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 관리와 색화 발색 요령
1. 도입
난을 키우면서 꽃을 피워 그 화형과 색감과 향기를 즐기는 것은 애란생활의 일년을 마감하는 작업이자 보람이며 큰 기쁨이고 새로운 시작이자 한 해의 농사를 검증 받는 시험대다. 이런저런 이유로 꽃대가 도중에 물크러지거나 말라버리는 일이 생겨, 혹은 꽃이 피었으나 만족스러운 색을 내지 못 할 때는 아쉬움 속에서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말이 쉽지 난을 키우며 꽃을 보는 데에 실패한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애란인이라면 그게 얼마나 잔인한 고통이었는지 잘 알고 있다.
2. 꽃을 피우기 위한 전제
앞서 말했듯이 난의 꽃은 일년 농사의 완성이자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설레는 만큼 조심스럽기도 하다. 즉, 꽃은 저절로 꽃대가 붙으면 잠시 지켜보다가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일시적인 통과의례가 아니라 일년 동안 정성으로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년 동안 난을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 병충해에 시달리지 않게 해주고 물도 적당히 주고 바람과 햇빛도 적당히 주어 난이 최적의 조건에서 자라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전년도에 꽃을 피운 난의 꽃대 제거와 그 이후의 처리 및 신아 관리에서부터 올해의 꽃대 관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누차 들은 얘기지만 난이 꽃을 피우는 것은 종족 번식 본능의 발현이다. 새 촉 한 두 촉으로 번식하는 것보단 꽃씨라는 수단을 통해 일거에 수십 만 개의 새로운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방편으로 꽃을 피운다. 난이 허약해져 스스로 죽음의 위기를 느낄 때도 자신을 희생하고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종족 보존의 본능이 발현되어 꽃을 피운다. 전자의 경우는 경사에 해당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비극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 난이 꽃을 피운 후 죽거나 무척 허약해져 비칠거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꽃을 피우려 할 땐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조치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난의 꽃눈과 새 촉의 잠아는 처음부터 구분돼 있는 것이 아니고 춘란의 경우 밤 최저온도가 25도 이상 되는 날, 즉 열대야가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난의 가구경(벌브)에 붙어 있는 잠아가 꽃눈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는 다른 난의 경우도 필요 온도에서 차이만 날 뿐 마찬가지다. 난이 꽃을 피우려면 이 잠아가 신아와 꽃눈으로 바뀌는 게 적정한 선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대부분은 난 스스로 알아서 조정하지만 그러지 못 할 경우, 즉 지나치게 많은 새 촉이 나올 경우 꽃을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절해 줘야 한다. 신아가 지나치게 많이 붙을 경우 대부분의 난이 꽃대를 붙이지 못 하거나 붙이더라도 촉수와 세력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수의 꽃대를 올리게 된다. 이는 꽃대를 올릴 때 난이 소모하는 에너지만큼이나 신아 한 대를 올릴 때 소모하는 난의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봄철 신아가 나올 때 좀 약하다 싶은 난들은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뒷촉의 잎이 누래지며 노대가 나는 현상을 경험한다. 이는 새 촉을 올리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제일 오래된 촉이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를 새 촉에게 밀어주고 자신은 죽어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신아를 올릴 때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신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난은 꽃을 피우는 데에 사용할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다. 또 그 해에 눈을 뜬 잠아가 다 신아로 변하여 화아분화기에 꽃눈으로 바뀔 잠아가 남아 있질 않다. 그래서 신아가 많이 오른 해엔 꽃대가 안 붙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감안하여 촉수가 어느 정도 되어 꽃을 볼 시기가 됐다고 판단되는 난일 경우 봄철에 모촉 네 촉에 한 촉의 비율보다 더 많은 신아가 올라오면 신아의 잎이 벌어질 무렵쯤 약하게 올라오는 새 촉은 적당히 솎아 주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난이 일본춘란 주금화 복지광이다. 복지광은 자체적으로 몸살만 하지 않으면 기존의 촉수에 관계없이 1.5촉 당 새 촉을 한 촉씩 올릴 만큼 번식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복지광을 대주로 만들기란 무척 쉽다. 그러나 대신 꽃대 붙이기가 다른 난들에 비해 무척 어렵다. 복지광이 어느 정도 촉수가 되면 꽃을 보기 위한 준비로 봄철에 너무 많이 붙은 새 촉을 적당히 솎아줘야 한다. 물론 열 서너 촉 이상의 대주가 되면 자체 세력이 충분하여 2.5촉에 새 촉 한 촉의 비율로 신아를 올리고도 꽃대를 서너 대 붙이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 겨울철 관리가 중요하다. 난이 영상 5도~10도 사이에서 두 달 이상 휴면을 취하지 않으면 꽃대를 못 올린다. 설사 꽃대를 올리더라도 부실하거나 꽃이 핀 후에도 제 성질을 드러내지 못 한다. 특히 혜란의 경우 영상 5도 이하에서 지나치게 차게 관리할 경우 꽃을 안 피우거나 아주 초라하게 피우는 경우가 많다. 원래 꽃대가 잘 안 붙는 철골소심의 경우 겨울에 영상 8도 이하의 온도에서 3일 이상만 노출되면 이듬해 꽃대를 안 붙일 확률이 80% 이상이다.
3. 화아분화(꽃눈 붙이기)
과거엔 위에서 언급한 난의 생리를 이용하여 난을 고생시킴으로써 억지로 난의 화아분화를 유도했으나 이는 바람직하지 못 하다. 세력이 튼튼한 난은 인위적인 화아분화를 유도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꽃대를 올린다.
