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향하는 길 제2편

2011. 2. 26. 18:07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저의 문학 작품 '천국으로 향하는 길' 제2편을 올려드립니다.
그럼 그 아이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지 잘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여기에다 천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마도 그 길로 향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그렇게 쓴 것이오니 님들께선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천국으로 향하는 길



                                                      (제2편)
 

 

 어느덧 세월이 흘러가 그 아이가 15세가 거의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물론 그 동안 그가 내 곁을 왔다갔다한 것은 입원 차트가 증명해주고 있듯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그 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죽어도 진작 죽었어야 할 그가 나와 맺어진 후 지금까지 투병하며 버티어 온 것은 분명히 하나님의 보살핌이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의 그 앤 너무도 험난한 세상을 살아왔고, 죽지 못해 사는 슬픔에 찬 생활을 해왔다고 여겨진다. 병원이 그의 안방이었고, 그러다 보니 그가 품었던 희망은 점점 절망 상태로 퇴색되어만 갔을 것이다.

 지금도 그가 병실 한 귀퉁이에서 신음을 하며 누워 있다. 이제 이 세상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발붙일 곳이라곤 병원밖에 없을 것 같다. 매일 매일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지겹게만 느껴졌을 것이고, 너무나도 오랜 투병 생활 때문인지 지칠 대로 지쳐 버린 그의 몰골이 정말 처참하게 일그러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젠 뭔가 그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그간 나와 수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그로써는 나의 말을 수용할 만한 상황이 못 되었던 것 같다.

 ‘이젠 어찌해야만 하는가? 난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그냥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옳은 처사가 아닐까?’

 나 또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그의 병세는 예전의 입원 상황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의 폐는 세균 감염으로 극심한 폐렴을 일으키고 있었고, 그에겐 그런 병마저 이겨낼 만한 힘이 없어진지 오래 되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극도로 일그러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열과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기침, 창백하고 말라 갈라진 입술엔 핏자국이 즐비했고, 두 눈동자는 90살 된 노인 마냥 쭈글거리며 움푹 들어갔으며, 몸뚱이엔 살이라곤 한 점도 찾아볼 길 없이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

 그를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라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내게 하고, 1분 1초라도 더 살아 있도록 해야만 하겠다는 것은 나의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점차 흐려져만 가는 눈동자를 바라보면서도 난 뭔가를 해주지 못하고 있었고, 그 역시 참기 힘든 고통과 괴로움을 억지로 참아 가며 죽음과 싸우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가 죽기 하루 전날 나는 그 아이의 방을 회진하였다. 나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사람이 이렇게 처참하게 변할 수가 있을까 하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온 몸엔 검푸른 출혈반이 생겼고, 두 눈동자 역시 각막하 출혈로 뻘겋게 변해 있었다. 또한 그 동안 전혀 먹지 못했는지 입술은 여름 가뭄에 논 갈라지듯 했고,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어 핏자국이 온통 입 주변에 아롱져 있었으며, 온 몸에 기력을 상실한 듯 축 늘어져 흐릿한 눈만 가늘게 뜨면서, 이젠 세상을 더 이상 살기 싫어하는 사람 마냥 체념을 하며 침대에 괴로운 신음을 하며 누워 있었는데, 이 아이의 어머니는 더 깊은 슬픔에 잠겨 소리 없는 눈물만을 하염없이 흘려대며 날 원망하듯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를 보는 그 아이의 눈에서는 나를 향해 이렇게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왜 날 이처럼 처참하게 죽어 가도록 하는 겁니까? 진작 죽었어야 할 나를 지금까지 살려 둔 이유가 뭡니까? 언젠가 나에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말과 나의 장래까지 걱정해주었지만 지금 내 꼴이 이게 뭡니까? 정말로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당신이 미워집니다. 이젠 제발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게끔 날 내버려두세요.’

