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7편

2011. 2. 27. 12:18나의 동물이야기

 우리 님들 이제 도둑 고양이 새끼들은 자유자제로 돌아다닙니다. 아직은 한 마리도 집을 떠나진 않았지만 정원을 놀이터 삼아 즐겁게 지내고 있더군요.
 이제 젖을 완전히 떼었는지 스스로 먹을 음식을 구하러 나가기도 합니다. 거의 분가할 준비는 다 된 것만 같군요.
 어미는 다시 새로운 새끼를 가질 모양입니다. 지난번 소개했던 노랭이 아빠가 수시로 다니고 있더군요. 기회를 노리려고 배회하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아직은 툇자를 맞더군요. 어미는 새끼들을 완전히 분가시킨 후에 새끼를 가지려고 할 것입니다.
 도둑 고양이 새끼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 강해져 숨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나타나도 경계심이 강하여 잘 나타나지 않고 있네요. 오늘은 근무 후에 예고도 없이 고양이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저의 빈 집에 있는 도둑 고양이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7편



                                                       


                         정원은 도둑 고양이 새끼들의 놀이터  







                                                                                             사진 촬영 날짜: 2009년 6월 8일





- 제가 집을 방문한 것은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도둑 고양이 어미와 함께 새끼 고양이들이 현관 앞 잔디밭에서 놀고 있습니다. 검둥이, 흰둥이, 노랭이가 보이고 있네요.-


- 얼룩이가 안 보여 무슨 일이 있었나 했더니만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뒤로 밀어내기 한판을 벌리고 있었네요. 다행히 새끼들의 건강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것만 같습니다. -


- 이 무렵 지난번에 소개했던 노랭이의 아빠로 보이는 숫고양이가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어미와 새끼들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간에 자주 왔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마도 도둑 고양이 어미의 발정 사실을 눈치채고 있나 봅니다. 그러니 기회만 보고 있지요.
 "여보 마누라, 새끼들 빨리 내보내고 이리 오시게. 오늘 하루 종일 여기서 기다렸어. 나 안 보고 싶어? 난 오늘을 위해 그동안 체력보강을 엄청 해놓았는데... 여보 마누라, 내 불타는 눈을 좀 봐! 이게 당신을 향한 일편단심이야."


- 제가 모습을 드러내자 순식간에 도둑 고양이 새끼들이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지며 정원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아마도 경계심이 발동한 탓이겠지요.
 "야! 검둥아, 머리 더 숙여. 저 사람이 널 보겠어."
 "엎드리면 안 보일거야. 요즘 들어 조용하더니만 왠 사람이야?"
 노랭이와 검둥이가 약모밀밭으로 숨으며 마치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 것만 같습니다. -

  

- "너희들 둘이 같이 있으면 금방 탄로나. 나 같이 이렇게 숨어야 안 보이지."
 흰둥이 녀석 눈에 더 잘 띄는 곳에 앉았네요.더 깨끗한 곳에 앉는다고 보도 블럭 위에 있으니 약간 미련한 것도 같고... -


- 얼룩이는 아예 풀 속으로 숨어버렸군요. 머리만 내놓고 있습니다. 겁이 제일 많더니만 숨는 것도 제일 잘 숨는 것 같군요. 그런데 앞에 있는 것은 어미 같은데 어미 품속으로 들어가 버렸네요. ㅋㅋ-
  


- 아무래도 오늘은 새끼들 상면하긴 틀렸나 봅니다. 어미 고양이나 불러내야 할 것 같네요.
 "나비야, 이리 와봐. 나 왔다."
 그러자 어미 고양이 나비가 즉시 저에게 달려옵니다.
 "주인님, 오셨어요. 저도 엄청 보고 싶었는데..."
 저는 어미 고양이를 쓰다듬어 주면서 긴장을 풀게 만듭니다. -


- "나비야, 나도 네가 많이 보고 싶었어. 그간 잘 있었냐?"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는 허리 부분을 쓰다듬어 주면 즉시 꼬리를 수직으로 치켜세웁니다. 어미 도둑 고양이가 기분이 좋은 듯 골골 소리를 내더니만 꼬리가 직각으로 올라가네요. 그러더니 절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님께서 오시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애들은 제가 잘 키워놨습니다. 아직은 겁들이 많아 주인님을 못 알아보는 것 같아요." -


- "저거 고양이 맞아? 에이! 신경질 나. 나보다 이 집 주인을 더 좋아하네."
 노랭이 아빠로 보이는 바람둥이 녀석이 담벼락 위로 올라가 저와 어미 고양이의 해후를 못 마땅한 듯 내려다 봅니다. 그러더니만 한 소리 덧붙이고 있네요.
 "저런 걸 마누라로 생각했다니 나도 정말 한심한 놈이야. 애효~ 이거 나의 불타는 눈이 서서히 식어만 가네. 아마도 한 쪽은 꺼진 것만 같고..." -


