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난처한 풍경

2011. 2. 26. 12:11나의 문학작품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뜻하지 않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나 만원 버스 속에서는 정말 생각지도 않은 입장 난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고란초가 아주 오래 전에 겪었던 일 중에서 차마 글로는 남기고 싶지 않은 난처한 풍경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 님들의 너그러운 양해가 있으실 줄 믿고 용기를 내어 그 당시 일기장에 있던 글을 써서 여기에 올려보겠습니다.
 님들은 부담없이 즐겁게 감상만 하도록 하세요.


 


                                                      입장 난처한 風景




                                


                                        - 고란초의 그림집에 있는 어느 바닷가 풍경입니다. -


                                                                             

 올 여름 방학 동안 의과대학 서클 활동의 일부로 고흥군 두원면으로 무의촌 진료봉사를 나갔을 때였다. 무의지역이라서 그런지 많은 환자들을 거의 1주간 진료하고, 진료가 끝난 마지막 날은 휴무라서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겨 인근에 있는 해수욕장까지 1시간 정도 걸어서 가게 되었다. 일행 중엔 우리와 같이 진료 봉사 차 나온 여자들도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S대 간호대생들이었다.

 해수욕장에 겨우 도착한 우리는 여름의 따가운 햇볕 속을 걸었기 때문에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어 곧바로 옷을 훌훌 벗어버린 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여자들은 그들끼리 어울려 수영을 즐겼고, 남자들 역시 남자끼리 수영을 하게 되었다.

 이제 겨우 맥주병 신세를 면한 나는 그런 대로 이곳저곳을 헤엄치며 돌아 다녔지만, 여자들은 대부분이 순수한 맥주병들이라서 물가에서만 허우적거리는 꼴을 보는 것은 가관이었다.

 옷이 물에 젖어 몸에 쫙 달라붙는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자들, 그들의 몸매 감상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줬는데, 어떤 여자는 젖꼭지 부위까지 볼록 튀어나와 있어 눈길을 더 끌었다. 그녀들의 몸매는 그런 대로 날씬하게 빠진 듯했고 희고 보드라워 보였다. 수영 후 남녀 혼성으로 축구를 하고, 점심을 먹은 후 또다시 한바탕 수영을 하면서 재미있는 오락을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어느덧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자 차를 타기 위해 근처의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때마침 버스 한 대가 그 곳에 있었는데 이게 오늘의 막차라고 한다. 이걸 놓치면 또다시 그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차를 타기 위해 올라섰다. 근처에 있던 해수욕객들 역시 너도나도 올라타게 되어 어찌나 차가 만원인지 콩나물시루는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차가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조그만 언덕도 못 올라채 승객 일부가 내렸다가 다시 타야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탔는지 과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그런데 교묘하게도 승객 중 여자들이 거의 대부분인 듯 나를 중심으로 낯선 젊은 아가씨들이 주욱 둘러 서있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꽃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였고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정말로 입장 난처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요놈의 차가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리니 요동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마다 서로 히프를 부딪히고 보드라운 젖가슴이 등에 와 닿고, 그러다간 차가 급커브 길을 홱 돌면 하마터면 낯선 여자와 입술이 다 버릴 정도로 상체가 흔들거렸다. 내가 얼굴을 잽싸게 피하여 그녀의 코가 내 얼굴 옆쪽을 스쳐지나 갔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에게 아니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게 내 탓인가? 자연적인 관성 법칙에 의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걸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흔들거리는 차속에서 어찌나 잦은 여자들과 살을 맞대는 애무(?)를 받았는지 나도 모르게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서 내 곁에 서 있던 한 아가씨가 나의 앞쪽으로 밀려오는 것 같더니 나와 정면으로 향해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녀가 서 있던 그 옆에는 나보다 더 험상궂고 무뚝뚝하게 생긴 남자가 입을 해쭉거리며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녀도 그 사내에게 봉사(?)께나 해댔는지 서로 붙어 있기가 난처했던 것 같았다. 정면으로 향한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이 갔는데, 퍽이나 상냥하게 생겼고 얼굴도 괜찮아 보였다. 그녀는 내 쪽으로 향하자 안도의 한숨처럼 깊은 숨을 내쉬더니 나에게 몸을 기대었다. 이건 그녀가 스스로 기댄 게 아니고 만원 버스 속이라 사람들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기대게 된 것이다.

 따가운 여름날 만원 버스 속이라서 그러잖아도 온몸이 뜨거운 열기로 인해 땀으로 얼룩졌는데, 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는 열이 또다시 나에게로 전도되니 어찌 되겠는가? 이건 물론 그녀나 나 모두가 피장파장이지만 말이다.

 다소의 흥분과 뜨거운 열기로 인해 나의 얼굴마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내색을 그녀에게 안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조물주는 사람의 모든 구조물을 필요한 것은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만들었는지, 흥분되자마자 신체 중앙 하부 어느 부위가 갑자기 비대되는 듯 이상해져 왔다.

