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5:32ㆍ나의 난수상록
인간지사는 필연적인 것도 있지만 우연적인 것도 많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생각치도 않은 죽마고우를 만난다든가, 기대하지도 않은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선되었다든가, 공탕만 하던 산채꾼이 명품을 만난다든가, 피래미 한 마리 못 잡고 있던 낚시꾼이 월척을 걸어냈다든가 등등...
이러한 우연적인 것이 있기에 인생이 더 즐거워지는 것이 아닌가하고 여겨집니다.
우리 님들, 그럼 고란초가 난과의 우연한 만남에 대한 소고를 소개하겠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한국춘란 적화 그림입니다.
이런 희귀란과의 조우는 대부분 우연의 결과일 것입니다.
우연한 만남
세상사는 필연적으로 이뤄지는 일도 있지만 생각치도 않은 우연적인 일이 많은 법이다. 어떻게 보면 이 우연이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행운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우연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갖도록 해주기도 한다.
어느 여가수의 노래 가사를 보면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역설하는 것 같지만 실제 남녀관계에서 보듯이 우연한 만남이 대부분일 것이며, 그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렇지만 우연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인데, 무릇 인간지사에서 보듯 난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명품란과의 만남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강한 소유욕의 연상작용에 의해 환상이 현실로 나타나 이뤄지기도 한다. 어느 산에 무언가가 꼭 있을 것만 같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곳을 찾아가 만나는 경우도 있고, 아무런 기심을 갖지 않고 하는 맹목적인 산행에서도 뭔가가 눈에 띄는 경우가 있으니 결국 모두가 우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생각치도 않은 횡재를 간혹 할 때도 있었지만, 잔뜩 기대를 걸고 휘파람까지 불며 산행을 나갔다가 실망만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난을 캐러 산행나가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무언가를 꼭 캐야겠다던가 다른 무엇에 정신이 팔려있다던가 하는 기심 내지는 마음이 산란한 경우는 온통 헛것만 보이고 공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
산채 비결 같은 책자라도 있다면 탐독 아니 애독하고 가슴 깊이 간직하며 산행을 떠났을 텐데, 아직까지 이런 책자는 없으므로 산채 경험 등을 통해 터득할 수밖에 없는 일이며, 수많은 채란 산행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만의 비결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비결을 통해 뭔가를 얻게 되면 점차 과욕이 생겨나게 되고, 이런 과욕이 계속되다보면 어느날 갑자기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수양이 덜 된 범인에 불과하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음을 자인하나, 난을 캐면서부터는 내가 너무나도 소유욕이 강했었다는 것을 차츰차츰 알게 되었다.
같이 산채를 갔던 친구가 무엇인가를 캐기 전에 내가 먼저 캐야만 직성이 풀렸고,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듯 남이 명품을 캐면 웬일인지 뱃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으며, 일행과 같이 산채를 갈 때면 서로 사이좋게 나눠서 캐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더 캐기 위해 혈안이 된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나, 유독이 난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하여 하루라도 산채를 가지 않고는 못 베길 정도로 안달하게 되고, 내가 산채를 못 간 사이에 남이 다 캐가 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게 되며, 공탕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산을 찾아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등 과욕이 나도 모르게 생겨나게 된 것이다.
난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심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제일 희귀한 것만 골라 캐보는 것이 소원이라서 맨 날 허구한 날 중투 타령을 하게 되었고, 다예품을 찾고자 두 눈에 쌍불을 켜다시피 하고선 땅만 바라보며 구부러진 노인 모습이 되어 이산 저산을 헤매고 돌아다녀야만 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인연이 닿지 않아 한 촉도 캐지를 못 하고 그 화풀이는 엉뚱한 산신령에게 하거나, 그도 부족하여 집안에까지 와서 죄없는 마누라나 애들에게까지 파급을 시키면서 자기 합리화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던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지금도 마음 깊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난 단상집에 있는 '난과 소유욕'이란 글에서 나의 자세나 마음 각오 등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었다.
또한 난의 난자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산행을 할라치면 엉뚱하게도 그 사람은 잘도 캐대는 중투 같은 난이 어찌해 내 눈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인지 그걸 볼 때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기어이 나도 한 촉 캐보리라 각오에다 결심을 굳게 하며 난에다만 온 시신경을 총집중하여 점검하듯 바라보지만 아직까지 난다운 난은 캐보지 못했다. 이건 그동안 나에게 우연한 명품 발견의 기회가 그 만큼 적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 가운데도 행운의 여신을 만나 괜찮아 보이는 난들을 제법 캐어내 난실을 채우고 있으니 꿩 대신 닭이라 할지라도 나에겐 너무나도 황송하게 느껴지며, 산신령님의 특별한 하사품이라 여기고 잘 배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도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지 더욱 더 명품을 향한 욕구와 집념이 너무 강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질병이 도질 것이니 역시 적당한 것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상 산채를 나가 뭔가 명품 비슷한 난을 발견하는 것은 대부분 우연의 결과이다. 나 역시 기대치도 않은 명품과의 조우를 간간이 했기로 하는 말이다. 경험 상으로 봤을 때 과욕을 부리지 않고 기대감 등 기심을 갖지 않고서 채란 산행을 하는 경우엔 정말 우연스럽게도 명품이 눈에 띄는 수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산에서 누가 무언가 좋은 것을 캤다는 소문이 돌고나면 그 산을 향해 달려가는 산채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실제적으로 요즘 인기가 있는 단엽종이 나왔다는 산들을 가보면 얼마나 뒤져댔는지 모조리 쑥밭을 만들어 놓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명품과의 조우는 정말 우연스러운 것이므로, 백날 소문 듣고 쫓아가봐야 그 곳에서는 더 이상 이런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쯤은 전문 산채꾼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런 소문의 유혹에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난을 아는 산채꾼이라면 더 이상 이런 일들을 벌려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진다.
나 역시 전문 산채꾼은 아니지만 적당히 만족하며, 쉬지않고 산행을 계속하다보면 예기치 않게 행운이 뒤따르리라 여겨지며 우연한 명품과의 만남이 언젠가는 이뤄지리라 생각되는 바이다.
............................................
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산채꾼들은 이러한 우연한 만남을 위해 기를 쓰고 산행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 님들도 오늘 님들이 원하는 것과의 우연한 만남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
참 재미있게 사시는분 이시군요
부럽 습니다~~~언제나 바다 낚시를 갈수가 있을 런지요?
늘 바쁜 생활 이다 보니 아직은 여유가 없 습니다
행복가득한 생활 되시길요
그간 안 좋은 일이 좀 있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바다낚시는 간간이 갑니다.
올해는 좀 더 수확을 해야만 할 텐데...
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써왔던 모든 산채기와 채란산행기를 삭제해버렸지요.
저는 글을 읽고 즐기시라고 그런 글들을 올렸는데 이런 결과를 가져와버렸어요.
이젠 어떤 채란기도 올리지 않을 계획입니다.
'나의 난수상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난인(蘭人) (0) | 2011.03.09 |
---|---|
난의 이름 (0) | 2011.03.09 |
난과 여자 (0) | 2011.03.09 |
난(蘭)과 아내 (0) | 2011.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