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4:58ㆍ나의 난수상록
채란하러 다니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별스런 이야기들이 다 오고갑니다.
서로의 경험담, 산채 비결, 산채에 영향을 끼치는 대상 등등, 파안대소할만한 이야기들도 많고, 경우에 따라선 심각하게 귀담아 들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이번엔 산채에 얽힌 이야기 가운데 여자와 관련된 모 회사 K부장의 경험담과 우리 일행의 산채기 중 여자와 관련된 것을 하나 소개해보겠습니다.
속없이 이 글을 올려서 여성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 님들, 부담없는 감상 바랍니다.
난과 여자
오직 난만 보고 다닐지어다.
(고란초의 컴마우스 그림집에서)-
K라고 하는 내 집 근처에 사는 그 친구는 모회사 영업 부장이었는데, 난에 얼마나 미쳤는지 휴일마다 산채하러 다닌 것은 고사하고라도 연중 공휴일이며 정기 휴가까지 깡그리 산에서만 살다시피 했던 터라 그의 난실에는 명품이 제법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K는 주로 혼자서 차를 몰고 다니며 산채를 즐겼는데, 그 이유는 캔 명품의 난을 고스란히 차지하기 위함이었고, 그의 말마따나 난의 품종을 확실히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실제적으로 어느 산에서 누군가 명품을 캐게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몰려와서는 쪼개라, 내놔라 등등 귀찮은 일들이 많으니 마음 편하게 혼자 다니는 것이 더 나을 수밖에. 하지만 그간 혼자 다니다 산에서 몇 번인가 위험한 고비를 맛봤기로 간간이 남의 떡에 관심이 없을 만한 친구들과 같이 산행을 가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K가 내 집을 찾아왔다.
서로는 그동안 각자 기르고 있는 난들을 구경하기 위해 서로의 집을 방문했던 적이 간간이 있었기로 나는 K에게 내 난도 보여주고, 차도 대접하면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K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지난 어느 늦가을 무렵이었을 겁니다. 그 날 산채는 공교롭게도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여직원 한 사람이 저와 같이 가게 되었죠. 그 여직원은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까지 끝내주게 예쁘고, 한 마디로 말해 쭉쭉빵빵해서 진작부터 내가 눈독을 들였지만 여우같은 마누라에다 애들까지 딸린 나로서는 그림에 떡일 수밖에 없었습니다요. 하지만 평소에 간간이 차도 사주고, 밥도 사줘가면서 그 여자를 가까이 하게 되었는데, 어쩌다 한두 번 카페에서 만나 같이 술도 몇 잔 마신 적이 있었지요. 바로 그 여자와 같이 산채를 가게된 겁니다요."
난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며 되물었다.
"그럼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겠군요. 어떠셨나요?"
"그야 당연하죠."
K는 내가 맞장구를 쳐주자 더욱 신이나서 그의 말을 이어갔다.
"그 날 저는 산행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는데, 그 여잔 예쁜 모자까지 쓰고서 청바지 차림으로 나왔더라구요. 우리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카스테레오에서 나오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푹 빠져 있었고, 산행의 목적이 데이트인지 산채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어요. 어느덧 목적지 산에 도착하자마자 준비해 간 맥주부터 까서 한 잔씩 들이켰지요. 그런 연후에 이런 것이 난이다 저런 것은 풀이다 이렇게 무늬가 들어있는 난을 캐라는 둥 난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인 그 여자에게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고는 난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난을 캔답시고 유부남이 외간 처자의 손을 붙들고 아무 인적도 없는 첩첩산중으로 들어갔다고? 허! 이런,만일 내가 산신령님이라면 이 놈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려는지 다 알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요놈 들에게는 명품을 하사해줄 수 없었을 것이리라.'
난 이렇게 생각하며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우린 산 중턱까지 갈쿠리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올라갔는데,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무늬란이 안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피로를 풀기 위해 어느 산소에 주저앉게 되었지요. 그리곤 맑은 가을날의 상큼한 산속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서로를 바라보면서 행복한 순간에 젖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내 생각도 어쩐지 그럴 것만 같더라니.'
일단 산행을 가면 난을 캐지 않고서는 못 베기는 K의 성미였건만 그 날은 왠지 난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예쁘장한 그 여자에게만 계속 마음이 쏠리게 되었다고 했다.