 ‘히야! 이거 사람 미치겠네, 정말.’

 차는 계속적으로 요동을 치고 남녀의 몸뚱이는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로 부딪히면서 더욱 그곳은 자극을 받아 커져가는 듯하고 숨소리마저 거칠어지는 듯했다. 그러는 동안 울퉁불퉁한 산길을 가던 차가 또 태울 손님이 있었던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러자 나는 앞으로 밀리면서 그녀의 짧은 핫팬티 부위를 건드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나의 신체 하부 어느 부위에 팽대된 듯한 것이 그녀의 양다리 사이의 아랫부분과 맞닿아 버릴 줄이야.

 그녀는 너무도 당황했던 모양이다. 몸을 움칠하며 히프를 뒤로 잽싸게 빼는 것 같더니 나를 힐끔 쳐다보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너무도 극심한 수치감을 느꼈다. 요놈의 망할 물건이 왜 가만있지 못하고 커져 가지고는 말썽을 피우고 있는지 나도 모를 일이나, 억지로 참기 위해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그녀도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따라서 웃고 말았다.

 ‘이거 원, 이대로 나가다간 그녀에게 모든 게 들통날 것만 같다. 웬 주책없는 사내가 다 있느냐고.’

 나는 엄습해 오는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극도의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런데 좌우측에서 나에게 기대어 가는 다른 여자들의 젖가슴과 보드라운 히프 등이 나의 등과 하체를 계속 간지럽혀대는 통에 여간해서는 진정되지가 않았다.

 ‘요런 계집애들 좀 봐. 왜 하필이면 내 쪽을 향하고 있어 이토록 날 곤경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래.’

 목적지까지 갈려면 아직 절반도 채 못 와 있는 것 같은데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어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해결이 될 텐데. 온 몸이 진땀으로 얼룩져 열을 발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게다가 흥분된 상태이니 열이 더욱 치솟아 오르는 것만 같으니 이럴 땐 정말 어찌해야만 하는가?

 나는 나와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그녀와 같이 대화나 나누면서 가면 조금은 나아질 것만 같아, 어쩔 수 없이 기어 들어가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건넸다.

 “저… 어디까지 가십니까?”

 그녀는 낯선 사람인 나였기에 처음엔 들은 척 만 척 하는 것 같더니 나를 보고는 빙긋이 웃어 보였다. 아마도 말하기가 쑥스럽고 거북스러웠으리라. 나에게 한번 당하고(?) 어찌 말대답을 할 수 있겠느냐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나를 주시한 체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간 그녀가 불쑥 나에게 말을 꺼냈다.

 “그럼, 댁은 어디까지 가시죠?”

 오히려 반문하는 것이었다.

 “아! 저 말예요? 저야 무의촌 진료 봉사를 나왔기 때문에 두원국민학교 앞에까지만 갑니다. C 의대에서 나왔거든요.”

 이제야 겨우 말이 통했구나 싶으니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약간 변한 것 같다. 그리고는 약간 놀라움을 나타낸다. 내가 진료 봉사를 나온 의과 대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나를 달리 본 것일까?

 “아! 그러시군요. 전 고흥 역까지 가는데요.”

 “그럼 해수욕하러 오셨겠군요.”

 “그래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모처럼 나왔는데 이건 완전히 찜통 같아요.”

 생각보다는 쉽게 말이 오갔다. 이런 대화가 만약 버스 속이 아니고 길을 걸으면서 시작되었더라면 끝이 없었을 텐데…  나는 하는 수 없이 목적지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덕분에 즐거웠어요."

 나는 그녀에게, 솔직히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멋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녀도 나에게 생긋 웃으며 답례하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다소 흥분이 가라앉아졌고, 거시기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나의 눈은 사라져가는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를 태운 버스는 말없이 내 곁을 떠나 멀리 산모퉁이 길을 먼지를 내품으며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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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습니까?
       그럼 즐거운 주말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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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을 읽으신 야후 벗님들과의 대화)

 

 
 김권기사진 2008.10.04  21:22
 
드디어 10월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미국에서 몰려오는 금융태풍에,
멜라민 파동에 기분 좋은 소식은 별로
없는 요즘,
그러나 이런 위기가 오히려
먹거리 안전을 확실하게 점검하고,
금융도덕을 재무장 시키는 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 기회를 만들어내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축복합니다~!

 

 고란초 2008.10.04  21:54
 
김권기 사진님, 미천한 저의 블로그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님의 명성이 너무 자자해 여기까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좋은 사진 작품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더군요.
김 사진님께서도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드셔서
서로 같이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다시 한 번 더 님의 방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맑음 2010.01.15  20:20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공을 살려 좋은 일을 하시네요.
추억도 만들고
봉사도 하고
기쁨도 얻고
다음 봉사갈때 설거지 하는 사람 필요하면 맑음이도 불러주세요.ㅎㅋ
벌써 한주가 후딱 지나가고
부담없는 금요일이군요.
이 밤 편안하시고 즐거운 주말 맞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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