(1) 춘란 장마가 끝난 후 7월 중순~하순 사이에 꽃눈이 형성되어 8월 중순이면 화장토 위로 올라오고 그 상태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2월 중순(중국춘란 고전명품)~4월 중순 사이에 꽃이 핀다.
(2) 한란 춘란과 비슷한 시기인 6월 중순~7월 중순에 꽃눈이 형성되어 8월 하순부터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여 11월 상순을 전후하여 핀다.
(3) 광엽혜란(보세란 계통)과 춘한란, 금릉변 춘란과 같은 시기에 꽃눈이 형성되어 보세란은 양력 12월 하순~2월 중순, 춘한란은 2월 초순~3월 중순, 금릉변은 4월 중순~5월 상순에 핀다.
(3) 관음소심, 철골소심 등의 추란소심 5월 중순경에 꽃눈이 형성되어 9월경에 꽃이 핀다.
(4) 옥화나 건란, 사계란같은 하란들은 4월에 꽃눈이 형성되어 6월 하순~8월 상순에 걸쳐 핀다.
(5) 풍란(부귀란)과 석곡(장생란)은 10월 상순~하순에 꽃눈이 형성되고 석곡은 이듬해 4월에 풍란은 이듬해 6월에 꽃이 핀다.
그래서 꽃을 피우고 싶을 경우 꽃눈이 맺히는 시기에 한 두 번 정도 물주는 간격을 두 배로 늘리고 햇빛을 많이 쪼여 준 뒤 질소질이 전혀 없는 화아분화촉진제를 한 두 차례 주거나 제1인산칼륨(KH2PO4) 1,000배액을 한 두 번에 걸쳐 관수해준다. 제1인산칼륨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긴 하지만,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며 어떤 과학적 연유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낸 사람이 없지만 경험적으로 화아분화를 유도하는 데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어떤 비료나 활력제를 주든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난이 병충해, 지나친 건조나 극심한 일교차, 갑작스러운 저온 등의 기후적이고 환경적인 원인이나 비료나 농약의 오남용 등으로 인해 난의 생리적 리듬이 깨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난은 우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꽃대를 올릴 여유가 없다. 그러다 그런 상태가 극심해지면 최후의 몸부림으로 자신을 죽이고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꽃대를 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꽃이 난의 일년 농사의 완성이 아니라 영원한 종말이 된다.
일단 꽃대가 붙으면 촉수에 비해 적정한 숫자의 꽃대가 붙었는지 먼저 확인한 뒤, 지나치게 많이 붙은 꽃대는 적정 숫자만 남기고 솎아 주어야 한다. 세 촉 이하의 난에 붙은 꽃대는 꼭 꽃을 확인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이 있는 난 아니면 따주고 세 촉 이상의 난일 경우 서 너 촉 당 꽃대 한 대 정도의 비율로 꽃대를 붙여두는 게 좋다. 만일 허약해져서 죽기 직전의 몸부림으로 꽃대를 단 경우라 판단되면 꽃대를 발견하는 즉시 과감히 잘라 주고 특별히 요양을 시켜 회복을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해마다 무리하게 꽃을 보려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한 번 꽃을 본 난은 한 2년쯤은 꽃대가 붙으면 따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계속 꽃을 피워도 괜찮을 만한 대주의 난이라도 가능한 한 꽃대 수를 줄이는 게 좋다. 특히 한란의 경우 매년 연속하여 3년 이상 꽃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안 그럴 경우 난의 세력이 현저히 떨어져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보다 앞선 난문화와 배양법을 지닌 일본은 같은 화분에서 3년 이상의 간격으로 한 번씩만 꽃을 피운다.
그런데 춘란의 경우 장마철 이전에 화장토 위로 올라오거나 10월 이후 화장토 위로 올라오는 꽃대들이 있다. 이 경우 둘 다 제거해 주는 게 좋다. 색화의 경우 이 두 경우 다 제대로 된 발색을 유도하기가 불가능하다. 또 춘란의 경우 꽃눈이 형성된 후 약 300일~330일이 지난 후 꽃이 피고 온도가 25도 이상 되면 피지 못 한 꽃대는 말라버린다. 따라서 늦게 10월 이후에 올라온 꽃대가 피는 시기는 300일 내지 330일이 지난 시점이면 이듬해 4월 중순 이후가 된다. 그 때쯤이면 산에선 아직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꽃이 피지만 주택가 난실에선 이미 3월 중순이후부터 25도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도저히 피질 못 한다. 강제로 피우더라도 일찍 붙은 꽃대와 성장 정도가 달라 꽃대도 짧고 꽃도 더 작은 상태에서 피게 돼 전시회에 내면 관상 측면에서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4. 꽃대 관리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꽃대가 올라왔을 경우, 그 꽃대가 꽃이 피기 전까지 말라버리거나 물크러지지 않게, 또 춘란이나 한란의 경우 색깔을 내기 위해 일정한 조치를 취해 줘야 한다. 우선 난에게 있어서 꽃대는 생존의 우선순위에서 가장 나중에 속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난이 병에 걸리거나 뿌리가 상하는 등의 장애를 겪거나 진한 농도의 비료나 농약을 살포하여 난이 몸살을 앓을 경우, 지나치게 물을 많이 주거나 적게 줄 경우, 우선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생존에 가장 불필요한 부분, 즉 꽃대부터 과감하게 내버린다. 그래서 꽃대가 말라버리거나 물크러져 버리거나 시들어버린다. 그래서 꽃대가 붙은 난일수록 생체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관리를 해줘야 무사히 꽃을 피울 수가 있다. 그럼 여기서 겨울철이 되기 전까지 어떻게 꽃대를 관리해야 할지, 꽃대관리에 관여하는 조건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1) 물 주기 물은 평상시처럼 절대 과하지도 않고 인색하지도 않게 적당한 때, 적당하게 말랐을 때, 적당한 시간대에, 적당한 간격으로 적당한 요령에 따라 주면 물 주기 때문에 꽃대가 망가지는 일은 없다. 물을 너무 자주 주면 과습이 되어 꽃대가 물크러지고 너무 더디 주면 건조하여 꽃대가 말라버린다.
