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7. 14:17ㆍ나의 동물이야기
우리 님들 오랜만에 저의 집을 들렀는데 이제 도둑 고양이 새끼들이 대부분 분가해버려 집을 떠나고 검둥이 한 마리만 어미를 따라다니고 있더군요.
오늘은 오후에 차분히 시간을 내어 도둑 고양이 새끼들을 만나보려고 했는데 너무나도 서운했습니다. 거의 3주만에 갔으니 그간 자주 들러보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었던 것 같고, 어미가 다시 새끼를 가지려고 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였을 것 같네요.
집을 나간 도둑 고양이 새끼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새끼들끼리 어울려 다니고 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집에 있는 도둑 고양이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정원의 도둑 고양이
제10편
분가하는 도둑 고양이 새끼들
사진 촬영 날짜: 2009년 7월 19일
- 실로 오랜만에 저의 단독주택을 들러보았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고양이들이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모두 다 집을 떠난 것이 아닐까? 다소 걱정이 되어 집의 뒷편으로 가보았습니다. 바로 여기에 있었군요. 뒷담 위엔 어미 고양이와 검둥이가 올라가 있더군요. 저는 집의 벽쪽으로 몸을 숨기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검둥아! 빨리 따라와. 너도 싫으면 나가든지..." -
- 이게 누군가? 아! 참, 바람둥이 숫고양이네요.
"여보! 마누라, 그 검둥이 우리 새끼도 아닌데 가라고 내버려두고 이리 오시게. 오늘을 위해 매일같이 체력보강을 해두었어." -
- 노랭이 아빠(?)의 소리를 듣자 검둥이가 달려와 어미 품속으로 파고듭니다.
"엄마, 난 저 아저씨가 무서워. 나를 해칠 것만 같단 말이에요."
"애야, 걱정마라. 흥! 지금도 꼴값은 여전해. 네가 바람둥이니까 너 닮은 내 새끼들이 바람이 나서 모두 다 나가버렸단 말야. 이 애는 정말 순하다고. 엄마 말도 잘 듣고..." -
- "엄마, 혹시 저 아저씰 좋아하세요? 매일 같이 따라다니던데..."
"난 사실 네 아빠를 제일 좋아했거든.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만날 수가 없구나."
"저두 보고 싶어요. 엄마 따라다니면서 꼭 만나볼래요."
뒷담 위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미 고양이에게 저의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것 같네요. -
- "나비야, 오랜만이다. 그간 잘 있었냐?"
저의 목소리가 나자마자 뒷담에서 쏜살같이 뛰어옵니다. 그 뒤에 검둥이도 같이 따라오는군요.
"주인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어미 고양이는 지금도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네요. 그런데 검둥이는 제가 다소 낯설게 보이나 봅니다. 따라오더니만 화단으로 급히 몸을 숨기네요. -
- "주인님,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제 새끼들도 많이 기다렸는데... 검둥이만 빼고 지금은 모두 집을 나가버렸네요."
"나비야, 미안하다. 자주 온다는 게 쉽진 않구나. 새끼들이 대부분 나가버려 좀 서운하지?"
"괜찮아요. 과거에 새끼들도 크면 다 나갔잖아요. 저 앤 아빠를 만나기 전까진 안 나가겠다면서 저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어요."
어미 고양이 나비가 다소 서운했던 모양이네요. 그래도 오히려 뿌듯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잘 키워서 대부분 독립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 "나비야, 그간 못 먹었지? 조금만 기다려라. 내 맛있는 거 사올테니까."
저는 그래도 다행으로 여기고 이 고양이들이 잘 먹는 새우칩 과자와 팥도너츠를 사왔습니다. 제가 다시 나타나자 어미와 검둥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봅니다. -
- 알새우칩 과자를 몇 개 던져주자 검둥이가 멈칫하네요. 그간 썩어가는 음식 쓰레기만 먹다가 이런 것을 보니 이상한가 봅니다. -
- "주인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어미 고양이가 먼저 먹기 시작합니다. 검둥이는 도둑 고양이 행세를 하며 돌아다녀서인지 선뜻 사람이 주는 음식을 먹지 않네요. 그 전엔 잘 먹던데 오랜만이라서 적응이 잘 안 되었을까요? -
- "애야, 너도 먹어라. 주인님께선 좋은 음식만 주셔. 전에도 먹었잖아."
