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 경연대회에서

2011. 3. 3. 14:16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대학가요 경연대회를 가보신 적이 있으세요?
 대학가요는 캠퍼스송이라고 하여 자유분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글은 다소 오래 전에 모 대학에서 있었던 대학가요 경연대회를 치루고나서 느낀 바가 많아 써본 것입니다. 제가 훈수를 좀 했던 팀이 애석하게 입상도 못하는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분석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대학가요 경연대회에서




 


                   


                                         - 어느 대학가요 경연대회에서의 한 장면입니다. -



 대학에는 축제라는 것이 있다.

 젊음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축제의 한 마당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대학 축제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두 여학생이 나의 양팔을 잡아당기며 운동장 저편에 있는 잔디밭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사연인즉 지금 대학 가요 경연대회를 대비해 가요를 연습하고 있는 중인데 한번 와서 듣고 조언을 해달라는 응석이었다.

 그러면서 같은 기숙사의 한 방에 기거하는 여섯 명의 동급생끼리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래 연습을 하여 다행히 예선을 통과했다는 수다도 아끼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새벽같이 낚싯대를 들고서 버스터미널에 나갔던 어느 일요일에 나에게 다가와 단합대회를 절에서 갖기로 했다며 아는 체를 해준 바로 그 학생들이었기에 더욱 인상적이며 대견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정말 우정이 넘치는 아가씨들인가 보다며 마냥 흐뭇하기도 했다.
 어느덧 진지하게 부르는 노래 또한 진지하게 들었고, 노래가 끝난 후 내 딴엔 정성껏 내 생각과 의견들을 늘어놓았다. 노래 자체야 중창인지 합창인지 어긋난 톱니바퀴 같은 느낌이었으나 분위기가 젊음 그대로였고, 또한 리듬에 치우친 곡인 것만 같아 기왕이면 손짓, 발짓 등 몸 전체가 리듬을 타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겠느냐고 조언을 해주었다. 또 이러한 음악이란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에도 호소하여 듣는 데만 그치지 않고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노래로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는 말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한 며칠 후 대학 가요 경연대회가 계속되고 있는 대강당 무대를 바라보며 나는 그 학생들의 출연을 애타게 기다리는 청중 속의 한 얼굴이었다. 다른 학생들의 높은 음악성에 감탄도 하였고 한편 불안도 하였다.

 드디어 앳된 치마에 베레모를 쓴 싱싱한 현대판 6인조 아가씨들의 차례가 되었다. 생각보다는 노래도 다듬어졌지만 리듬을 탄 몸의 율동이 어쩜 저렇게도 수줍기만 할까? 보다 대담한 움직임이었던들 얼마나 더 좋았을까? 대강당의 화려한 장식에 비하면 얼마나 꾀죄죄하고 어두운 무대였던가? 저렇게도 귀엽고 아름답게 노래하는 젊은이들의 섬세한 표정은커녕 얼굴조차 분간할 수 없는 보기 드문 무대였는지라 몸짓이나마 크게 하여 노래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정서를 억세게 나타냈어야 했을 것을 하며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쳐대는 박수갈채였다.

 노래 경연장 밖에선 내가 지도했던 팀이 출전하는 크로스 칸츄리라는 운동의 결승이 있었기로 나는 관중석을 뛰쳐나와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입에서 흰 거품을 품어대며 지치다 못해 엉엉 울어대며 다리에 쥐가 나서 넘어져 있는 선수의 신을 벗기고 허벅지를 주무르느라 여념이 없는 한 시각이 지나갔다. 그러면서도 지금쯤 아마도 대학가요 경연대회의 결과도 나왔을 텐데 하는 일말의 기대도 솔직히 말하여 가시진 않았었다.

 얼마 안 되어 그 여학생들이 풀이 죽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심사하신 선생님들께 직접적인 꾸중을 되라지게 들었다며 남학생 같으면 머리를 빡빡 긁어 재낄 것만 같은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웬 꾸중이더냐 되물었더니 몸을 흔들었던 것에 대해서였다 한다. 순간 내 오른손바닥이 반사적으로 내 이마를 탁 쳤다. 그러고 나서,

 “저런 늙은 여우가 어린 양떼에게 찬물을 끼얹었군.”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여학생들도 들었으리라. 이런 것을 보고 진짜 고춧가루 훈수라 하나보다 생각하며, 정말이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한편 생각하면 같은 캠퍼스 속에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끼리 그 하나는 심사를 하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훈수를 하는 입장이라 하여 이렇게까지 보는 바가 동떨어지게 다를 수 있단 말인가? 또 그 하나는 전문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마추어라 하여 이렇게까지 느낀 바가 딴판일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가볍게만 생각했던 대학 가요 경연대회란 말이 갖는 참뜻을 꼬치꼬치 따져도 보았다. 캠퍼스란 아마도 대학가, 대학 구내란 말이 틀림없겠기에 캠퍼스송이란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가볍게 혹은 무겁게 부르는 노래려니 할 수 밖에 없는데,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을 것인가 싶기도 하였다. 급기야 나의 생각은 비약에 비약을 거듭하였다.