(2) 햇빛 햇빛은 꽃눈이 맺히는 단계에서부터 필 때까지, 또 꽃의 색깔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모든 식물이 거의 다 그렇듯 난의 잎과 꽃은 뿌리와는 반대로 태양빛을 찾아 따라가는 향일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햇빛이 한 쪽에서만 비칠 경우 꽃대가 햇빛이 드는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원인이 된다. 꽃이 그렇게 태양빛을 추구하면서 색과 화형이 결정된다.
한국춘란, 일본춘란, 중국춘란 무향종 중 소심, 복륜화, 기화, 산반화 등의 비색화와 중국춘란 고전명품(을희, 오봉, 비보, 대홍주사, 주순취, 홍용자, 자운영, 천사황 등의 색화 포함)과 하란과 추란 등의 세엽혜란, 풍란, 석곡, 보세란, 한란 황화와 백화를 제외한 소심 및 색화 등은 햇빛을 최대한 많이 쪼여주어야 꽃의 색도 좋아지고 튼튼해지며 향도 진해지고 제 성질을 제대로 드러낸다. 다만 햇빛의 방향 때문에 꽃대가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만 막아주면 된다.
그러나 한국춘란, 일본춘란, 중국춘란 무향종 색화들 중 홍화, 주금화, 황화, 자화 및 복색화는 일정기간 동안은 햇빛을 차광해 주는 것이 제 색깔을 내는 데에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식물의 초록색을 형성하며 생존활동에 필수적인 엽록소를 만들어내는 데에 햇빛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색화의 경우 엽록소는 최대한 억제하고 본연의 색소만 최대한 발현시켜야 좋은 색상의 꽃이 된다. 이를 위해 화통을 만들어 씌워준다. 엽록소는 고온에서 그리고 빛에 의해서 합성이 되기 때문에 우선 고온 상태가 지속되는 여름과 가을엔 일차적으로 빛을 완전 차단하여 색화에 엽록소가 형성되지 못 하게 만든다. 즉, 빛이 없는 어두운 데서 자란 콩나물이 누렇게 되는 현상을 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장토 위로 막 올라온 꽃대는 너무 작기 때문에 화통을 씌워 줄 수가 없다. 따라서 화장토를 높이 쌓아올려 차광을 해주든지 수태나 산태(산이끼)를 덮어주어 우선 꽃대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준다. 이 때 수태는 물기가 마르면 수축력이 강해 꽃봉오리를 짓눌러 화형이 길게 늘어지도록 변형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수태보다는 산태가 유리하다. 산태는 바짝 말라도 자체 신축력이 있어 꽃망울을 짓누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태는 습하면 썩어 유해가스를 내뿜어 난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므로 참고해야 한다. 그러면서 꽃대를 수시로 계속 살펴봐야 한다. 춘란의 꽃대는 겨울이 되기 전까지 3~5cm미터까지 자라기 때문에 화장토나 산태 등으로 덮어두어도 어느 순간 자라서 위로 불쑥 솟아 있을 수가 있기 때문에 빛에 노출되지 않게 계속 주의하다가 덮어준 화장토나 산태 위로 노출되기 직전이 되면 화통을 만들어 씌워준다.
한란의 경우 꽃대가 약 10cm 정도 자라면 꽃대 신장을 위해서 화통을 씌워준다. 풍설같은 백화나 금치, 가구야희매, 황룡, 금각 등등의 황화는 발색을 위해 화통을 씌운다. 한란의 화통은 춘란의 화통과는 모든 점에서 다르다. 그런 화통들에 관한 것과 화통을 벗기는 시기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다른 난들은 화통을 씌울 필요가 없다.
(3) 적당한 비료, 즉 영양분의 공급 과거엔 꽃대가 붙은 난은 화아분화가 되는 때부터 시작해서 꽃이 필 때까지 일체 비료를 안 주거나 적어도 질소질 성분이 없는 비료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난은 성장에서부터 꽃을 피우기까지 질소, 인산, 칼륨 등을 위시한 모든 영양소가 복합적으로 균형 있게 작용하는 것이지 어느 한 두 가지 성분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진 가을철 꽃대가 붙은 난은 비료를 굶기거나, 직접 만들어 농도가 검증되지도 않은 볏짚 태운 물, 즉 잿물 등을 무조건 주는 무모함을 저질러 왔다. 그러나 색화 발색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앞선 일본에선 최근의 연구 결과와 경험을 토대로 일정 분량의 질소질 비료를 꾸준히 공급할 때 꽃의 충실도나 색이 더 좋다고 한다.
사실 난의 꽃도 난의 일부라고 한다면 영양분을 충분히 축적한 난이 자신의 본래 특성을 더 잘 발현시킬 것이란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그래서 오늘날 진한 색깔의 색화를 피우는 일본의 애란인들은 하나같이 봄철엔 질소질이 많은 비료로 성장과 내실을 유도하고 가을엔 질소질이 봄비료보다는 적되 적당히 함유된 비료를 충분히 줌으로써 훌륭한 꽃을 피워내고 있다.