어미 고양이의 말에 한동안 그 주위만을 서성거리다간 부지런히 먹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기분이 좋아 먹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두 떠나고 혼자만 남아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는 없겠지요. -
- 순식간에 몇 개를 먹더니만 목이 막히는지 물부터 찾습니다. 저는 고양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많은 새우칩을 던져두고서 난실로 올라가 전체 난에다 물을 흠뻑 주고 해질 무렵에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동안 배가 불렀는지 정원에서 어미와 검둥이가 낮잠에 빠져있더군요. -
- 제가 다시 모습을 보이자 어미 고양이 나비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한 마디 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님, 전 항상 주인님 곁에 있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될까요? 도둑 고양이로 살기도 이젠 지겨워졌어요."
'아! 나비에게 뭐라고 답변을 해주어야 할까?'
저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옴을 느꼈습니다. -
- 저는 어미 고양이가 안쓰러워 몇 번씩이나 쓰다듬어 주었지요.
'나비야, 난 네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아파트엔 네가 설 자리가 없을 거야. 이미 애완용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거든. 그리고 그 곳은 여기처럼 자유롭지가 못하다구. 마치 철창에 갇혀서 사는 것만 같을 걸. 넌 답답해서 하루도 살기가 힘들거야. 그러니 날 보고 싶더라도 참고 여기서 마음 편하게 살아라.'
저의 속마음을 나비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이해할 수 있을는지... -
- 그러자 이번엔 검둥이가 저에게 다가와 정색을 하며 한 마디 합니다.
"주인님, 저는 어떻게 안 될까요? 전 말도 잘 듣고 화도 잘 안 내고 시키는대로 다 할께요. 엄마도 제가 곁에 있으면 불편하신가 봐요. 제 아빠를 찾아다니시는데 어디에 계신지...? 저도 어차피 떠나야 할 것 같은데... " -
"검둥아, 너도 자유롭게 살아. 그게 너에겐 더 좋아. 그 대신 내가 널 만나러 더 자주 올께. 알았어?"
저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해주고 말았습니다. -
- "으~앙! 엄마! 나도 안 데려가려나 봐요. 난 이젠 어떻게 하면 좋아요?"
검둥이가 눈물을 닦으며 울어대는 것만 같습니다. -
- "주인님 저의 빛나는 눈동자를 좀 보세요. 얼마나 주인님을 좋아하는지..." -
- "더 빛이 나죠? 이제 제 마음을 아시겠어요? 그래도 모르시겠다구요?" -
- "자! 이젠 확실하죠? 저의 불같은 이 두 눈이 주인님에 대한 사랑입니다. 저를 꼭 기억해주세요."
아! 검둥이가 저를 이토록 좋아하고 있는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안고서 아파트로 데려가주고 싶은데 다시 한번 더 깊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어느 것이 이 고양이를 위하는 길인지... -
- 그래도 어미와 새끼 고양이가 같이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일 것만 같습니다. 자유롭게 분가할 수 있어야만 서로 후회가 없겠죠? 저는 다소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마음이 아팠지만 애써 참아야만 했지요.
이제 주변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고양이들에게 원대로 먹을 수 있도록 팥 도너츠 한 개씩 던져주고서 서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
- "나비야! 검둥아, 잘있어라.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자라거라."
두 고양이가 배가 많이 고팠나봅니다. 먹느라고 정신이 없네요. 다소 떠나기 아쉽지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울러 분가해서 나간 도둑 고양이 새끼들도 무사히 잘 크고 있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
(사진 및 스토리 구성: 고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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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정말 마음이 아픈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모두 잘 있을 것만 같아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도둑 고양이는 도둑 고양이대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요. 같이 즐겁게 지냈다는 것만으로도 저의 큰 기쁨입니다. 이제 정원의 도둑 고양이 이야기를 여기서 마쳐야 할 것만 같군요. 다음에도 자주 만날 수 있다면 조금 더 연재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님들 그간 저의 재미없는 글을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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