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5:25ㆍ나의 난수상록
우리 님들은 한국춘란에도 난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세요?
여기서 말하는 난명은 화예품과 엽예품의 분류에 따른 종류별 명칭과는 다른 것입니다.
화예품에 속하는 것으로는 각종 색화나 소심류, 형태에 따라서 기화, 두화, 원판화 등, 난꽃의 무늬에 따라서 산반화, 호화, 중투화, 복색화 등이 있겠고, 엽예품도 호, 중투, 복륜, 사피, 호피반, 서반, 단엽, 환엽, 산반 등 많은 종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종자명이 아닌 난명은 난의 소장가가 기르는 난 중에서 예술적 원예적 가치나 희귀성이 인정되는 난에게 지상명명식을 통해 붙이는 이름을 의미합니다.
즉 사람에게 주는 이름과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동물 중에서 인간이 가장 상좌를 차지하고 있다면, 식물 중에서 가장 상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난입니다. 따라서 사람들만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난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서운하게 생각하겠죠. 그래서 난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이 식물에 대한 당연한 예우가 될 것입니다.
우리 님들, 이제 좀 이해가 되시나요?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이런 난과 난꽃은 아직까지 실존하지 않는 환상적인 그림일 뿐입니다.
그래서 난명도 환상이라고 붙여놓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산엔가 숨어있을 바로 이런 난을 찾아내기 위해
오늘도 산채꾼들은 온 산을 헤매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입니다.-
난의 이름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이름을 붙이고서 더욱 아낀다. 특히나 애지중지하게 가꾸거나 돌보고 있는 것에는 명명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는 것이다.
한 여름 삼복더위에는 보양탕으로 인기 있는 구탕, 삼계탕, 용봉탕 등이 있는데 그중 누런 똥개 맛이 최고이며 제일 뭐엔가 좋다고들 한다. 똥개라도 보신탕감으로 팔려가기 전에는 주인으로부터 그럴듯한 이름을 부여받게 되며, 죽을 운명에 처해 있는 줄도 모른 체 주인이 나타나면 뭔가를 질질 싸대며, 꼬리를 엉덩이 운동에 맞춰 흔들어대면서 주인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하물며 값을 따져도 똥개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난에서까지 이름을 안 지어 준다면 좀 이상하게 여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도 이름을 지을 때는 고명하신 작명가에게 물어물어 찾아가서는 아부하느라 거금을 마다하고 뿌리게 되는데, 난의 경우도 모처에서 시행하는 지상 명명전에 등록하기 위해선 기십여 만 원이나 든다고 한다.
이리하여 이름을 갖게 되면 드디어 귀품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데, 몇 푼 드는 그 정도의 비용쯤이야 아깝게 여기진 않을 것이고, 오히려 다른 경쟁 대상에서 한 수 위를 차지함으로써 주가가 오를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되어 내심 속으로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즉, 난의 소장가는 이름을 짓는데 거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난의 이름을 지어야겠는데 어떻게 짓는 것이 좋을까하고 몇 날 며칠 밤을 궁리하다간 마누라나 애들에게 아부할만한 그럴듯한 이름으로 둔갑하게 된다. 마누라의 이름이 난데없이 난 이름이 되고 애들 이름이 또한 난 이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선 그 난을 마누라보다 더 열심히 바라보고, 애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보살핀다.
"아이고!! 진경아! 수철아! 제발 좀 살아다오. 너희들이 죽으면 이 험한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살아가겠냐?"
시퍼렇게 살아있는 마누라와 애들 앞에서 병들어 죽어가는 무늬란을 붙들고 대성통곡하는 이런 애란인이 나올 법도 하다. 난에 웬만큼 미치지 않고는 이렇게까지 하기 힘드리라 여겨지지만, 나도 난을 모으는 데만 지금까지 온 정렬을 쏟았는데 이젠 이름 몇 자라도 붙여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하지만 공연히 난에 이름을 붙여 혹시나 죽어 버린다면 나의 마음에 생겨날 상처가 너무도 클 것으로 여겨져 이름 붙이는 것을 지금껏 피해왔고,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아 이름 없이 죽어간 무명의 원혼을 가진 난들이 꽤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름을 붙여 볼까? 난이란 것이 품위가 고상하고, 자태가 위엄 있고 사군자의 하나에 속할 정도로 높은 지위에 있으니, 함부로 남의 똥개 이름 짓듯 할 수는 없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어느 누구는 이름을 잘도 붙여 대는 것만 같은데 막상 생각하니 가장 짓기 어려운 것이 바로 난의 명명인 듯싶다.
그렇다고 남이 지은 이름을 도용(盜用)할 생각일랑은 아에 꿈도 꾸지 않고 있다. 대개의 경우 산채 현장의 지명을 따오기도 하고(월출소, 삼향호 등), 산채 당시 상황에 따라 붙여지기도 하고(분득이, 잠득이 등), 산채 전 날 꾼 꿈의 해몽으로 그럴듯한 이름이 나오기도 하지만(선학, 도선 등), 나는 하도 긴가 민가 하는 것만 캐날라대서 그것들이 명품 비슷한 난으로 어느 날 갑자기 헤까닥 둔갑해야만 껌뻑 죽는 시늉을 하고, 좋은 난분에 올려놓는 작업을 하느라 부산을 떨었는데 이름붙일 여가가 없었던 것이다.