- "나비야, 저 녀석이 널 너무 좋아하나 보다. 한번 만나주지 그러냐?"
  "주인님, 저 놈은 진짜 바람둥이예요. 지난번 새끼 가질 때 저도 멋모르고 몇 번 만났는데 자기 욕심만 실컷 채우고는 다른 놈에게 핑하니 가버렸어요. 야! 너, 빨리 썩 못 꺼져? 내가 널 만나줄 줄 알고... 에라! 너 혼자서 엿이나 먹어라." 
 어미 고양이가 혀까지 낼름거리며 약을 올리더군요. -


- "오늘은 내 곱게 간다만 누가 아쉬운지 두고 보자. 에이! 신경질나게 오늘 하루 종일 헛짓거리했네. 좋은 말할 때 냉수나 마시러 가야지. 그럼 마누라, 나 가네. 나의 이 불타는 두 눈 꼭 기억해둬." -



- "야, 얼룩아! 너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냐? 뭐가 불이 탄다고?"
  "노랭아, 네 아빠의 두 눈깔이 불에 탄단다."
  "그럼 아빠가 날 못 보게."
  "못 보면 어때? 엄마가 싫어하니까 괜찮아." -
 


- "이게 도대체 뭔 소리여? 무슨 놈의 쥐새끼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남이야 불타 죽던 말던... 오라는 우리 아빠는 안 오고 엉뚱한 노랭이 아저씨만 맨날 와서 이 난리야, 정말." -


- "나비야! 애들아, 맛있는 알새우칩인데 한번 먹어볼래."
 아무래도 새끼들을 유인하려면 미끼가 필요할 것 같아 준비해 간 알새우칩 과자를 현관 앞에다 뿌려두었습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나더군요. 어미 고양이와 먹을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검둥이가 재빨리 달려나옵니다. -
 


- "검둥아, 맛있냐?"
 노랭이가 겁이 나는지 나올 생각을 않고 검둥이에게 묻고 있군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입에서 살살 녹는다, 녹아." -


- 제가 현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노랭이가 무엇 빠져라 도망갑니다. 그런데도 검둥이는 먹을 것 타령이네요.
 "엄마, 이런 것 좀 가져다 주시지. 맨날 못 먹는 뼈다귀만 물고 오세요."
 "이 녀석 되게 말이 많네. 네가 맛있는 것은 다 먹었잖아." -


- 이번엔 알새우칩을 몇 개 던져두고 현관문을 절반만 열고서 내다보았습니다. 예상대로 노랭이가 즉시 달려나와 주워먹고 있네요.
 "엄마, 전 이게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거든요." -
  


- "엄마랑 다른 애들 다섯이 먹다가 넷이 죽어도 모르는 이 맛... 흠야, 흠야."
  "적당히 씹어서 먹어라. 급하게 먹으면 체해." - 


- 흰둥이가 모처럼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이 녀석도 수줍음이 많아서 얼굴을 잘 안 내미는데... 그러더니만 다소 의심스러운 눈으로 어미를 바라보며 이렇게 묻습니다.
 "엄마, 그거 맛있는 거예요? 사람이 주는 건 먹지 말라고 하셔놓고..."
 "이건 주인님께서 주시는 특식이야. 다음엔 먹고 싶어도 못 먹어." -


- 어느새 나타났는지 노랭이가 흰둥이를 견제하네요.
 "야! 안돼. 너 이거 먹으면 배탈나서 죽어. 그러니까 먹지 마. 알았어?" -


- 그 동안 검둥이는 실컷 먹었는지 목이 타나 봅니다.
 "마른 걸 너무 많이 먹었더니만 물이 땡기네. 와! 언제 주인님께서 이렇게 깨끗한 물을 떠다 놓으셨을까?" -



- "어~ 우, 살 맛 난다. 오늘은 꼭 내 생일 같기만 하네."
 저는 원대로 먹으라고 알새우칩을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그래도 새끼 고양이들이 이렇게 잘 먹어주어서 기분이 좋군요. -


- "이런 날이 또 오진 않을 거니 많이 먹어야지."
 오늘은 검둥이 날이군요. 거의 혼자서 다 먹어치웁니다. 얼룩이는 어디에 숨었는지 코빼기도 안 비치네요. -


- 주변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더 오래 있고 싶지만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나비야, 나 이제 가야할 모양이다."
 나의 목소리에 어미와 검둥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


- "애들아 잘 있거라. 검둥이 너도 잘있어.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알았지?" -



- "얼룩이 너는 정말 얼굴 보기 힘들구나. 그래도 건강해서 다행이다."
  "주인님, 전 지금 새를 잡으려고 하거든요. 여기 바로 위에 한 마리 앉았어요."
 얼룩이는 작은 새에 더 관심이 많나 봅니다. 그녀석 참, 허허허! -