(4) 기온, 습도 및 통풍 겨울 전까지는 다른 일반 난들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 맡겨두고 키우면 무난하다. 적정 습도를 유지하면서도 통풍도 이상적으로 유지시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나라같은 기후조건에선 불가능하다. 그러나 밤낮의 온도차가 심한 우리나라 가을 날씨는 꽃대를 튼튼하게 해주고 또 색화의 경우 색소 형성에 아주 좋은 조건이다. 늦가을 밤 온도가 최저 영상 5도 이하로 갑자기 떨어져 난이 냉해를 입지만 않게 해주면 된다. 냉해를 입으면 꽃대부터 상하기 때문이다.
한란은 가을철에 꽃대를 올리고 피우는데 색화의 경우 저온일 때 색이 더 진해지고 꽃대는 덜 신장하며 고온일 땐 꽃대는 길게 신장하나 색이 흐려진다. 그래서 한란은 꽃색도 진하면서 꽃대도 쭉 뻗을 수 있도록 화통을 씌워 어둡게 해주되 기온은 가능한 한 차게 해주는 것이다.
5. 겨울철의 꽃대 관리
겨울은 여름이나 가을과는 달리 난이 성장을 멈추고 휴면하는 시기이며 기후적으로도 자연 대기 조건에 내버려두면 안 되는 시기다. 따라서 이 시기에 꽃대도 가장 많이 다치게 된다. 겨울철 꽃대 관리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은 물 주기, 온도, 햇빛 세 가지다.
(1) 물 주기 여름철이나 가을철처럼 난석이 적당히 말랐을 때 주면 된다. 이미 말했듯이 너무 자주 주면 과습으로 꽃대가 물크러지고 뿌리가 썩으며 너무 더디 주면 건조해서 꽃대가 시들어버리고 난이 생체 리듬을 잃게 된다.
(2) 온도 겨울철엔 적정 온도 범위에서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난이 다 저온에서 휴면을 하고 있다. 따라서 꽃대도 그 휴면 온도를 유지해 줄 때 조금씩 여물며 꽃 피울 봄을 준비하게 된다. 12월부터는 보세란이나 춘한란의 꽃대는 성장하기 시작하고 풍란, 석곡, 춘란은 꽃대가 자라지 않고 멈춘 채 겨울을 난다. 풍란 석곡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휴면온도만 유지시켜 주면 되지만 춘란은 다르다.
춘란은 영상 15도가 넘어가면 성장을 한다. 따라서 꽃대는 봄이 된 줄 알고 키도 크기 전에 필 준비부터 한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춘란은 피어야 할 시기보다 일찍, 화장토에 붙은 채로 난쟁이 상태로 꽃을 피워 버린다. 물론 꽃을 피운 후 약 5cm까지는 더 성장을 하지만 꽃대가 잎 위로 쭉 뻗어 올라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며 관상가치도 많이 떨어지고 또 너무 일찍 피게 되어 전시회 등을 준비했던 애란인들은 낙담하기 일쑤다.
심할 경우 겨울철 낮 시간의 고온 때문에 꽃대의 포의가 말라버리고 더 심하면 꽃대 자체가 말라버린다. 포의가 말라버린 꽃대는 성장도 하지 않으며 꽃도 피기 어렵다. 이 경우 포의가 말라 들어가는 초기에 포의를 까버리면 그 상태로 꽃을 피우기는 하나 꽃대는 신장하지 못 한다.
따라서 겨울철엔 저온, 즉 영상 5도~10도를 철저히 유지해 줘야 한다. 특별히 춘란 색화라면 영상 3도~5도 사이를 24시간 내내 두 달 이상 유지시켜 주면 가장 이상적인 색으로 발색한다. 왜냐하면 색화의 색을 탁하게 만드는 엽록소는 저온에서 분해가 되어 꽃에 나타나지가 않고 홍화, 도화, 자화 등을 결정해 주는 화청소는 저온에서 합성되고 고온(18도 이상)에서는 분해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또 겨울철 저온에서 충분히 휴면한 난의 꽃대는 피기 직전에 길게 신장을 하고 튼튼하다. 특별히 을희, 오봉 등등의 중국춘란 고전명품계열의 색화는 겨울철 저온에서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 하면 색이 몹시 흐려지고 주순취, 자운령, 홍용자, 천사황 등의 중국춘란 고전명품계열의 자화는 그저 파랗게 피고 만다.
(3) 햇빛 겨울철 적당한 햇빛은 난에게는 필수적이다. 다만 햇빛은 온도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햇빛은 충분히 주면서 온도를 적정한 휴면온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데 이 햇빛은 색화의 발색과 꽃대를 튼튼하게 해주는 데에 필수적 요소다. 홍화, 자화, 도화 등을 형성하는 색소는 햇빛이 있어야 합성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한란 고전명품 색화들은 저온에서 햇빛을 충분히 받을수록 색이 더 진해진다. 두 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킬 수 없을 경우 저온에서만 겨울을 나게 해줘도 그런 난들은 색이 아주 좋아진다.
