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가위 연휴 행복하게 지내셔요. <29 편 수록>

2011. 10. 31. 18:27님들의 시와 시조

 

[스크랩] 한가위 연휴 행복하게 지내셔요. <29 편 수록>

2011.09.15 16:05 | 님들의 시와 시조 | 고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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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클릭 - 맑음



 

 

 










객지일기/달을 만지다


                     초림김수창/청허재주인 
                     국보급고려청자-淸虛齋主人 초림김수창 




1.

무심한 척 바라보는
너는 알겠지

소리쳐도 닿지 않는
안타까운 마음을



2.

너만 보면 생각나는
동무 하나 있었네

술과 네 함께 이개진
강물 속에 뛰어든









    
초림김수창/청허재주인 
     국보급고려청자-淸虛齋主人 초림김수창 





1.

수궁가에서,
토끼는 월궁에 가서 도야하고 살았다니
그 뒤야 누가 알리 쪽배에 안부 몇 자 적었노라



2.

배고픈 보릿고개 송편으로 보이던 날
누가 월병 만들어 하늘에 걸었을까







어머니
       녹현



 

 

 

귀뚜리 울며 새는 기나긴 가을밤을
합죽선 펼쳐놓고 국화를 그려봐도
애잔한 그리움만이
내 가슴을 조르네.




어머니 2

              녹현


 

초가집 왕골자리 손톱 밑 파고들어
우렁이 가슴으로 화농한 못난 자식


긴 세월

멍에를 지고

앓으셨을 어머니






아버지 

         yellowday@Y . yellowday



오늘을 살아가는 고삐 없는 당나귀


당신이 등에 진건

가족이란 멍에뿐


쓸쓸히 돌아누운 잔등이

나무 등만 같아라 



어머니

            우담바라




머나먼 시공 속으로

가슴 깊이 불러보는

어머니


핏빛으로 젖은 사랑

나, 어미 되어

당신을 찾습니다

모든 것 다 주고도 모자란 마음

내 것 하나 없는데

새벽이 오기 전

당신이 가는 길은 왜 이리도 먼지


당신의 한숨 소리 문풍지를 찢고

강물 되어 흐른 눈물

모진 세월 뒤에 묻어 버린

당신의 설움

이제야 거두어 가렵니다


아직 머물고 있는 따듯한 숨결

한세상 다하는 순간까지

당신이 주신

그 이름으로 살아가리다

가슴 깊이 박혀 있는

그 이름 석 자

어머니.


 

어머니

        yellowday@Y . yellowday

       



한 마리 우렁이로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 속 새끼들

제살 먹여 키우면


껍질만 

남아진다해도 

마다 않고 다 준다



어머니

          백목련 ♪클래식~♬☆

 


고향집 화단에 매화가 피었습니다
생전의 당신 모습,  꽃잎마다 앉았습니다


 


아버지

            고란초

         



집안 받침기둥

뿌리째 뽑힌다면


튼튼한 집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니


단단한 

기둥역할은 

아버지의 몫이었지


등 굽고 백발성성

아버지 간 곳 없고

어느새 세월 흘러
나도  아버지라


이제야 

느끼고 있네

내 몰랐던 그 고통




아버지

           julia072602 



아들, 우리 할머니의 아들인 아버지

남편, 우리 어머니의 남편인 아버지

사랑,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아버지

삼촌, 조카들의 삼촌인 아버지

이웃집 아저씨, 동네사람들의 아저씨인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의 자녀인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 나의 자녀들의 할아버지인 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나의 자녀들의 자녀의 증조할아버지인 아버지


이런 나의 아버지

고통을 홀로 이겨냈어야 했던 세월들

기쁨을 함께 나누었던 세월들

희망을 심어주며

교육에 힘써주심

그러나 우린 아버지의 건강을

얼마나 챙겼으며

그 분을 얼마나 외롭게 만들었나

다시금 아버지를 생각해 보면

나의 두 눈에 눈물만 흐르게 한다.

아버지, 그 위엄에 늘 멀리만 느껴졌는데

주름지고 허리 굽은 모습에

이젠 등에 업고 아버지의 발이 되어 드리리



무게 / 아버지

                   바람꽃



손에는 회초리

마음엔 근심과 사랑이

눈에는 눈물이

주름 속엔 세월이


아버지 

이름 위에 눌렸던 천 근 무게

내려놓고 보니 남은 것은

바지저고리 한 벌에

다 낡은 지게 위의

빈 바소쿠리 빈 마음


북망산천 갈 빈 배낭에

담아보는


하나


 


카네이션 1 
                 모나리자

         


올해도 못 간다고 전화를 하려는데

수화기 혼자 울고 어머니가 안 계신다

중랑천
방죽 어디에선가
기다리고 계신 게야




카네이션 115 / 죄인

                                모나리자

                            