- "자! 나 간다. 다음에 또 보자."
 저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떠나려고 합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너무나 건강해져서 정말 기쁩니다. 물론 어미 고양이가 그간 잘 키워서 그랬겠지만 말입니다. -


- 이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어미 고양이와 교감을 나누고 가야겠습니다.
 "나비야, 내 손끝에다 입을 맞춰볼래?"
 나의 말에 어미 고양이가 입을 맞춰줍니다.
 "주인님 정말 고맙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새끼들이 독립해서 나갈 것 같아요. 그 동안이라도 잘 키울께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주인님."
 저는 어미 고양이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주고 나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리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할까요?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예쁜 고양이 새끼들을 만나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뒤에 남겨진 새끼들을 몇 번씩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다가 결국 집을 나오고 말았습니다.





                                                 (사진 및 스토리 구성: 고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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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오늘은 예고없는 방문이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건강히 잘 있었다는데 대만족이었습니다. 도둑 고양이 새끼들은 더 이상 만져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차라리 만지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네요. 새끼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그게 바람직하니까요.
 어미 고양이는 그래도 저를 많이 따르고 있고 또다시 새끼를 낳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만 같습니다.
 이제 정원의 도둑 고양이도 거의 종착역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이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어찌 될 지는 두고 봐야 되겠네요.
  우리 님들 모두 항상 사랑을 베풀면서 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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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락산성 2009.06.10  16:58 

연극 씨나리오를 읽은 기분입니다.ㅎㅎ
저가 보기엔 아무레도 도둑고양이가 아니고 집고양이 후손 같습니다.
도둑 고양이는 절대로 사람접근이 안되던대...ㅎㅎㅎ
오늘밤은 산악회 모임이 있어서 나갑니다.
수요일 남은시간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고란초 2009.06.11  12:22 

산성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둑 고양이 이야긴 먼저 사진을 찍고 제가 구상하는 씨나리오에 맞춰 사진을 배열하고서 설명을 그럴듯하게 답니다.
그러니 마치 동화나 연극 씨나리오처럼 보이겠지요.ㅎㅎ
어미는 거의 집고양이에 가깝지요. 제가 오랫동안 길을 들였으니 말입니다.
이 고양이만 저를 잘 따르고 나머지는 거의 따르지 않습니다.
이번 새끼 고양이들도 처음엔 잘 따르는듯 했으나 자주 만나지 못하니 다시 도둑고양이로 바뀌더군요.
하지만 어미든 새끼든 모두가 도둑 고양이 출신들은 맞습니다.
산성님, 나중에 도둑 고양이 새끼를 한 마리 잡아서 길을 들여보세요. 재미있더군요.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조우커 2009.06.11  05:59 

도둑 고양이 새끼들이 제법 많이 컸습니다.
한마리도 죽지않고 모두 건강하게 잘 자란게 모두다
고란초님의 동물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어미가 잘
키웠나 봅니다.
고란초님이 어미 허리를 쓰담아 주니까 노랭이 아빠가
질투에 찬 두눈으로 빛을 번쩍이며 처다보고 있네요 ㅋ

새끼들 모두다가 예쁘고 귀엽지만 전 검둥이가 제일 맘에 듭니다..
어미곁을 떠나 분가해도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줬스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잘보았습니다. 항상 건강 하십시요^^

 고란초 2009.06.11  15:05 

조우커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양이는 크다가 거의 절반은 죽더군요.
병에 걸리기도 하고, 사고로 죽기도 하고...
그런데도 모두가 건강하게 잘 사니 저도 기쁘지요.
요즘은 도둑 고양이가 너무 많이 퍼져 잡아죽이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새끼들을 몰살시키기도 하고 큰 고양이는 약에 쓴다고 잡아죽이고...
물론 사람에게 해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 살아있는 생명이고 이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
저는 차마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길을 들여 길러보는 것이지요.
고양이 새끼들도 매우 예쁜 것들이 많아요.
제가 오랫동안 저 집에서 같이 살 수만 있다면 다 길을 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둑 고양이로 사는 것도 타고난 운명이지요.
조우커님, 항상 행복하시길 빕니다.

 화석 2009.06.15  12:01 

이렇게 한편씩 읽는 즐거움을 주시어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위에 한편은 저도 꼬불쳐 두고 내일 읽어야지요 ㅎ

 고란초 2009.06.16  22:56 

화석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둑 고양이 이야기가 그런대로 흥미로우셨나요?
글도 아껴서 읽으시는군요.ㅎㅎㅎ
화석님도 정말 못말리겠네요. ㅋㅋ 글을 다 꼬불쳐두실 줄도 아시고...
사실은 이런 글은 상당히 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보시면 쉽게 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진 찍기가 가장 힘들고,
사진에 맞는 시나리오를 항상 머릿속에 두고 있어야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화석님,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