 순수 예술과 목적 예술의 명제에 대한 오랜 대립과 같은 고리답답하고 어리석은 갈등을 되풀이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물며 고전음악, 현대음악, 대중음악, 통속음악 등등뿐이랴. 경음악, 팝송, 유행가, 심지어는 뽕짝 등에 이르는 골치 아픈 어휘들의 풀이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도 더더욱 아니라는 내 자신에게의 다짐도 굳게 받았다.

 대학가요 즉 캠퍼스 송이란 말이 어느 음악 장르에 속하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겠으나, 한 마디로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부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든 노래라는 뜻이 옳다면 리듬에 치우친 노래였기에 자연히 어깨가 으쓱, 엉덩이가 덩실 하는 게 어째서 안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야 젊음이 부르는 노래에 몸짓이 따랐다고 하여 안 되겠다고 한 뜻을 음악이란 모름지기 청각만의 예술이거늘 하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뜻만은 절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러기에 생떼를 쓰란다면 유명한 관현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번질번질 까진 대머리가 끄덕끄덕, 리듬과 멜로디와 하모니를 타고 절로 갸우뚱거리는 모습이라든가, 근자에 이곳에까지 와서 연주해준 C양의 바이올린에서 몸의 움직임과 함께 소리가 나는 그러한 음악조차 그것을 외도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 나는 믿는다.

 모름지기 우리처럼 귀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음악, 다시 말해 전축이나 음반 등의 기계에서 나오는 음악을 빼놓고는 보는 눈에까지도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주는 것 또한 음악이 아닌가하고 나는 믿어 왔었다.

 다시 한 번 젊음을 생각한다. 그날 운동장에서 있었던 강강수월레보다는 우리 젊은 학생들이 스스로 보여주고 들려준 농악이 얼마나 더 생생했고, 발랄했고, 흥겹고, 뜻이 있었는가?  젊음! 이는 곧 아마 혹은 프로 이전에 인생 자체의 꽃인 것이다.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까 불현듯 음악과 H교수 생각이 났다. 어떤 철없는 사내가 한길 가에서 그가 음악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짓궂게 흉내 내더라는 것이었다. 못 본 체 지나다가 언뜻 자기 자신이 모욕 받는 것쯤 아무렇지도 않지만, 음악의 여신인 뮤즈가 수모를 받을 수는 없다 싶어 되돌아 쫓아가 되라지게 혼짝을 내주었다는 얘기다.

 ‘뮤즈여, 나로 하여금 캠퍼스송의 참뜻을 알게 하여 주소서. 한 여우가 양떼에게 다시는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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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요즘은 노래에 춤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엔 춤을 추며 노래하는 경우가 매우 적었기에 이런 글을 써본 것입니다. 음악의 신 뮤즈도 당연히 노래엔 춤이 들어가는 것을 바라고 있겠죠?
 이 글은 은사님의 글을 극히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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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락산성 2009.10.24  06:34
 
추억을 더듬는 일도 가끔은 즐겁더군요.
일찍 들렸다가 갑니다.
즐거운 주말, 휴일 되세요.
 
 고란초 2009.10.24  21:57
 
산성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과거의 일을 글로 쓰니 지금 시기와는 잘 어울리지가 않네요.ㅋ
그래도 그 때의 일들을 보면 재미가 있더군요.
음악도 흘러간 옛노래가 들을 만하듯이 말입니다.
산성님, 항상 건강하시고 주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화석 2009.10.26  03:42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아시는지요. 제2회 가요제...
그때 같은 합창단에서...ㅎ
 
 고란초 2009.10.26  15:52
 
화석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와~ 전국대학 가요제에 나가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이 글은 전국대학가요제가 아니고 대학에서 축제 기간 중에 자체에서 행하는 가요 경연대회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써둔 이야기를 올리니 격세지감이 있긴하네요.
화석님,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다영맘 2009.10.27  15:09
 
전 요즈음 가수들 이름도 잘 모른답니다. 노래들도 딱히 좋은 노래도 없고...다영이만 열심히 춤과 노래 따라서 부르고 있네요. 함께 티비를 본 적도 없는 이상한 노래와 춤들을 아마 친구들에게 배웠는지...
잔잔한 노래가 좋답니다. 노래연습장 안 가본지 참 오래되었네요. 가 보고 싶어집니다.

편안한 오후 되시길요
 
 고란초 2009.10.28  15:34
 
다영맘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요즘은 노래에 춤은 기본인 것 같더군요.ㅎ
노랠 부르면 흥이 나니 저절로 몸이 흔들거리게 되니까요.
노래연습장에서 많이 연습해보면 노래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요즘 가수들 춤은 너무 격렬하여 따라서 할 수가 없어요.ㅎㅎ
따라서 했다간 정형외과를 가셔야 할 것만 같고..
다영맘님, 항상 건강하시고 간간이 노래도 좀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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