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7. 12:41ㆍ나의 동물이야기
우리 님들 도둑 고양이 새끼들이 거의 청소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한동안 안 찾아봤더니만 몰라보게 컸더군요. 이 정도로 성장하면 대부분 분가하여 집을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왠일인지 한 마리도 안 나가고 모두 제집에 눌러앉았습니다.
그러니 어미도 다시 새로운 새끼를 가질 생각을 않고 있는 것만 같네요. 제가 없는 동안 음식쓰레기를 얼마나 많이 뒤졌는지 과자나 빵을 싼 빈 봉지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더군요. 이러다간 집을 온통 쓰레기장으로 만들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오후에 시간을 내어 난실도 살펴볼 겸 도둑 고양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이제 어떤 일들이 생길까요? 지금부터 저의 집에 있는 도둑 고양이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9편
눌러앉은 도둑 고양이 새끼들
사진 촬영 날짜: 2009년 6월 27일
- 제가 저의 빈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경이었습니다. 집 뒤편에 있는 옆집 담밑에는 어미와 새끼 고양이들이 어울려 한창 낮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조용히 접근을 했지요. 어미는 인기척에 크게 하품을 하고 일어나려고 하네요. -
- "흰둥아, 너 무슨 소리 못 들었냐? 분명히 사람 소리 같은데..."
어미가 단잠을 깼는지 옆에서 자고 있던 흰둥이에게 묻습니다.
"엄마, 전 자느라고 못 들었는데요." -
- "분명히 누군가가 온 것 같은데... 누구지?"
어미의 소리에 놀라 근처에서 자고있던 얼룩이도 나와서 두리번거립니다.
"엄마, 혹시 잘못 들으신 거 아네요?"
흰둥이의 말에 얼룩이도 한 마디 하네요.
"흰둥아, 나도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 데..." -
- "애들아! 모두 모여봐라. 누가 왔는지 잘 살펴봐."
어미의 말에 얼룩이가 두리번거리는데 제가 있는 곳을 못 본 것만 같네요. 오히려 반대측을 보는 것 같습니다.
"엄마, 아무리 봐도 아무도 안 보이는데요. 요사이 이 집엔 아무도 안 찾아왔잖아요." -
- "나비야! 나 왔다. 그동안 잘있었냐?"
저는 뒷편에 숨어있다가 드디어 한 마디 하고 말았습니다. 도둑 고양이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 검둥이가 불쑥 달려나오더니 소리가 들리는 곳을 유심하게 바라봅니다.
"엄마, 주인님께서 오셨나봐요." -
- "뭣이라고? 주인님께서 오셨다고? 네가 지금 한가하게 누워있을 때가 아니지."
어미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섭니다. 그러자 노랭이가 한 마디 하네요.
"엄마 그럼 우리는 어떡해요?"
"날 따라오든가 너희들끼리 놀든가 알아서 해."-
- "주인님 오셨어요? 저도 정말 보고 싶었는데..."
"나도 나비가 보고 싶어서 왔지. 애들도 모두 건강하지?"
"네, 그간 제가 잘 키웠거든요." -
- "주인님, 제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절 따라오세요."
허허허! 이 녀석 완전히 주인 행세를 하는군요. 그간 집을 자주 찾지 않아서 그런지 온갖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야생화들과 어울려 풀 숲을 이루고 있네요. 쑥들이 제거를 안했더니만 신나게 커버렸습니다. -
- 현관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슨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널려있을까요?
"나비야, 너 음식쓰레기통 많이 뒤졌나보다. 그렇지?"
"주인님,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치우지 못해서 죄송해요." -
- 저는 우선 새끼들이 배가 고플까봐 준비해간 알새우칩 과자를 몇 개 던져주었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도둑 고양이 새끼들이 모여듭니다. 흰둥이가 제일 먼저 달려나와 먹기 시작하고 어미는 쳐다보고만 있네요. 어미도 배가 무척 고팠을 것 같은데 새끼들에게 먼저 양보합니다. -
- 다음으로 노랭이도 냄새를 맡아가며 먹이에게 달려들고 있네요.
"흠~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새우칩이네. 신선하고 맛이 기가막힐 것 같아. 엄마는 맨날 쉰내 풀풀나는 음식들만 가져다주셨는데..." -
- 어미는 자신은 먹지않고 부지런히 물어다가 새끼들에게 던져줍니다.
"엄마 나도 한 입만 주세요."
"저두요." -
아무래도 더 많이 주어야만 할 것 같네요. 그간 제대로 먹지 못해 제 정신들이 아닙니다. 새우칩을 몇 개 또 던져주었습니다. -
- 허! 이런 그간 나와서 먹은 적이 거의 없는 얼룩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음식 냄새에 제 정신들이 아닌 것만 같네요. -
- 제일 늦게 검둥이도 달려나오더니 먹을 것을 찾습니다.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서 왔는데 왜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빨리 와야지. 다른 애들이 다 먹어버렸나보다."
잠시 저는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집안 일도 좀 보고서 다시 밖으로 나와봤습니다. -
- "주인님, 저도 좀 주세요. 애들 먹이느라 전 하나도 못 먹었단 말예요."
현관 문을 열자마자 어미 고양이 나비가 크게 울부짖으며 저에게 애원하는 것 같습니다.
"아차! 내 그걸 깜빡했구나. 미안하다, 나비야. 잠시만 기다려. 맛있는 거 많이 줄께." -
- "야유~ 맛있어. 정말 입안에서 살살 녹네요."
"엄마, 그런다고 너무 급히 드시면 채해요."
"녀석도, 별 걸 다 걱정하네. 너희들도 먹어라." -
- 음식 욕심은 지금도 흰둥이가 가장 많은 것 같네요.
