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 22:24ㆍ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중대사를 자기 스스로 결정내리지 못하고서 부모님께 의향을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들으셨는지요? 혹시 '너 알아서 해라'라는 답변을 들어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예쁜 무남독녀를 서울에 대학 보내고서 딸의 궁한 질문에 아빠는 어떤 답변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를 작품으로 한번 써보았습니다. 바로 대답은 이 글의 제목입니다. 이 글은 저의 가상적인 문학작품이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럼 우리 님들 저의 작품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네가 알아서 해라
K의 하나밖에 없는 어여쁜 딸애가 대학에 들어 간지 얼마 안 되어 K에게 편지가 날아들었다. 사연인즉 사내 녀석들이 데이트를 하자고 매일 같이 성화인데 해주는 것이 좋은지, 안 하는 것이 좋은지 빨리 회답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K가 번개같이 적어서 보낸 회답이란 ‘네가 알아서 해라’였다. 그랬더니만 이번에는 곧장 만리장서가 날라 왔는데, 실은 K를 포함해 자그마치 여섯 군데나 같은 사연을 적어서 보냈는데 다른 곳에선 모두 그럴싸한 이유와 더불어 해라 혹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등등 구구하면서도 성의에 가득 찬 답장을 받았는데, 가장 하늘처럼 따르고 믿었던 아빠께서 너 알아서 해라가 무어냐는 불만과 투정이었다.
그러는 동안 K의 딸아이가 K의 뜻을 물을 일이 있을 때마다 으레 글의 첫머리가 물론 네가 알아서 해라 일줄 알지만 그래도 딸로서는 알리기는 해야겠기에 묻는 게 아니고 그냥 적는다는 식의 일반적인 글투가 되고 말았다. 가다가는 글 끝엔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면서 그렇게 무관심하고도 무성의 하느냐는 노기까지 띠는 것이었다. 그래도 K는 막무가내로 네가 알아서 해라였다.
그러다가 수삼 년 후엔 클라이맥스가 닥쳐왔다. 그 땐 편지가 아니라 K의 면전에서였다.
“아빠, 친구 하나 만나줄래?”
“으음, 보이 프렌드?”
K의 딸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케이! 하지만 조건부다.”
“… ??”
만난 다음에 K에게 절대로 그 횡포하기 짝이 없는 예스 노를 강요하지 말기로 한다는 다짐을 단단히 받고 또 받고 한 다음에야 K는 딸애의 보이 프렌드와 다소곳이 대면을 했다.
그런 이후 딸의 남자 친구와 연방 대포집이며 낚시질을 같이 다니면서 K는 그의 친구들에게 이놈이 내 딸놈 친구요 혹은 보이 프렌드요 하는 동안 처음엔 잠자코 소개를 받더니만, 얼마 안 가 그 녀석 “왜 내가 보이 프렌드입니까? 애인이지.” 뇌까리며 금방이라도 K에게 대들 것만 같은 눈초리였다.
보이 프렌드니 친구니 하는 낯간지러운 소리가 무척이나 귀에 거슬렸지만 초면이라서 참았지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투였다.
이젠 그날을 기해 이놈이 바로 내 딸놈 약혼자요 아니 더 멋진 말로 피앙세요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흐뭇에 겨운 K의 심사였다. 그러니 “이놈이 내 사위요.”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K에겐 개구쟁이들의 대장에다 골목대장임을 자처하고 나서 어언 3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그동안 보고 들어서 아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면 자신을 갖고 자기 문제를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는 신념 하나뿐이었다. 이게 가다가는 무관심이니 무성의니 하며 뜻하지 않는 오해도 받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옳다는 산 증거를 딸애가 되려 K에게 가르쳐 준 셈이 되었다.
언제이건 K가 딸애에게 기어코 “너 그렇게 자신이 있었니?”하고 물으면 아마도 조금은 얼굴을 붉혔을 딸애였을는지 …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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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자식들에게 만사를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무성의하고 무관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자립심을 키워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니 나쁜 것만도 아닌 듯합니다. 저도 간혹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해주는 때가 있었지요. 우리 님들께서는 어떠셨는지요?
우리 님들 이제 추석도 지나고 새로운 주일이 시작되었군요. 오늘도 모두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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