오늘도 어제처럼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애들은 잘 크고요

하는 일도 잘 됩니다


그러나 

웬 일일까요

행복도 죄가 되는




아버지

           모나리자



세파에 시달려도

가족이란 빽 하나로


생계의 운동장을

누빌 것만 같았는데


몰랐다 

공기 빠진 공 하나가

버려진 걸 보기 전엔



어머니

            모나리자




혼자  남은 시간

걸레질 하다보면 


작은  살림집도 

마당인 듯 넓은데


당신은 

문 앞쯤에서 

무슨 생각 하실지



어머니의 방
               모나리자


  


얼룩도 없는 방을 자꾸만 닦습니다

오늘도 찾아 올 이 없다는 걸 알면서

걸레질 닿는 곳마다 떠올리는 얼굴들.


달력엔 동그라미가 두 개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생일날은 흔적도 아예 없고

달아난 세월보다 먼 추석과 설날뿐인.


색 바랜 사진 속의 색동옷 신부 모습

당신이 아닌 것 같아 쓴웃음 남겨 놓고

자식들 사진을 들어 눈을 뗄 줄 모릅니다.


주워온 화분마다 화초가 자랍니다

사랑을 아는 것이 유정무정 생명인 줄

당신은 믿었습니다 그러기에 사시지요.



횡계 아리랑 / 아버지

                                모나리자

                           



집 한 채

벌판 외길 가에 서있다

저마다 잘난 집들과 어울리지 못해

이곳까지 밀려와야 했나 보다


강풍이 전투기 소리를 내며 

융단폭격을 하고 있었다

은폐, 엄폐를 위해 몸을 피한 곳 그 집 앞이었다

평소에는 별 볼 일 없어 무시했었는데

그런 나를

한겨울의 강풍으로부터 지켜 주고 있었다

잠시의 만남 속에서 모습을 살핀다


형편없는 의복

머리는 언제 했는지 거칠다

끼니도 못 챙겨 먹는지 혈색은 형편없다

팔과 다리는 부상을 입어 온전치가 못하다

가슴엔 다림질로도 사라지지 않을 숱한 금이 가 있다

여시상(如是相)을 보면 대략의 내면을 알 수가 있다던데

아무리 봐도 지적인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바람막이가 되어 주며

그 자릴 사명(使命)처럼 지키고 있는데,


문득

내 가슴 속에 서있는

꼭 닮은 모습을 만난다



한가위 아리랑
           바람꽃



 

 

 

 

달도
고향 달이 둥글다는 팔월보름
풍년가 가락 속에는
한복소매 곱게 휘 저으시던

 

어머니,

 

어깨 춤 덩실거림이 보인다

 

산등성이

 

알밤송이 탁 벌어지듯 가슴 열어

 

그립던 고향

 

보름달을 가슴에 품어보고 싶어라

 

 

길 떠났던 자손 모인
차례 상에 빈자리 하나
이방인 망향의 혼 불이
술잔에 코를 박는다

 

달아

 

달아,

 

이제는 너도 나 따라
내 고향으로 가자꾸나

 

마음만 보내 놓고
몸져눕는 그리움

 

 

 





초승달

         고란초  goran5006 


 

오늘 밤 초승달이 유난히도 낯익네
누이의 송편인가, 어머니의 송편이던가




달 11 / 명절이 다가오면

                                 
모나리자




올해도 고향 못 가는 사람들이 잡아 끄는가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마음 따라 떠간다





/명절

         바람꽃



 

 

고향에 같이 가자 목 메이는 네 모습
내년에, 내년에는 눈만 껌뻑 시린 맘





달 3
    
모나리자



시집 간 자식 애 가졌다는데, 아들일까 딸일까
만삭의 보름달만 쓰다듬는 어머니





달을 보며

        시냇물  시냇물




 

 

 

고향 땅 여기저기 발 디디며 다녔던 곳
어디서나 한결같이 함께 있는 마음이야
고향이 그리워지면 밝은 달이 먼저 알고
핑 도는 눈물방울 미소 같이 반겨 주던
아직도 골목길엔 인정이 오가는지
그 마음 달빛 따라서 걸어걸어 돌아보네.