 난 그가 안쓰러워 그 방을 한동안 떠날 수 없었다. 잠시 후 난 그의 보호자를 방밖으로 불러내어 아무래도 하루 이상 넘기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내가 행했던 온갖 치료를 마다 않고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그 분도 사형 선고와도 같은 나의 말에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인 체 그저 하염없는 눈물만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분은 더 이상 자기 아이를 살려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동안 시달린 주름진 얼굴엔 수심에 싸인 눈동자로부터 나도 뭔가를 느낄 수 있었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젠 내 아이가 편안히 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저도 지금까지 할 만큼 다했어요. 당신에게는 아무런 부담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간 제 아이 때문에 죽게 고생만 시켜 드렸잖아요? 단지 내 아이가 잘못도 없이 천벌을 받아 죽어 가는 게 너무도 슬플 뿐…’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몇 번 더 진찰한 후 이제부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일러줬고, 과내의 모든 간호사와 인턴에게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는 처참하게 얼굴이 일그러진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인성아! 견디기 힘들지? 하지만 꾹 참아야 해. 이제부턴 네가 좋아할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우려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냥 무료하게 시간만 보내지 말고 성경책이라도 한번쯤 읽어보려무나. 네가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고…”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내던진 이 말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두어 시간이 지난 후부터였다. 나는 밀려있는 외래 환자 때문에 그의 곁을 떠나야만 했는데, 그가 병원 원목실에다 부탁하여 성경책을 한 권 가져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가 그날 밤이 새도록 뜬눈으로 날을 새며 초롱초롱 눈빛을 내면서 성경책을 읽더란 이야기도 그 다음날 간호사로부터 들었다. 일어날 기력조차 없고, 눈빛마저 흐려져 도무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리라 여겼는데, 그가 성경책을 밤새도록 읽었다니. 또한 그걸 읽으면서 그의 육신이 죽어가는 고통 소리는 한 번도 지른 적이 없었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병실이 그날 밤따라 유난히도 조용했다는 것이다.

 다음 날 나는 그가 어찌되었을까 너무도 궁금하여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까지도 그의 손엔 성경책이 들려져 있었다. 아무리 밤이 새도록 읽었다 해도 다 읽진 못 했을 텐데…

 어느 구절을 읽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난 입을 꼭 다문 체 그의 눈만을 주시했다. 그는 잠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듯하더니만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와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마주쳤다. 그의 얼굴을 보던 나의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아! 이게 무슨 조화인가? 나는 그토록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를 일찌기 본 적이 없다. 그건 어쩌면 성자의 눈 같기도 하고, 부처님의 눈 같기도 했는데 좌우지간 글로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음을 한탄할 뿐이다.

 그는 눈으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입을 벌려 뭔가를 말하려고 하나 입술만 씰룩거릴 뿐 말이 새어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선생님, 이제야 길을 찾았어요. 천국으로 가는 길을 말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제게 그 길을 가르쳐 주셔서… 이젠 저도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그런지 30분도 채 못 되어 심장 박동이 점차 약해지고 호흡마저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미 고통을 초월한 것처럼 보였고 입가엔 가느다란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을 소리쳐 불러내어 곧바로 응급 소생술을 시행하였는데, 그 순간 그의 심장 박동과 호흡이 정지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의 두 손에 꼭 쥐어진 성경책은 그의 가슴에 그대로 놓여져 있었고, 침대 아래로 흘러내리지도 않았다. 난 계속해서 기관내 삽관을 통해 인공 호흡을 시작했고 심장 마사지를 해댔다.

 그는 출혈이 극심했던지 기관지내 삽관한 구멍으로부터 검붉은 핏덩이가 엉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뇌출혈까지 일으켰는지 양쪽의 수족마저 단단히 마비된 상태였고, 모든 장기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은 듯 했다. 그에게 피 주사를 계속 놔주었고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었으나, 깨진 독에 물 붓기였고 애쓴 보람이라곤 전혀 없었다. 결국 그는 저 세상을 향해서 가고만 있었다.

 ‘아! 네가 이처럼 허망하게 죽다니… 하나님! 어찌해 이런 아이를 저버리나이까? 부디 이 아일 당신의 품안에 안기게 해주소서.’

 난 나도 모르게 그를 위한 마음의 기도를 하며 점점 싸늘하게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이다지도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웃으며 죽어 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체 그를 영안실로 보내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를 위한 한 가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가 읽다 만 성경책을 그의 품속에 고이 넣어 보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점차 내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그를 향해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인성아! 네가 읽다 만 성경 구절은 가지고 가서 꼭 읽어야 해. 넌 분명코 구원받았을 거야. 이제 너는 죽어 말이 없지만 난 그걸 알고 있어. 예수 옆에 있던 강도처럼 너의 회개와 참회와 믿음은 분명코 구원의 대상이 될 것으로 확신하니까 말이다. 인성아! 이 험한 세상을 나와 더불어 살아가느라 너무도 고생이 많았지. 이젠 앞으로 그런 세상은 없을 거야. 천국이란 이런 곳이 아닐 것이니까 말이다. 네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으니 나도 이젠 마음이 놓이는 구나. 자! 잘 가거라. 천국을 향하여…’

 이제 나의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려고 한다. 구원을 받게 하는 것이 어떤 특정한 사람만이 가능한 것일까?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더 묻고 싶을 뿐이다.

......................................
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저의 긴 글을 읽으시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아이는 천국으로 갔을 것 같지요?
 
 그럼, 우리 님들도 내세의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보람차게 살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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