확실한 품종의 명품을 만났다면야 얼씨구나 하고 즉석에서 이름이 명명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이고,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때가 늦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다소 고정되어 가는 무늬난이나 색화를 바라보며 이름을 불러야 난도 대답할 것으로 보이나 아침, 낮, 저녁 문안 인사 외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괜찮아 보이는 난을 대하면서도 지금까지 합쳐도 단 한 번도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다.
이젠 이름 없이 죽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지금부터 시행해 볼 난 지상 명명식에 참여할까 한다. 그래서 한 두 품종이라도 내 스스로 이름 붙여 품종의 종족 보존에 일익을 담당한다면 보람이 있을 거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이름으로 지을까? 야하지도 않고 고상한 그런 이름은 어떤 것일까? 복륜에는 어떻게 붙이고 중투는? 또한 사피는?
순수한 우리말로 '깜찍이' 라든가 '예쁜이' 또는 '산내음', '노을' 등으로 해야 할까? 그럴듯한 이름이 떠오를 것 같은데 한결같이 시시껄렁한 것 같다. 그렇다면 한자말을 써 볼까? '환희', '열광', '찬양', '백미' 등등.
이 모든 것이 자기도취를 위한 것이고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라서 남의 의견은 거의 무시되는데, 간혹 경우에 따라서는 존경하는 스승이나 선배로부터 이름을 선사받기도 한다. 아무려면 어떠랴? 이름이 추하던, 야하던, 아름답던, 거룩하던 간에 내가 부르기 쉽고 즐기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사람의 이름도 여러 가지 즐거운 형태를 볼 수 있는데 ‘고돌이’, ‘김세네’, ‘노랭이’, ‘박호순’, ‘신기해’, ‘오기로’, ‘왕팔이’, ‘이상해’, ‘조가비’, ‘지미씨’, ‘최고다’, ‘황구’ 등등, 이건 남의 이름 장난도 아니고 평생 가지고 지낼 이름을 조금 더 신경 써서 지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식으로 지으면 색다른 맛이 있어 좋은지 몰라도 고칠 기미는 안 보이고 계속해서 불러대고 있으니 모두가 자기 좋아하는 재미로 사는가보다.
그렇다면 부르기 쉽고 웃기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명명도 괜찮다는 얘긴데, ‘돈판’, ‘넋두리’, ‘색광’, ‘왕방울’, ‘절정’, ‘공알’, ‘길쭉이’, ‘방망이’ 등은 어떨까?
아! 어렵고도 어려운 난의 이름이여! 어이타 너와 벗하여 이렇게도 골 때리고 머리가 아픈가? 말이 되던 안 되던 그저 부르기 쉽고 즐기면 되는 것이지 구색을 갖출 필요까지 있을까?
암! 그렇고말고, 백번 옳은 말씀이야.
명품의 난을 만나 째지게 즐거워하며, 꿈길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 이건 바로 나의 애첩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래서 모든 난을 나의 왕비로만 삼을 수는 없고, 하룻밤 꿈속을 헤매게 해줄 궁녀 정도로 봐주는 것이 어떨까?
결국 난이 나의 위안부로서 기능을 할 것임이 틀림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밤나비(夜蝶)'가 제격일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난 지상 명명 제1호로 내가 난생 처음으로 캔 소심에게 야접소(夜蝶素)란 이름을 사용해볼까 한다. 어때요? 내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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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사실상 난에게 명명을 해줄려고 해도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가 않아서 고민입니다.
되게 할 일 없이 별스런 고민을 다하고 있다구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다 이런 것들이 세상 사는 재미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우리 님들, 인생을 더욱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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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자태를 공개해주시면 좋으련만...
꿈속을 함께해줄 수 있는 님이 있다하심은
누구나 바라는 행복이겠지요.
항상 좋은 꿈 꾸시는 밤 되시기를...~~
소심으로 매우 화형이 예쁘고 좋은 종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양을 원하고 있지만 전 난을 한 촉도 판 적이 없습니다.
서로 좋은 난과 교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난은 남에게 자기과시를 하기 위해서 기르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수양과 중용을 배우기 위한 것이지요.
난이 무엇이며 진정한 난인이란 어떠해야 하는 지 아시려면 저의 '진정한 난인'이라는 글에 나와 있습니다.
꽃이시들면 다시 꽃리울줄 몰라서 죽이기 일쑤고, 물스프레이를 뿌리고 벌레를 잡아주고 해도
병들어 죽드군요 그짓을 9년동한 하다가 이제는 지처서 화원에가서 한참 난을 바라보다가 집에오곤 한답니다.
좋은 하루 도세요 ㅡ박영숙(영)
난은 제법 기르기가 까다롭지요.
많이 알아야만 하고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도 잘 가꾸면 많은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님께서도 잘 가꾸어보시면 좋으실텐데...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값이 3 ㅡ4 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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