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toxic)산소요? 활성(reactive)산소라고 해야 맞아요. 활성산소는 흔히 노화의 주범으로 통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체내에서 착한 일도 더러 합니다.”
미국 에모리대학 병리학과 데이비드 램버스 교수는 “활성산소도 생물의 삶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9년 세포 내에서 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인 Nox 1(NADPH 산화효소 1) 을 처음 발견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학자다. 2008년 ‘제1호 국가 과학자’로 선정 된 이화여대 이서구 석좌교수는 램버스 교수와는 정반대로 활성산소를 없애는 효소인 퍼옥시레독신(Prx)을 찾아냈다.
두 사람은 미국 활성산소생물의학회가 주는 ‘디스커버리상’을 2005년(이 교수)과 2009년(램버스 교수) 각각 수상했다.
활성산소를 가운데 두고 창과 방패를 연구하는 두 학자가 2일 오후 4시 경기도 용인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미지움’에서 만났다. 아모레퍼시픽이 주최한 ‘제2회 국제 항노화 심포지엄’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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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를 생성시키는 효소를 찾아낸 데이비드 램버스 박사(오른쪽)과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를 발견한 이서구 박사가 만났다. 그러나 예상 외로 이들의 활성산소에 대한 견해는 거의 일치했다. 활성산소가 선악의 양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활기차게 살려면 적정수준 유지하는게 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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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가 완전히 환원되면 물이다. 불완전 환원되면 활성산소다. 대개 활성산소는 음식을 먹거나 햇볕을 쬘 때 많이 생성된다. 호흡이나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생긴다.
젊어지는 비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활성산소가 노화를 촉발하는 ‘악당’ 이라고 여긴다.
활성산소에 ‘호의적인’(?) 램버스 교수 자신도 1999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 에서 활성산소가 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힌 바 있다. 별명도 무시무시한 ‘세포 테러리스트’다. 그러나 램버스 교수의 본심은 달랐다.
“활성산소도 다 존재 이유가 있다. 생물은 필요에 의해 활성산소를 만들기도 한다. 초파리의 경우 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를 없애면 번식하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자는 활성산소를 뿜어내는 관을 통과하지 않으면 성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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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도 거들었다.
“몸 안에 활성산소가 적당량 있는 상태에서 사람은 최고의 성과(performance)를 낸다. 이 경우 활성산소는 유스트레스(eustress, 좋은 스트레스)다. 그러나 활성 산소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신체에 나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노화·암 등을 유발하는 주범이 되는 것이 이때다.”
따라서 활기차게 살면서 노화를 억제하려면 활성산소 양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란다. 물론 활성산소의 양이 신체 각 부위에 과다 축적되면 주름· 백내장·황반 변성·혈관 노화·암 등 그 해악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도한 활성산소를 줄이기 위해 비타민 C·비타민 E·카테킨 (녹차)·레스베라트롤(적포도주) 등 각종 항산화 성분을 섭취하는 데 열중한다. 일종의 출구(배출) 전략이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처음부터 생기지 않도록 막는 입구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램버스 교수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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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 만드는 Nox 억제 화장품 개발 중
“Nox(활성산소를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을 연구 개발 중이다. Nox는 항노화용 화장품·의약품의 재료로 유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Nox는 지금까지 7가지가 발견됐다.
이 중 내가 직접 발견한 Nox 1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에 관여한다. 또 Nox 2는 피부염증, Nox 4는 피부암의 전이와 당뇨병 환자의 상처 치유를 지연 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는 활성산소가 피부 노화 등 피부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활성산소를 만드는 Nox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만 있다면 피부를 젊게 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 아모레퍼시픽이 Nox 억제제에 관심을 가져 서로 협력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학자는 Nox 억제제가 미래의 화장품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은 2007년 태양의 자외선을 쬐면 피부의 Nox 효소가 활성화돼 활성산소가 다량 발생하고, 이 결과 콜라겐이 파괴돼 주름이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화장품회사가 특정 효소 성분까지 연구해 이를 제품에 사용하려고 시도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에게 피부 노화에 민감한 여성을 위한 팁을 주문했다. 답변은 대동소이.
“첫째, 선크림(자외선차단크림)을 꼭 발라야 한다. 태양의 자외선은 피부 노화의 주범이자 활성산소의 발전소다.
둘째, 스트레스를 가급적 적게 받는다. 모든 스트레스는 활성산소를 생성시킨다. 실험동물인 쥐를 좁은 곳에 가두는 등 스트레스를 가했더니 활성산소가 정말 엄청나게 나왔다.”
▼제가 무지 좋아하는 목화... 어릴 때 많이 먹었죠. -강화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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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우리 몸은 에너지를 내기 위해 섭취한 영양소를 태워야 한다. 이 때 산소가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산화된 결과물이 바로 활성산소이다. 이 활성산소는 체내에 돌아다니며 생체 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킨다.
현대인의 질병 중 많은 부분이 활성산소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암·동맥경화증·당뇨병·뇌졸중·심근경색증·간염·신장염·아토피·파킨슨병 등이 과다한 활성산소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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