할미꽃 사랑
          시냇물  시냇물 

   

울지 마 울지 마라
망태할배가 잡아간다

 

울음 뚝 그치면 들려주던 자장가에

 

할머니
따듯한 등결
쪽진 머리 보이네




 

 

어머니

       시냇물  시냇물 



 

 

 

 

비가 오는 틈을 비집고 가다 보니
해가 보이네요

산허리 잘록한 곳 어머니 누운 자리
마른 잎 잔디 위에서 떡과 과일 나누어 먹으며
놀다 왔습니다

 

발길 돌아선 하늘가에 던진 한숨
길게 들이 마시고
고인 눈물은 흰 눈송이 드문드문
허공에서 내 맘 달래 주는 숨결로
아마도, 그리움 길 트는 미소였을
술 한 잔 비워 마시고
달래주시는 손길에 푸근한
그리움 무덤 짓던 어느 날에도
못내 살펴 살라는 손짓 잊지 않으시던

 

다시,

 

또 돌아보는 내 어머니 품이여

 

그 먹먹한 가슴에 길을 내고만
어머니와 내 마음속 평생 이어질 그리움의 길
오던 길 따라 다시 돌아갑니다

 

어머니 가슴에 겨울꽃 걸어 두고




끝순이(송아지)

             시냇물  시냇물 




 

 

날 저문 외양간엔 끝순이가 놓고 간 맘

목줄엔 아쉬움과
덩그런 눈망울만

가쁜 숨 몰아쉬었다
그 흘린 정 눈물 강

 

 

내 어린 가슴이야 푸른 정 씹어 놓고

돼 색임 풋내 섞인
흐느끼는 갈색 바람

좋아라, 웃던 마음이
아직까지 따듯해

 

 

간다는 속내 마음 내 어찌 알았을까

키 크는 기다림만
미래에 산다는 것

고향의 뒤 뜰 안에는
음매 소리 들리네

 

조용한 달밤에는 다시 또 불러보고

안개 낀 지느러미
말끔히 씻겨간 밤

푸른 창 일기장 속엔
울다 지친 아이야








그래서 칠남매

               
               혜민 김계은
             http://cafe.daum.net/dujulc



 




스산한 바람에
비라도 올라치면
구름에 가려
북녘하늘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워 하셨지요

열아홉에 월남해서
외로움이 산이 되고
그리움이 높아져서
허공에 띄어 놓고
바라보고 바라보고

고향은, 평안남도 성천군 수인면 수인리 라며
이산가족 찾는 텔레비전에
찰나로 지나쳐서
알 수 없는 허무함을
한 잔 술로 달래셨죠

2년 터울 자식들이 고만고만 늘어나고
부모형제 그리운 맘 잊으려고
그래서 칠남매라 하시던
살아생전 통일되는 그날을
꿈에도 잊지 못해

호호백발 할아버지 되시고
내일은 모른다고
형제 이름은 치백, 치선, 치호, 라며
일러주신 그날은
먹먹한 구름을 제 가슴에 주셨지요

아버지
제가 살아보니 알겠어요
그리움이 무엇인지
떠나고 안 계실 때 저도 가끔
북녘하늘을 바라보아요.




농부일기

            혜민 김계은
        http://cafe.daum.net/dujulc



갈라진 아버지 발뒤꿈치 사이로
농부의 생 70년이 쏟아져 나왔다
먼지처럼 훌훌 털어버린 지난날은
탁배기 한사발이면 시원타 하셨지만
논두렁에 잡힌 발목은 평생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힘겹게 베어버린 벌판엔 이삭으로
남겨진 계절이 버티고 있었고
아버지 상처 같은 쌀 알갱이
설그렁 설그렁 눈물처럼 삼키며 자식들은
나무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호박

        시냇물  시냇물 


   

 

삭풍 지난자리 아버지 맘 분주하네
씨앗 봉지 소중히 거름 묻고 모종 틔워
흙내음 기지개 켜는 뽀얀 속살 웃음 싣고

 

울 밑에 걸려 있는 소박한 미소하나
초록 잎 넓은 가슴 잎새마다 무늬 열고
먼 하늘 꽃 바래기도 마음마다 둥그런

 

아침엔 함지박에 다녀간 넉넉함이
이웃 간 쌓인 안부 울 너머 보인다네
볼수록 고와지는 정 주렁주렁 열리고

 

따듯한 고향 연가 아직도 못 잊겠네
뜨끈한 떡시루는 구수한 겨울 인정
호박죽 끓일 때마다 어머니 맘 바쁘다

 

고란초 2011.09.15  16:06 삭제

모나리자 시인님, 고운 시들을 이리 모아주시니 정말 좋아보입니다.
애고~ 이거 저의 졸작도 올려놓으셨네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ㅎ
이 글은 담아두고 다음 영상시화 자료로 사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나리자 시인님, 추석은 즐겁게 잘 지내셨는지요?
이제 다시 임지로 떠나셨겠지요?
참, 오늘 생각지도 않게 정말 귀하신 모나리자 시인님의 시집(미완성 대동여지도)을 전달받았습니다.
제겐 너무나도 과분한 추석 선물이 되었네요.
이런 은혜와 영광을 저에게까지 베풀어주시다니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귀한 글 평생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나리자 시인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항상 건강하시길 간절히 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