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씹는 소리

2011. 3. 10. 09:59나의 단상집

 우리 님들은 음식을 먹을 때 어떤 느낌을 받나요?
 음식을 먹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마시고, 씹고, 핥으고, 깨물고 등등 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이 중에서 음식을 씹을 때 입안에서 씹히는 음식들이 내는 소리들을 느껴보셨나요?
 정말 우리 님들이 그러한 음식 씹히는 소리들을 음악적으로 느끼셨다면 바로 당신은 예술적인 소질을 다분히 가지신 분입니다.
 고란초도 이런 씹히는 음식의 음악소리들을 모아서 오케스트라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데, 말처럼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를 '사운드 오브 뮤직'이 아니라 '사운드 오브 츄잉'이라고 제목을 붙이고서 일단 실험으로 들어가볼 생각입니다.
 이 글에는 저의 의과대학 은사님이셨던 손교수님의 문집 내용 중 극히 일부를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 고란초의 그림집에 있는 'music & dance'입니다.-





                                  사운드 오브 츄잉




 너무도 더웠던 지난 여름날이었다.
 장보러 가는 마누라를 따라 동부 재래시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온갖 채소들을 좌판에다 올려놓고서 팔고 있는 노점상들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정말 때깔 좋고 먹음직스러운 물외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 물외에 대해 물어보니 그 분이 직접 재배한 청정 무공해 물외라는 것이었다. 오냐, 잘됐구나 싶어 그 물외를 사기가 바쁘게 날씨도 덥고 목이 너무나 말라 한 입에 뚝 베어서 입안 가득 넣고서 씹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써그럭써그럭.
 이 얼마나 오랫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씹어서 나는 소리였던가.
 정말이지 이건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만 같은 입에서 나는 소리의 황홀경이었고, 예전에 미처 몰랐던 바로 그 음악소리였다.
 내가 왜 그간 이런 씹히는 소리를 몰랐을까?
 너무나도 환상적인 음악으로 들리는 그 소리에 반하고, 또 취하면서 그 물외의 쓰디쓴 꼭지까지 모조리 다 씹어서 삼켜버렸다.
 그러고나니 정말 듣고 싶었던 명음악 한 곡을 감상하고 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음식 씹히는 소리를 어느 명곡이 이에다 비기랴.
 그러고보니 우리네 음식들이 온갖 씹히는 소리들이 다 달랐다.
 익은 김치, 생김치, 싱건지, 짠지 온갖 김치마다 싸각싸각, 서그락서그락! 저마다 다른 소리들.
 동치미, 깍두기들 마다에서 써걱써걱, 사그락사그락! 죄다 다른 소리들.
 내가 문학가가 못 되고 음악가도 아니어서 못다 그려내는 소리 또 소리들.
 이런 소리들을 구분하여 표현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공적인 소리를 내어 동물을 유인하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다고 한다.
 낚시꾼이 붕어 월척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월척이 먹이를 한 입에 쏙 들이키고, 우물우물 씹어서 삼키는 소리를 내는 집어기를 달아서 물 속에 집어넣으면 월척들이 잘 모여든다고 하는데, 난 그간 수없이 민물낚시를 다니면서도 아직까지 한 번도 실험해보지 못했다.
 파블로브의 조건반사 실험을 보면 동물을 모이게 하거나, 음식을 먹게 하는 방법으로 종 소리니, 피리 소리니, 호루라기 소리 등 각종 소리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아차! 바로 그거였구나.
 바로 이런 소리로 동물이 유인되는 조건반사적인 함정에 바로 내가 걸려든 것이었구나.
물외 씹히는 음악 소리에 반하고, 씹히는 음악감상의 즐거움과 그 진한 행복을 느끼면서 그 물외를 꼭지까지 모조리 씹어서 삼켜댔으니 말이다. 
 외부에서 나는 소리는 청각신경을 타고 뇌중추에 치닫는데 음파가 고막을 두들기는 공기 전도 방법이 있고, 씹는 소리와 같이 직접 턱뼈를 진동시켜 전달하는 골전도 방법 2가지가 있다.
 나이 먹어서 고막이 낡고 굳어 바깥 소리에는 어두워져도 씹히는 소리만은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법이라서 늙다리도 먹는 재미로 산다. 씹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씹히는 음식이 내는 소리가 맑고 밝을 수록 훌륭한 자연식품이고, 무공해식품인 수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 조상들의 음식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느긋하게 천천히 여러가지의 음식들을 씹으면서 그 맛을 즐겼음을 알 수가 있다. 그 음식을 혀에 느껴지는 맛으로만 즐겼는지, 소리로 즐겼는지, 냄새로 즐겼는지, 눈으로만 즐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천천히 씹으면서 음미했다는 것은 그 씹는 소리를 음악처럼 느끼면서 즐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 바로 이건 씹으면서, 마시면서 울리는 숱한 음향들을 마음껏 즐기라는 바로 우리 영특한 조상들의 슬기가 아닌가싶어 무릎을 탁 치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부터는 각종 음식들의 사운드 오브 츄잉이다.
    풋고추 된장찍어, 아작아작.
    상치쌈, 울꺽울꺽.
    무말랭이, 도라지, 배추 등걸, 짜그락! 짜그락!
    갈빗대, 우드득!
    홀때기, 짤깃짤깃.
    막걸리, 꿀떡 꿀떡.
   올벼, 볶은 콩, 흰밤, 약술 음복하는 소리 ...  ... ...  ...!
   꿩만두, 짜각짜각.
   홍합, 꺼귀꺼귀.
   해파리, 사글사글.....

 소리를 내는 것 중에 오만가지 과일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 중에 소리라면 사근사근한 사과나 배보다 더 내키는 으뜸이 하나 있다.
Hint:
1) 잘 여문 아낙네 입술같은 우둘투둘 진홍빛이나,
2) 달세콤한 입맛 따위는 저리 가라이고,
3) 너무나도 매끈둥 연하게 다듬어진 바리톤의 낮고 작은 스타카토 소리를 내는 과일입니다.
4) 상상만해도 군침이 절로 넘칩니다.
울님들 어떤 과일인지 한 번 알아맞춰 보세요.
베스트 사운드 오브 츄잉!
그대 이름은 바로 딸기이나니....(손교수님의 글 철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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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음식을 이젠 양이나 맛으로만 먹지는 마세요.
바로 씹는 음악을 즐기면서 오래오래 씹도록 하세요.
그러면 더욱 건강한 모습을 보장해드립니다.
  우리 님들, 오늘부터 실천하시면 즉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저 고란초는 항상 여러분의 건강을 염려해드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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