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6. 12:27ㆍ나의 문학작품
이별이란 어떤 형태이든 모두 다 슬픈 것입니다.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지만, 만날 때의 기쁨도 잠시일 뿐이고 헤어짐의 슬픔은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가을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밤이면 지난날 고란초가 쓴 글 중에 바로 이별의 슬픔을 물씬 풍겨주는 '빗속에 사라진 연가'가 있어 여기에다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시대에 걸맞지 않고,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아 안 올릴려고도 했는데...
우리 님들 부담없이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빗속에 사라진 戀歌
- 고란초의 그립집에 있는 '슬픈 연가'입니다. -
비, 비가 내린다.
어두운 밤 주르륵 창을 적시며 소리없이 비가 내린다. 밤에 오는 비는 어두웠던 내 가슴속의 연가와도 같이 구슬프게 보이고, 애처롭게 들려온다.
지금쯤 어느 구석진 방, 한 귀퉁이에서 비와 함께 사라져 갔던, 나에게서 까마득히 멀어져 갔던 너도 이처럼 흐느끼듯 흘러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슬픈 눈물을 머금고 있겠지.
생각 말자. 차라리 잊어버리자.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
내 맘 속에 굳게 다짐하고 두 주먹까지 불끈 쥐어봤지만, 창밖에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또다시 나의 머릿속에 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말았어.
아! 어지럽다. 너의 모습이 또다시 떠오름은 날 정말 미치게 할 것만 같아. 나를 진정 이토록 비참하게 만든 건 누구였단 말인가? 그건 너였어, 바로 너였어.
나는 살며시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연다.
그리고는 방안까지 흩날려 들어오는 빗방울에 얼굴을 적시고 또 적시며, 조용히 창변에 기대어 서서 허공만 바라본다. 이내 나의 꼭 감은 두 눈에 따가운 눈물이 고여 어른거리고, 차가운 빗방울은 나의 슬픔을 달래 듯 얼굴을 씻어주며 감싸주는 것만 같다.
- 그렇지. 너희들만은 알고 있을 거야, 빗방울들아…
내 맘에 사무치던 쓰라린 슬픔과 고통만을 안겨준 비련을,
휑하니 터져버린 허무한 내 가슴속의 시련을,
마지막 연가를 불렀던 그녀와 나의 애처로운 입술을,
너희들은 모두 지켜보았고 또 모두 기억하고 있을 거야. -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어.
그러나 이처럼 조용하게 내리진 않았었지. 서쪽 하늘이 갈라지듯 번갯불이 번쩍였고, 천둥이 검정빛 하늘 속에서 요란스럽게 울어대던 그날 밤에 나는 폭우 속을 헤치며 정신없이 너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너를 얼마나 찾아 헤매었는지 모른다. 찬비에 옷을 흠뻑 적시고 나의 온몸은 마비되는 듯했다. 빗방울은 세차게 나의 뺨을 적셨고, 산발이 된 머리카락 위를 뒤덮어 흘러 내렸어. 인적도 끊긴 거리를 정처없이 방황하던 나의 모습은 아마도 미친 사람처럼 보였으리라. 번갯불에 비친 나의 눈도 뻘겋게 불타고 있었을 것이리라.
시간은 갔다. 너를 찾는 시간은 갔다.
그런데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저 멀리 너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의 망막에 맺혔다. 희미한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서서 세차게 내리는 찬비를 맞으며 울부짖던 너의 모습이 차츰차츰 나의 시야에서 가까워졌다.
우산도 없이 넋 나간 사람 마냥 우두커니 서있던 네 모습이 너무나도 가련스럽게만 보였어.
그러나 나의 모습은 너의 눈에 비칠 리가 없었겠지? 너는 두 눈을 꼬옥 감았으니까.
그날 밤 너와 나의 마지막 대화가 녹음테이프에 담은 듯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틀어 볼까? 차라리 잊고픈 대화였건만…
“이 한 마디만 들어다오. 제발.”
“필요 없어요. 필요 없단 말예요! 이젠 나에겐 아무것도 필요 없어…”
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껴 울었지. 난 왜 내 맘을 몰라주느냐고 너의 몸통을 부여잡고 세차게 흔들어댔지만 그건 다 부질없는 일이었어.
“제발 그러지 말고 이 한 마디만…”
너의 앞에서 간청을 해야만 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했었지. 난 피가 맺히도록 입술을 깨물며 이런 곤욕을 치러나가야만 했다. 이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어.
“아! 이젠 끝났어요. 어서 가주세요. 어서요!”
“그건 오해였어. 그로 인해 네가 이처럼 변할 줄은 진정 나도 몰랐어.”
“전 이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어서 떠나줘요. 제발 내 곁에서 떠나달란 말예요!”
나에게 등을 보인 너는 비탄이 섞인 한숨만을 길게 내쉬었다.
그렇다면 너의 눈엔 나의 참모습이 정말로 보이지 않았단 말인가?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차라리 서로 몰랐어야 좋았을 것을.
아! 마음이 아프지만 이젠 나도 등을 보여야 하려나 보다.
'여자여! 나도 더 이상 변명은 하기 싫다. 하나의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 거기엔 너와 나의 길이 따로 있는 것. 가도 가도 두 길은 서로 멀어만 가고 다시는 합쳐질 수 없는 길이건만 이젠 나의 길을 걸어가야지. 하지만 난 너에게 나의 진심을 말해주고 싶었어. 너의 나에 대한 오해로 인한 슬픔의 진실을 꼭 너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너의 곁을 말없이 떠나가야 하는 나의 가슴속은 온갖 슬픔으로 꽉 차버렸고, 에이는 듯 아파왔다. 난 어두운 거리를 비를 맞으며 홀로 나의 길을 따라 차츰차츰 발걸음을 옮긴다. 너와 마지막 작별 인사도 없이 나의 길을 걷고 있었다.
나의 귓가엔 너의 흐느낌만이 메아리치듯 들려올 뿐이었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가야 해. 한없이 가자. 흐르는 눈물이 눈앞을 가릴지라도…
'우리의 사랑이 이렇게 쉽사리 미움으로 변해버릴 줄이야.'
나는 홀로 중얼거리며 눈물짓는다. 그러나 우리의 이별가가 연주된다고 해도 너와 나 서로는 웃기로 했다. 우느니 보단 차라리 웃는 게 나을 거야.
오늘처럼 비오는 날 밤은 문득 귓전을 스쳐 지나가는 빗속에 사라진 연가가 다시금 나에게 한숨을 준다. 그러나 이젠 생각지 말자. 너도 너의 길을 따라 머나먼 곳으로 떠나간 것을 …
나는 조용히 창문을 닫고 눈을 감는다. 나의 입가엔 슬프디 슬픈 미소만이 남아 있을 뿐…
......................................
문학 작품은 어떤 형태이든 자유롭게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쓰다보면 좋은 글도 나올 수 있지만, 저와 같이 졸작들만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 님들도 한 번 써보세요. 졸작이든 명작이든 상관치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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