“맥주를 마셔서 그랬던지 그녀가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며 풀숲으로 들어가더라구요. 그녀가 아랫도리옷을 내리자마자 난 기다렸다는 듯이 냅다 소리를 질러댔죠. ‘이크, 독사다! 뱀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바지도 채 올리지 못하고는 나에게 달려오더라구요. 이히히! 덕분에 나는 예쁘게 생긴 그녀의 하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요. 아! 그 둥글고, 희고, 탐스럽고도 풍만하고, 보드랍게 생긴 그녀의 히프를 보는 순간 난데없는 허연 춘란이 나의 뇌리를 섬광같이 스쳐가며 그런 춘란을 만날 것만 같은 기대감이 충만해오는 것이 아니겄어요. 나의 앞까지 달려온 그녀가 그때서야 깜짝 놀라며 바지를 다시 입었는데, 혹시 팬티에다 실례하지나 않았는지 궁금스럽기도 합디다. 그 후 보이는 춘란마다 눈 빠지게 관찰하며 더욱 열심히 살펴봤으나 끼가 있는 춘란은 한 촉도 못 캐고는 더욱 피로만 싸이더라구요. 그래서 준비해간 맥주며 음료수 등을 그녀와 같이 계속해서 마셔댔어요. 어느덧 취기가 감돌자 산마루 근처에 있는 펑퍼짐한 잔디밭에 앉아 서서히 그 여자에게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요. 제 윗옷을 벗어 그 곳에 그녀를 앉히고선 살그머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봤었죠. 그녀도 술에 취했던지 내가 하는 대로 따를 뿐 별다른 반항은 안합디다.”
결국 그는 산속에서 그들 둘만의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아울러 일을 보는 도중에 남에게 들킬 것만 같았고, 남의 눈에 띌까 조바심까지 났지만 결국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도 했다. 그녀가 숫처녀였는지 어떤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녀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보드라운 그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삼삼했던 그녀의 맛은 그의 마누라 같은 여잘 한 트럭 가득 실어다 준다 해도 싫을 정도였다고 하더니만 내 앞에서 입맛까지 다시는 것이었다.
결국 난을 캐러가서 엉뚱하게 다른 여자와 재미까지 봤으니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까지 먹으려는 수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연후에 다시금 산채를 시작했으나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다리까지 후둘거려 도저히 채란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난 한 촉 못 캐보고 하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친구 말하는 것 좀 들어보세요.
“그 날 꿩 먹고 알 먹으려다가 꿩 대신 닭밖에 못 먹었다니까요. 산신령이 노하셔서 그런지 명품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아무튼 그의 채란 역사에 남을 만한 재미진 날이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횡재나 한 번쯤 있었으면 원이라도 없었으련만 그런 일들은 좀채로 일어나지 않으니 그를 부러워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노릇이다. 누가 들으면 별 미친 소리 다 한다고 욕 할진 모르지만 말이다.
자고로 산채행에서 여자들을 달고 다니는 산채꾼들은 명품을 발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며, 특히나 산신령님께서 노하여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막대하고도 극심한 영향을 끼치니 산채꾼들이여 제발 여자를 멀리할 지어다.
모씨의 산채 비결을 보니 남자 산채꾼들은 여자 목욕탕에 구멍이 뚫려있을지라도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말라는 둥, 산채 가기 전날 밤엔 목욕재개하고 마음을 비우며 무념무상 도를 닦는 도사처럼 마누라가 제아무리 옆에서 보채도 엎드려 잠 잘 생각을 말라는 둥, 일단 산에 가면 아무 곳에나 연장을 꺼내 볼 일을 보지 마라는 둥, 한결같이 여자를 멀리하라는 것이 주된 것인데도 이 친구가 이러한 비결을 몰랐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또한 수캐가 이 동네 저 동네 할 일없이 싸돌아다니는 것은 혹시나 발정한 암캐라도 한 번쯤 만나 횡재를 할 수 있으려나 하는 것이라는데, 하고많은 날들을 산채에만 매달리다 보면 결국 명품을 한 번쯤은 만날 수가 있다는 것으로 그 친구가 여기엔 해당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진짜 수캐 모양으로 발정한 암캐를 만났지만 난은 캐지 못했으니 그가 갠지 사람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나 역시 산채를 한답시고 수많은 날들을 깡그리 산행에다 쏟아 부었으나 명품은커녕 민춘란 같은 난들만 계속해서 명품이랍시고 캐다 날라댔으니 언젠가는 한 번쯤은 진짜 명품이 걸려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산채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어있는 상태에 놓여있다.
나도 언젠가 마누라랑 애들을 데리고 산채를 간 일이 있었다.
그 날은 모처럼 큰맘 먹고 내가 안내하기로 하고 뒷바라지까지 모조리 해주기로 약속했던 것인데 산 초입부터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산길을 다 놔두고 길도 없는 가시밭 속으로 파고들어가니 마누라와 애들이 뒤따라올 수가 없었고, 간혹 따라오더라도 이것저것 장애물들을 치우느라 신경 쓰다보면 난은 뒷전이고 이건 야유회를 온 것도 아니며 생고생만 실컷 하게끔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꾀를 내어 잠시만 난을 살피고 오겠다며 산 아래에 애들과 마누라를 내팽겨 둔 채 혼자서 토끼마냥 산속 깊이 들어가 2시간 이상을 헤매고 다녀봤지만 난 한 촉 캐지 못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다시 산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입들이 병마개모양으로 뾰쪽뾰쪽 튀어나오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춥고 떨리고 배가 고프다는 둥, 공연히 생고생시키려고 데리고 왔다는 둥, 난이 중요 하냐 마누라나 애들이 중요하냐는 둥 잔뜩 핀잔을 들어야만 했고, 독기어린 비난의 화살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었는데 결국은 일찌감치 보따리 싸고 집에 가서 따뜻한 아랫목에 발 쭉 뻗고 잠이나 자는 것이 더 나을 것만 같았다.
