몸에다 모기 기피제를 좀 뿌려주시던가..."
검둥이가 모기들에게 혼이 났나 봅니다. 저에게 정식으로 항의하는 것 같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모기 기피제 뿌려서 모두 쫓아줄께' -
- 이제 주위가 많이 어두워져 집을 떠나야겠습니다. 고양이들이 다소 힘들게 여름을 나고 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보여 다행입니다.
"주인님, 안녕히 가세요. 엄마는 제가 잘 돌볼께요."
검둥이가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검둥아, 잘있어라. 엄마 말도 잘 듣고 엄마 많이 편하게 해드려야 한다."
저도 마음 속으로 어미 고양이 나비가 더욱 건강해지길 바랐고, 안쓰러워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
(사진 및 스토리 구성: 고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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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사람이나 일반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여름나기는 모두 힘드나 봅니다. 날씨도 그렇고 여러 해충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니까 말입니다. 그래서그런지 여름철엔 뜻하지 않게 불행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는 도둑 고양이들이 식중독에 걸려 죽지나 않을가 걱정입니다. 썩은 음식만 먹고 있으니까요.
우리 님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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