6. 화통의 만들기, 기능 및 사용법
화통의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재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투명하거나 일부 빛을 투과시키는 재질은 화통으로서는 부적격하다. 더러 일부 애란인들 중에 꽃대가 물크러지는 원인이 화통 때문에 공기가 통하지 않고 화통 속이 과습해서 그런 것이라 잘못 생각하고 통기성이 좋은 재질로 만들어 씌우거나 화통의 윗부분을 막지 않고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빛이 투과되어 색화 발색에 치명적이다. 앞서 말했듯 꽃대가 물크러지는 것은 물 주기가 잘못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통은 대개 알루미늄 호일이나 두꺼운 검은색 마분지를 많이 이용한다. 알루미늄 호일은 구하기도 쉽고 화통을 만들기도 쉬우며 열전도율과 차광율이 아주 좋아 아주 이상적인 화통의 재료다. 그러나 한란 화통은 그런 재질이 아닌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광고지같은 종이가 가장 좋다.
화통은 한 번 만들어 씌우면 벗길 때까지 그냥 두는 게 아니라 꽃대의 성장에 따라 차츰 길고 굵은 것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춘란의 화통은 세 번쯤 크기를 달리해서 바꿔준다. 처음, 꽃대가 북돋워준 화장토 위로 올라오는 9월 초엔 길이 5cm, 지름 1.5cm 크기로 씌워줬다가 꽃대가 어느 정도 성장하는 11월 중순경이 되면 길이 10cm, 지름 2~2.5cm 정도의 좀 큰 것으로 바꿔주고 2월 초순경 휴면기가 끝나가고 꽃이 피려는 준비를 할 때쯤 길이 15~20cm, 지름 3cm 이상 되는 큰 것으로 바꿔주어야 꽃이 화통에 짓눌려 화형이 일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란의 화통은 처음 꽃대가 10cm쯤 자랐을 경우 길이 50cm, 지름 10cm 정도의 화통을 씌워줬다가 꽃대가 화통 위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쯤 길이 80~100cm, 지름 20cm 정도의 굵은 것으로 바꿔주어 꽃송이가 벌어지면서 화통에 짓눌리지 않고 어두운 데서 꽃대가 쭉쭉 신장하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꽃이 피려고 꽃송이가 통통해질 때 벗겨준다. 단 풍설이나 금치, 황룡, 가구야희매, 금각 등의 황화는 꽃대가 나올 때부터 길이 50cm, 지름 10cm의 화통을 화장지 등으로 윗부분을 막아 빛을 완전 차광해 주어야 제 색깔을 낼 수 있다. 어느 정도 자라면 더 큰 화통으로 바꿔준다. 화통은 꽃이 피기 직전에 벗겨준다.
화통의 역할 내지 기능은 햇빛 차단, 꽃대에 닿는 급격한 온도변화 방지 및 건조방지 등이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이라면 역시 햇빛의 차광이다. 앞서 말했듯, 햇빛의 영향으로 꽃에 엽록소가 형성되면 색화의 색이 탁해질 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 태양열이 직접 꽃에 닿으면 표면 온도가 많이 올라가 색화를 결정하는 색소는 파괴되어 버리고 대신 엽록소가 형성되어 색화가 아닌 민춘란으로 피게 되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애란인들의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화통을 씌우면 그 자체로 없었던 색소가 형성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니다. 화통은 난꽃이 지니고 있는 본래 색소가 엽록소의 영향 때문에 탁해지지 않게 엽록소 생성을 막아줄 뿐이다. 따라서 화통을 씌우면 색이 맑고 진하게 나오되 씌우지 않아도 색이 탁하거나 연할 뿐 본래 색은 지니고 있는 꽃이어야 진정한 색화라 할 수 있다. 사실 색화 중에서 아파트 베란다같은 난실에서 키우다 보면 어떤 난은 한 해는 색이 잘 들어오다 어떤 해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민춘란으로 피는 것들도 있다. 이는 꽃대를 늦게 발견하여 화통을 늦게 씌우는 통에 엽록소가 이미 다 형성돼 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특별히 겨울철 저온관리가 잘 안 돼 색소가 발현되지 않은 게 또 하나의 원인이다. 어쨌든 그런 난은 우수한 색화라 할 순 없다. 일본의 경우 무수한 색화들 중 그런 난들은 다 퇴출시키고 화통처리 여부에 관계없이 저온처리만 하면 탁할지언정 본래 색이 어느 정도 나타나는 난들만 대부분 등록하여 보존하고 있다. 따라서 좋은 색화의 난이란 번식도 잘 되고 꽃대도 잘 붙으며 화통을 안 씌워도 저온처리만 해주면 선천적으로 색을 발현시키는 난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춘란 홍화 여추같은 난은 그런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데다 화형과 화색마저 우수하여 정말 좋은 난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렇다면 화통은 언제 벗겨 주어야 할까? 그것은 색화별 발색법에서 함께 다루기로 하자.
7. 색화별 발색법
중국춘란 고전명품, 한국춘란 및 일본춘란 소심, 기화, 복륜화, 산반화, 보세란 등은 화통을 씌우지 않고 가능한 한 저온에서 일반 난들과 똑같이 관리한다. 하란, 사계란, 추란소심, 풍란, 석곡 등은 화통은 물론 별도의 온도관리도 필요치 않다. 따라서 여기선 한국춘란 및 일본춘란과 중국춘란 무향종의 색화에 대한 발색법만 살펴보자.
