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만 해도 ‘하지 감자’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다.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것처럼 하지 즈음에 감자를 한 솥 삶아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는 일도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아마 이제 ‘하지 감자’란 말은 전남 사람들이나 기억하는 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 혹시 전남에서도 젊은이들에겐 이 말이 없어졌을까?
전남 사람들에게 ‘하지 감자’란 말은 중부지방과는 다소 다른 의미로 쓰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자’란 말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전남과 제주도 지방에서 감자란 고구마를 의미한다. 제주도에서는 아예 감자의 옛말인
‘감저’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전남 사람들이 어릴 적 먹던 음식으로 흔히 말하곤 하는 ‘전라도 물감자’는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 즉 물고구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푹 삶아 놓으면 속이 말캉해져서,
껍질을 벗겨먹는 것이 아니라 그 달착지근한 속을 쭉 빨아먹는 느낌으로 먹는다던
바로 그 ‘전라도 물감자’ 말이다. 이건 고구마다.
제주도 출신 소설가로 유명한 현기영의 소설은 오래 전에 읽은 것인데도 거기 나오던
감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현기영은 『순이 삼촌』을 비롯해 4·3 사건 등 제주도의
아픈 근현대사를 꾸준히 소설화해 온 작가인데, 그의 작품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4·3 사건으로 한 마을이 몰살당했고, 그 시신들이 논밭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그 다음 해에 그 밭의 감저는 목침만 한 것들이 나왔는데, 마을사람들은 먹지 않았단다.
시신이 거름이 된 것임을 아는 사람들이 어찌 그걸 입에 대겠는가. 이 장면의 감저도
고구마다.
그럼 그 사람들은 감자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그게 바로 ‘하지 감자’ 란 말이다.
그들에게는 고구마란 말이 없고, ‘감자’와 ‘하지 감자’란 말이 있을 뿐이었다. 엇비슷한
것들을 지방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현상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 감자꽃...
그리고 여름이 다 지나고 하지 감자의 싱싱한 맛이 다 사라져 그냥 보통 감자가 되었을
무렵, 이때부터는 감자를 갈아 부치거나, 삶아 으깨어 감자 수프를 만들거나, 채를 썰어
기름에 볶아 먹는 등 다양한 방식의 음식을 해 먹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1년에 딱 한 번 만나는 하지 감자 제철에, 이렇게 먹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강화도님 >
강원도에서 강냉이란 말은 서울지방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열에 튀긴 옥수수가 아니라
그냥 옥수수란 뜻이고, 북한에서는 오징어가 꼴뚜기란 뜻이고 꼴뚜기가 오징어란 뜻이다.
고구마가 가을에 나는 것이라면 감자는 여름에 난다. 즉 하지 때야말로 감자가 대량으로
출하되기 시작되는 시기이고, 그래서 ‘하지 감자’가 제철인 것이다. 감자는 추운 기후를
잘 견디는 식물로 일찍 심어 여름이면 벌써 캐어 먹는 것에 비해 더운 곳에서 자라는
고구마는 늦게 심어 무더위 속에서 자란 후 가을에 캔다. 보관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감자는 시원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은 것에 비해 고구마는 자칫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얼기라도 하면 바로 썩어 버린다. 그러니 한여름에 고구마튀김 먹겠다는 사람은 철을
완전히 잘못 짚은 사람이다. 여름에 이런 튀김이 그리우면 감자튀김을 해먹어야 한다.
감자는 꽃도 예쁘다. 줄기에 핀 하얀 꽃은 그대로 꺾어다가 병에 꽂아 놓아도 손색이
없다. 자주 꽃이 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그리 쉽게 볼 수 없다. 요즘은 거의 사라진
자주 감자가 그것이다. 흰 꽃 핀 것은 캐면 흰 감자이고, 자주 꽃 핀 것을 캐면 자주
감자다.
< 자주감자꽃... 강화도님 >
자주 감자는 물이 많고 맛이 아려 강원도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까, 도시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 감자는 보관성이 좋은 데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까지 해서 언제든지
쉽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으나, 그래도 제철 감자 맛은 각별하다.
그 핵심은 신선도다.
갓 캔 감자는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았고 그 특유의 향도 그대로 살아 있다. 몇 달
지나면 이 감자들은 약간 마르고 질겨지며 향도 현격하게 적어진다. 직접 감자를 키워
보면 예쁜 흰 꽃이 진 후 이파리까지 시들시들해졌을 때 감자를 캐게 되는데, 호미로
살살 흙을 헤치면서 줄기를 당기면 흙 속에서 감자 덩어리가 툭툭 튀어나온다.
이렇게 갓 캔 감자를 바로 쪄 먹으면 그 포근포근한 육질과 향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하지 때의 감자는 가능하면 간단한 조리로 그 포근포근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먹는 것이 좋다. 가장 쉬운 것이 쪄 먹는 것, 혹은 오븐에 구워 먹는 것이다. 이때에는
감자 껍질을 까지 않는 것이 더 맛있다.
예전에는 놋숟가락으로 흙이 묻는 겉껍질을 벗겼는데, 요즘은 초록색 합성수지 수세미
같은 것으로 박박 문지르면 껍질이 웬만큼 벗겨진다. 아직 덜 마른 싱싱한 여름 감자
라서 쉽게 벗겨지는 것이다. 흙만 제거될 정도면 되고 그리 깨끗하게 벗기지 않아도
된다. 칼로 껍질을 벗겨 삶으면 맛과 향이 훨씬 줄어든다.
< 감자... 고락산성님 >
좀 더 기름기 있는 고소한 맛이 그리우면 전을 부쳐 먹는다. 가장 대표적인 감자전은
갈아서 부치는 것이지만, 이 계절만큼은 그냥 동글한 모양 그대로 1㎝ 정도 두께로
두툼하게 썰어 걸쭉한 밀가루반죽을 입혀 부치는 게 여름 감자의 생생한 맛을 그대로
맛보기에 좋다. 밀가루 부침옷을 입히지 않고 그냥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져 먹어도
맛있기는 하다.
그런데 감자는 그냥 부치면 기름을 아주 많이 흡수하고 익는 시간도 더디다. 밀가루
옷을 입히면, 먼저 밀가루 옷이 익어 감자와 기름 사이의 차단막을 만들어주어 기름도
적게 빨아들이고 열도 보존해 감자를 빨리 익힌다. 당연히 포근포근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에도 이 방식이 좋다.
한국식으로 초간장을 곁들여 먹으면 반찬이나 막걸리 안주 어느 쪽으로도 좋다.
멸치 우린 물에 감자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감잣국을 끓여도, 칼국수나 수제비에 굵직
굵직하게 썬 감자를 넣어 삶아도, 역시 포근포근한 그 맛이 일품이다. 삶아 으깨어 다진
야채와 마요네즈 등을 섞어 샐러드를 해도 역시 여름 감자의 생생한 맛이 남아 있다.
< 자주감자... 고락산성님 >
주말 잘 보내시길요. 많이 더운 것 같아요.
다녀 오면 전 스스로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2일간 낚시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장마로 인한 우중충한 날씨에도 마음만은
즐거운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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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맑다가 일요일,월요일 비소식 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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