그런 연후로 산채를 간다면 나를 따라 나서는 사람은 온 집안을 둘러보아도 눈 씻고 봐도 없었다. 사실상 나도 혼자서 산채를 다니는 것이 그렇게도 편할 수가 없었다. 모처럼만에 마누라를 대동하더라도 부정이 탈까 두려워 제발 옆에 없었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으니 자연히 마누라가 그걸 눈치 채지 못할 리는 만무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쩌다가 산채 하는 도중 부부끼리 정답게 손을 잡고 산채하고 있는 광경을 보면 가끔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말이다.
지난 어느 초봄이었다.
일행들과 어울려 고흥에 있는 어느 섬으로 산채를 가게 되었는데 그것도 1박 2일로 가게 되어 첫날은 소심에다 산반 등 다소의 수확이 있었지만 문제는 그 날 밤에 있었던 것 같았다. 집을 떠나 타향에 오니 집안에서 온갖 구속을 받고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여기선 온갖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으니 자연스레 엉뚱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저녁 식사 후 할 일 없이 여관방에 죽치고 앉아있자니 온 몸이 근질근질하고 좀이 쑤시었던지 일행 중 한 사람이 갑자기 근처 다방에서 차나 한 잔 하고 오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럴 것이 아니라 일단 고스톱을 쳐서 돈을 모아가지고 그 다방 아가씨를 불러내 차를 마시는 것이 더 좋겠다는데 의견일치를 보고는 일견 봐서 비교적 야하게 생겼으면 그 때 다시 한 번 생각(돈을 가장 많이 딴 사람이 여자를 차지하기로)해 보자고 하였다.
나도 그들과 어울려 고스톱을 열심히 쳐댔으나 계속해서 꼴찌만하여 돈도 잃고 재미도 못 보는 것은 아닌가 하고 조바심까지 났다. 결국 한 5만 원쯤 모이자 다방으로 전화를 걸어 차를 시켰다. 그리고는 그 곳 다방 레지에게 혹시나 봉을 끊을지도 모르겠다는 귀띔까지 해두었다.
잠시 후 여관방 문이 열리고 다방 아가씨가 차를 들고 들어오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도 좌우로 펑퍼짐하게 생겼고 얼굴 또한 별로였다. 그래도 일행들은 커피 맛이 일품이라는 둥, 이곳에서야 처음으로 미인다운 미인을 만났다는 둥, 그 여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온갖 유혹을 해댔지만 그녀는 우리들이 눈에도 차지 않은 듯했다.
차를 다 마시자 찻잔을 보자기로 둘둘 말더니 찻값만 챙기고는 핑하니 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이 품었던 엉뚱한 생각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 판이었다. 난 사실이지 저런 여잘 한 트럭 가득 실어다 준다 해도 싫어할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열흘 굶은 장정이 떡판 덮치듯 달려들어 그 여자에게 온갖 애교들을 떨어대며 침까지 질질 흘려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봉을 끊을 수 있느냐, 얼마면 되느냐고 물어댔다. 순진한 시골 계집이었던지 도무지 무슨 말인지도 몰라 했다. 하는 수 없이 하룻밤 즐겁게 해줄 수 있겠느냐고 하니 그 때서야 알아차리고는 걸음아 나살려라 하며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다들 닭 쫓던 개 모양으로 멍하니 그 다방 아가씨의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먼 타향까지 와서 여독도 풀지 못하고 공연히 엉큼스러운 마음만 먹게 되었으니, 냉수 마시고 속이나 차려야 될 것으로 여기고 오지 않는 새우잠만 애꿎게 청해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그 다음 날의 산채는 우리들의 곱상스럽지 못한 마음 씀씀이를 산신령님께서 알고 계시기나 한 듯 갈쿠리 한 번 대보지 못한 깨끗한 공탕이었다.
아무튼 산채에는 여자들에 대한 모든 생각이며 행동 등이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여겨지며, 산신령님 또한 남자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산신령님께 쭉빵 여자를 한 사람 묶어주어 진하게 놀게해주면 어떨까? 그러면 분명히 명품들이 왕창 쏟아져 나오지 않을는지 궁금스럽기 그지없다.
남이 들으면 별 미친 소리 다 들어보겠다고 하지 않을는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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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습니까?
산삼을 캐러다니는 심마니들의 말을 빌어보면
그들도 산에 오르기 전에는 여자를 멀리해야만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울님들 판단은 어떠세요?
이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우리 님들, 새로운 각오로 더욱 멋진 한 주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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