(1) 홍화와 도화 조기 차광과 겨울철 저온관리가 필수적이다. 홍화의 색을 결정하는 홍색 화청소는 저온에서 합성되고 홍화의 색을 탁하게 하는 엽록소는 고온과 햇빛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에 화통을 씌워 차광을 하면 고온이 지속되는 여름과 가을엔 엽록소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고 겨울에 차광한 상태에서 저온을 유지하면 엽록소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홍색 화청소가 합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홍색 화청소는 햇빛의 도움이 있어야 형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꽃이 필 때까지 화통을 씌워 빛을 차광하면 선천적인 일부 홍화(꽃이 핀 뒤 색이 점점 탈색되어 며칠 후엔 희끄무레한 분홍색으로나 남거나 아예 미색으로 탈색돼 버리는 난이 종종 많이 있다.)를 제외하고는 누리끼리한 색으로만 핀다. 따라서 홍화는 좀 일찍 화통을 벗겨줘야 한다.
정상적인 시기에 꽃눈이 붙고 화통을 씌워준 홍화라면 1월 중순~2월 중순 사이에 화통을 벗겨주고 저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햇빛을 쪼여준다. 이미 성질이 확인된 일본춘란 등록품들같으면 그 특성에 따라 벗겨주면 되지만 아직 확인이 안 된 한국춘란의 경우, 잎이 두꺼운 난은 꽃잎도 두껍게 피기 때문에 일찍 1월 20일경에 벗겨주어 햇빛을 쪼여주고 잎이 얇은 난은 꽃잎도 얇게 피기 때문에 늦게 2월 초순이나 중순에 벗긴 뒤 햇빛을 쪼여준다. 예를 들어 일본춘란 여추, 수홍 등은 1월 말경에 벗겨주고 가마나 만수같은 난은 2월초에 벗겨 준다. 또 홍양이나 천홍양같은 난은 2월 10일쯤 벗겨준다. 극홍의 경우 정상적으로 화통을 씌워줬을 경우 1월 말경에 벗겨주되 만일 꽃대를 늦게 발견했다면 차라리 화통을 씌우지 않고 그냥 햇빛에서 저온으로 관리해 주는 게 꽃색을 더 선명하게 낼 수 있다. 도화는 홍화에 준하면 된다.
(2) 황화 황화는 색소 중에서 황색을 결정하는 등황소가 발현되어 핀 꽃이다. 등황소는 모든 식물에는 자체적으로 내재돼 있기 때문에 엽록소만 억제하면 자연히 드러난다. 그늘에서 자란 콩나물의 색깔이 노란 것은 바로 엽록소가 억제되고 이 등황소만 발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의 황화의 등황소는 콩나물의 등황소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난의 황화는 다른 식물들보다 등황소가 저온에서 더 진하게 발현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엽록소는 아무리 차광을 하여 발현을 억제시키더라도 다시 햇빛을 쪼여주면 다시 합성이 되지만 진성 황화의 경우 다 세포조직이 굳어진 후에는 엽록소가 형성되지 않는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진성 황화와 가성 황화의 차이점이다.
등황소 역시 고온과 햇빛에선 분해되고 저온과 차광상태에서 합성 내지 발현되기 때문에 조기 차광과 저온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황화의 발색 원리는 홍화와는 달리 색소가 합성되는 것이 아니라 엽록소만 파괴된 채, 원래부터 내재해 있던 황색의 색소가 대신 강하게 발현된다는 데에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저온에서 계속 관리를 하면서 화통은 꽃이 필 때까지 씌워 두었다가 꽃이 피기 시작할 때 벗겨주고 갑자기 햇빛을 쪼여주면 등황소 위에 연하게 덮여 있던 녹색의 엽록소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파괴돼 벗겨지며 황색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선천성 황화의 경우 이미 화통 속에서 엽록소가 전혀 형성이 안 되고 등황소만 발현된 채 세포조직이 굳어져 꽃이 피었다 질 때까지 그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지만 후천성 황화는 제대로 고착되지 못 한 엽록소가 세포조직 표면에만 걸쳐 있다가 갑자기 햇빛을 받음으로써 탈색이 돼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결과 세포 조직에 고착돼 있던 등황소가 엽록소가 탈색된 자리에 대신 나타나는 것이다. 이 현상을 애란인들은 흔히 황색이 녹을 밀어낸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후천성 홍화나 후천성 주금화에서도 동일한 원리로 나타난다. 이 경우 햇빛을 쪼여주지 않아도 녹이 벗겨져 나간다. 다만 속도만 느릴 뿐이다.
(3) 주금화 주금화는 홍색과 황색이 섞여서 나타난 주황색에 가까운 색을 일컫는다. 즉, 주금화는 화청소와 등황소가 함께 섞여 있는 꽃이다. 따라서 발색과정이 천차만별이고 예상외로 어렵다. 봄철에 산엘 가면 주변에 호수가 있어 다른 곳보다 겨울 기온이 더 낮은 지역이었거나 북쪽 그늘진 곳에서 핀 꽃들은 겨울 혹독한 추위에 등황소가 발현됐다가 봄이 되어 온도가 오르고 햇빛을 받아 엽록소가 탈색되면서 누리끼리한 주금색 비슷하게 핀 난들을 많이 본다. 이는 민춘란들이지만 저온에서 엽록소가 세포조직 속에 착색되지 완전히 못 하고 표면에 일부 불안정하게 걸쳐 있다가 햇빛에 엽록소가 탈색되며 등황소와 함께 결합되기 때문에 나타난 생리장애일 뿐 주금화가 아니다. 이는 홍색을 발현하는 화청소가 없기 때문이다.