"야, 흰둥아! 너 혼자 또 다 먹으려고 하지. 나눠먹자."
"네 맘대로 해." -
- "히히! 드디어 하나 얻었네. 아껴 먹어야지." -
- "흠흠~ 이 고소한 냄새. 정말 맛있게 보여." -
- 얼룩이가 너무 급하게 먹었나 봅니다. 그만 목에 걸렸군요.
"아이고! 나 죽겠네. 누구 나 좀 살려줘."
"바보같이 누가 뺏어가는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삼키니 그렇지. 가서 물이나 좀 마셔봐."
흰둥이가 다소 충고 섞인 소리를 하는 것 같네요. -
- "나도 급히 먹다가 목에 걸렸어."
검둥이와 얼룩이가 사이좋게 물을 마시네요. -
이제 먹을 만큼 먹었고 검둥이가 슬슬 재롱을 피울 준비를 합니다.
"엄마, 나 묘기 부릴 줄 아는데 한번 보실래요?"
"그게 뭔데?"
"보시면 알아요." -
- "자! 어때요? 저도 주인님처럼 서서 담배 피울 수 있어요. 제 폼이 주인님 같죠?"
제가 전에 피고 버린 담배 꽁초를 주워들더니만 정말로 두 발로 서서 앞발로 담배를 쥐고는 입에다 뭅니다.
'허허! 녀석도 언제 저런 걸 눈여겨 봤을까? 별 쇼를 다 보겠네. -
- 이번엔 노랭이가 어미가 먹는 음식을 뺏어서 먹고 있네요. -
- "너, 너무 급하게 먹으면 제 명에 못 살아."
"저거 새우칩이 맛은 기막힌데 목에 잘 걸려. 잘 씹어서 먹어야 해." -
- 노랭이 녀석 그래도 한입에 다 들어가네요.
'너 그러다가 목에 걸린다니까.' -
- 결국 목에 걸려 물을 찾으러 갑니다. 얼마나 급하게 갔는지 머위대를 부러뜨려놓았네요.
"ㅋㅋ 너 그럴 줄 알았어."
검둥이와 얼룩이가 고소한 듯 바라보고 있네요. -
- 이번엔 흰둥이 녀석이 정신없이 먹어댑니다. 워낙 음식에만 정신을 팔려 이렇게 가까이 접근해도 꿈쩍도 않습니다. -
- 그렇다면 한번 건들여봐야겠네요. 그간 도둑 고양이들이라서 거의 만져볼 수가 없었으니 이제 한번 실험이라도 해봐야죠. 손을 길게 뻗어 허리 부위를 만졌습니다. -
- "아이고! 깜짝이야. 캑캑! 엄마! 나 목 걸렸어. 숨이 막혀요. 좀 빼주세요."
결국 이 녀석도 물을 마시고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런 이후 한동안 난실 일을 보고나서 다시금 현관 쪽으로 나와봤습니다. -
- 현관문을 반쯤 열어두고 현관 입구에 서서 보고 있었더니만 아니, 이게 누구 머린가?
검둥이가 살그머니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뒤로 물러나주었지요. -
- 허, 이녀석 좀 보게. 마치 자기 집처럼 현관 안까지 들어와 돌아다니네요.
"검둥아, 이리 와봐."
저의 목소리를 듣자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갔는데 검둥이가 어디로 갔을까요? -
- 바로 현관 입구에 앉아있습니다. 저와 친근해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검둥이를 만져도 별 문제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오랫동안 만져보지 못했는데 괜찮은지 한번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 저의 손이 검둥이를 향해 점점 다가갑니다. 바로 눈앞까지 접근해도 그대로 앉아 있군요. 다른 도둑 고양이라면 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검둥이의 진지한 눈망울도 은근히 저와 교감나누길 원하는 것만 같군요, -
- 드디어 손끝이 머리에 닿았고, 저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요. 우리 님들 드디어 성공입니다. 뒤에 앉은 노랭이가 오히려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
- "주인님, 감사합니다. 저희들에게 맛있는 것도 주시고 사랑으로 보살펴주시니 저도 주인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검둥이가 감동어린 눈으로 절 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 검둥아. 날 잘 따라줘서 고맙다. 내가 이 집에 오래 살 수만 있다면 너희 가족들 모두에게 잘해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을텐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정말 미안할 뿐이야. 그래도 마음만은 항상 너희들 곁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해.' -
-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져 갑니다. 오늘은 많은 시간을 어미와 도둑 고양이 새끼들과 같이 했었습니다. 이제 고양이들도 충분히 먹었으니 잠을 잘 시간인 것 같네요. 눈을 감은 얼룩이 옆으로 검둥이도 다가가 앉습니다. -
- 잠시 후에 나가보니 흰둥이, 얼룩이, 검둥이 모두가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
- 저는 이제 집을 떠나려고 합니다. 새끼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있다는 것도 확인이 되었고, 한 마리도 분가하지 않았으니 모두 저의 집에 눌러앉을 것만 같습니다. -
- 저는 그냥 평온하게 잠잘 수 있도록 조용히 집을 떠나주어야만 되겠습니다. 어미 고양이 나비가 새끼들과 같이 사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여 그 행복을 깨고 싶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나비야, 너만 좋다면 너의 새끼들과 언제까지라도 이 집에서 살려므나.' -
(사진 및 스토리 구성: 고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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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도 도둑 고양이 새끼들과 이렇게 기분좋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모두 떠나갔을 것으로 예상했었거든요. 자주 만나주지 않으면 즉시 외면하는 것이 고양이들인데 저의 생각이 다소 틀린 것만 같습니다. 저도 이 고양이들을 언제까지라도 만나보고 싶지만 어찌될 지는 좀 더 두고봐야만 하겠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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