주금화 역시 화통을 씌워 초기 차광과 저온관리는 필수적이고 등황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황화의 경우처럼 꽃이 필 때까지 화통을 씌워 두어야 한다. 그런데 주금화에는 화청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가 홍색에 가까운 주금화(흔히 주홍화라 부름. 일본춘란 복지광과 다마지석영이 좋은 예.)가 있고 화청소와 등황소가 엇비슷하게 들어가 있어 잘 익은 귤의 과육같은 주황색을 띤 주금화(흔히들 주황화라 부름. 일본춘란 일신이나 옥영, 부사지석영 등이 좋은 예.)가 있고 등황소가 더 많이 내포되어 황금색에 가까운 색을 보이는 주금화(흔히 주등화라 부름. 일본춘란 광림이나 서운향, 서황 등이 대표적인 예.)가 있다. 일본춘란 주금화의 경우 대부분 선천성이기 때문에 화통 속에서 이미 제 색깔이 발현되어 꽃이 피면서 그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다.
한국춘란 주금화나 중국춘란 무향종 주금화의 경우도 다 그러하다. 따라서 주금화는 화통을 벗긴 후 햇빛을 쪼이면 색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전혀 옳지 않다. 오히려 주금화는 엽록소, 화청소, 등황소 세 가지 색소가 다 있다가 엽록소가 탈색 내지 변색된 채 약간 남고 화청소와 등황소가 불안정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햇빛을 쪼이면 오히려 색이 탈색되는 결과만 낳는다. 후천성 주금화 역시 후천성 황화처럼 엽록소가 세포조직 표면에 불안정하게 남아 있다가 빛을 받아 탈색되는 것이지 색소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햇빛을 안 쪼여도 녹은 빠진다. 사실상 주금화의 주된 색소는 화청소보다는 등황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금화를 발색시킨답시고 햇빛에 노출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짓이다. 등황소가 위주이기 때문에 햇빛에 변색이 되기 때문이다. 주금색을 결정하는 등황소와 화청소는 저온에서 아주 잘 결합하고 고온이 되면 분리가 된다. 즉 탈색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주금화는 화통과 관계없이 색이 드는 주금화다.
(4) 자화와 자홍화 자화는 홍색을 결정하는 화청소와 녹색을 결정하는 엽록소가 유전적으로 한데 뒤섞여 함께 발현된 꽃이다. 그래서 화청소가 위주인 홍화를 엽록소 차단을 못 해 발색에 실패하면 자화 비슷하게 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 자화를 결정하는 화청소와 엽록소 둘 다 햇빛을 받아야만 합성되어 발현된다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화청소는 저온에서 합성되고 엽록소는 저온에서 분해된다는 게 차이점이다. 따라서 자화의 발색에 있어 엽록소를 너무 억제하면 거무튀튀한 홍화처럼 되고 엽록소를 너무 발현시켜 버리면 녹색의 민춘란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비율을 적당히 잘 조절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꽃눈이 처음 맺힌 초기 단계, 즉 기온이 높은 여름과 가을엔 엽록소만 억제하기 위해 화통을 씌워 차광하고 그 이후 일찍 화통을 벗기고 저온에서 관리해 줌으로써 엽록소와 화청소가 동시에 발현되게 해줘야 한다.
자화는 초기에 화통을 씌웠다가 12월 초순, 추워져 난이 휴면에 들어갈 무렵부터 화통을 벗겨 저온에서 햇빛을 많이 쪼여 줌으로써 화청소와 엽록소가 동시에 적당하게 형성되고 세포조직 속에 고착되도록 해주는 게 비결이다. 그런데 자화를 결정하는 화청소와 엽록소는 전혀 다른 두 성질의 색소가 기계적으로 하나씩 저온과 차광 및 햇빛관리라는 인위적 조건에 의해 임시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함께 결합돼 있다. 따라서 화통 속에서부터 대부분 까맣게 보일 정도로 색소가 형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후천성 자화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하지만 겨울철 온도가 올라가고 햇빛이 강하면 화청소 대신 엽록소가 더 강해져 자색이 탈색돼 녹색으로 변해가게 된다. 그런 두 색소의 유전적 결합이 어렵기 때문에 불안정하게 기계적으로 결합돼 있는 자화가 많다. 꽃봉오리 때는 자색이 충만하다가 꽃이 핀 순간부터 순식간에 다 날아가 버리고 파란 민춘란으로 변하는 가짜 자화가 무척 많다. 자홍화의 경우 화청소가 더 강하게 결합된 난으로 자화의 발색 요령에 준하면 된다.
(5) 복색화 복색화에는 무늬의 색이 꽃잎 가장자리에 복륜의 형태로 물리는 복륜복색화(일본춘란 일륜이 대표적)와 색이 꽃잎 중앙부에 중투 형태로 들어가는 중투복색화(한국춘란 태극선이나 신비가 대표적), 그리고 호나 산반 형태로 꽃잎 전체에 줄무늬 형태로 들어가는 호복색화 혹은 산반복색화(일본춘란 도산금, 대홍 등이 대표적)가 있다. 그런데 그 무늬의 색이 홍색, 주금색, 또는 자색 중 어느 색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홍복색, 주금복색, 자복색 등으로 나뉜다.
복색화는 그 어떤 형태가 됐든 화통처리 여부에 관계없이 저온 관리만 잘 해 주면 색이 잘 들어간다. 더러 저온 관리에 실패해 비교적 고온에서 겨울을 나더라도 복색화는 대체로 제 색을 발현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명한 색을 내기 위해선 역시 화통처리와 저온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복색화는 화통처리를 잘못하면 엽록소가 발현되지 않아 녹색이 거의 사라져 색깔 대비가 불분명해져 아주 보기 싫은 꽃이 되거나 제 특성을 살리지 못 하게 된다.
겨울철 저온에서 관리하는 것은 똑같지만 화통을 자화처럼 12월 초순에 일찍 벗겨 주고 햇빛을 쪼여준다. 그런데 자화와는 달리 화통을 언제 씌우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과거엔 복색화도 다른 색화들처럼 꽃눈이 맺힐 때부터 차광을 했다가 12월 초순에 화통을 벗겨 줬으나 그러다 보니 녹이 연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 일본에선 초기엔 차광을 하지 않고 그대로 햇빛을 쪼여주어 엽록소를 발현시켰다가 꽃대가 2cm미터쯤 자라 다른 색화들의 경우 수태나 산태, 혹은 북돋워준 화장토를 걷어내고 화통을 씌워줄 무렵부터 화통을 씌워 주었다가 12월 초순에 벗기는 방법을 더 많이 쓰고 있다.
(6) 백화 백화는 대부분 선천성(중국춘란 운남설소, 사란백화, 설란백화 등이 대표적)이기 때문에 화통처리나 저온관리에 관계없이 백화로 피지만 더러는 화통처리를 하지 않으면 녹색을 띤 미색으로 피어 관상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화통처리를 하여 엽록소를 억제시켜야 하는 후천성 백화도 많다. 한국춘란과 일본춘란의 백화일 경우 약으로 만든 가짜가 많이 돌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잎에 산반이나 서반 무늬가 2대, 3대째 신아에서도 계속 나오는 백화가 아니면 믿어선 안 된다. 아무튼 후천성 백화의 경우 황화에 준해 화통처리를 해주고 저온관리를 해주면 된다.
(7) 복륜화 복륜화와 산반화, 소심은 화통을 씌워주지 않아 녹색과 무늬의 대비가 선명하도록 해주는 게 원칙이지만 황복륜화(한국춘란 월출이 대표적)나 황산반화의 경우 그 무늬의 황색을 더 선명하게 하기 위해 자화처럼 초기에 화통을 씌웠다가 11월 말경에 벗겨 햇빛을 강하게 쪼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칫 실패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자신 없으면 화통을 씌우지 않는 게 안전하다.
8. 꽃대 신장 및 피우기
전시회에 출품을 하기 위해서는 꽃대를 길게 신장시키고 꽃도 피워야 한다. 꽃대가 자라지 않아 화장토 바닥에 붙어 피거나 너무 자라 잎과의 균형이 깨지거나 꽃대가 힘이 없어 옆으로 처지고 드러눕는다면 역시 관상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꽃대를 적당히 그리고 튼튼하게 올리려면 우선 겨울철 저온에서의 충분한 휴면과 꽃이 필 때까지 햇빛을 충분히 받아 꽃대 조직이 튼튼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다. 저온에서 휴면을 하지 못 하면 꽃대가 자라지 못 하고 바닥에 붙어 피어버리고 햇빛을 못 받으면 길게는 자라지만 힘이 없어 꽃대가 서 있질 못 한다.
그래서 2월 10일 이후부터는 난실 온도를 하루 1도 정도씩 서서히 올려주어 난이 휴면에서 깨어나도록 유도를 하고 따라서 꽃대의 신장도 유도를 한다. 아파트에선 낮에 창문 열어두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줄임으로써 가온 효과를 가져오게 한다. 그렇게 하면 전시회가 열리는 한 달 후쯤이면 꽃대가 적당하게 올라 꽃이 핀다. 꽃대는 잎이 옆으로 휘어지기 시작하는 부분에서 약 5cm~10cm정도 더 올라가 꽃이 피도록 신장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리고 꽃송이들이 전부 다 전면을 향해 피도록 분재용 철사를 감아 봉오리의 방향을 매일 조금씩 살살 틀어주는 게 좋다. 이는 봉오리가 벌어지기 직전부터 해주어야지 더 늦게 하면 자칫 꽃대가 부러져 버린다.
전시회 일정에 맞춰 꽃대가 신장하지도 않고 피지 않으면 강제로 꽃대를 올리고 강제로 꽃을 피우는 방법을 쓴다. 예를 들면 목욕탕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그 위에 철제 난대를 놓고 난을 걸쳐놓고 어둡게 해준다. 그러면 늦어도 일주일 정도면 꽃대가 충분한 높이로 자라고 꽃도 핀다. 아니면 온도 20도 이상, 습도 80% 이상 되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난을 그 곳으로 옮겨 꽃대를 신장시키고 피우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피운 꽃은 색화의 경우 색이 탈색되고 화형도 일그러지는 경우가 많고 꽃대가 힘이 없어 축축 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한 경우 꽃이 지고 난 뒤 새 촉이 안 나오거나 뿌리가 상하고 더 심한 경우 여름에 병으로 죽기도 한다. 따라서 피치 못 할 경우가 아니면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그러지 않고 성공 확률은 낮지만 분갈이를 한 뒤 난대 상단으로 옮겨 줌으로써 난에게 자극을 주어 강제로 잠을 깨워 꽃대를 신장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난에게는 안전한 방법이지만 꽃대가 제대로 신장하지 않고 피지도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9. 꽃을 피운 난의 사후 관리
전시회 출품 등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위해서가 아니면 꽃은 2~3일 동안만 감상하고 꽃대는 가능한 한 일찍 잘라주고 바이오레민 2,000배액, 하이아토닉 500배액, 베스트원 1,000배액, HB101 2,000배액같은 활력제를 일주일 간격으로 한 두 번 정도 물 준 후 관수해 주어 난이 세력을 잃지 않고 회복을 하도록 도와주어 다음해의 꽃대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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