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1. 15:04ㆍ화가의 인생이야기
우리 님들 빈센트 반 고호의 인생 이야기 여섯번째로 고호가 귀를 자르고 고갱과 헤어진 후 정신질환이 심해져 쌩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화실 주변에서도 마치 미친 사람처럼 취급 당하고 고립을 당하는 고호의 말년은 정말 비참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우리 님들 고호의 인생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시죠.
빈센트 반 고호의 인생 이야기
제6편
빈센트는 곧 정신병의 발작에서 회복했으며 한동안은 정상인 것 같았다. 문제의 매춘부에게 찾아가서 고열로 정신이 없어서 귀를 보내게 됐노라고 정식으로 사과했다. 여인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했다. 사실 아무도 상관할 사람이 없었다. 그와 비슷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호가 그린 '귀를 자른 초상화'입니다. -
아를르에선 누구든지 약간 미쳐 있었다. 남풍과 너무나 환상적인 빛깔의 꽃들, 빈센트는 “그저 예술가적인 괴벽이 잠간 나타났던 거라고 믿고 싶다.”라고 테오에게 썼다. 그는 다시 화실로 돌아가 그림을 계속했는데 이번엔 고갱이 없이 혼자서였다. 고갱은 이 모든 사건에 대해 이상스런 태도를 보였다. 빈센트가 발작을 일으킨 다음 날 아를르를 떠나 브리타니로 가버렸으며, 빈센트와의 우정 따위는 아예 없는 것으로 해버렸던 것이다.
빈센트는 그림을 계속했다. 아직 허약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채였다. 베개 밑에 캄포를 잔뜩 넣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의사들은 그가 과로로 잠깐 어떻게 됐을 뿐이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지극히 감성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발작이라고 했다.
물론 회복기의 처음 며칠 동안은 계속되는 환각 현상에 시달렸던 게 사실이었다. 브로마이드 진정제를 잔뜩 복용한 덕분에 환각 현상은 가끔 악몽을 꾸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빈센트는 의사에게 전처럼 전력을 다해 일에 매달릴 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다.
왜 매일 이렇게 의사한테 진료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나?
“아예 미치광이 수용소에 처넣든지-내가 잘못됐다면 반대하지 않을 테니까-아니면 전심전력으로 그림에 매달리게 해 달라. …”
빈센트는 자기가 소중하게 사랑하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던 그 광란의 순간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퇴원한 지 한 달만인 이월에 다시 입원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들이 자기를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 발작 이후 이웃 사람들이 때지어 그의 화실 창가로 몰려와 그를 가리키며 ‘미친 놈’이라고 수군댔다. 빈센트가 숨을 돌리려고 창가에 나타나면 “미친 놈, 미친 놈”하는 외침이 그를 맞이하곤 했다. 이런 외침은 끊임없이 그를 쫓아다녔다.
“저 놈이 그린 그림 좀 봐라. 인류에 대한 모욕이지! 저 찌그러진 귀 좀 봐.”
빈센트는 다시 병원에서 나왔다. 테오에게 자기 걱정은 하지 말라는 간절한 편지를 보냈다.
“어찌된 일이든 간에 삭혀 버리기로 하자. 네가 안심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만 나도 마음이 편하겠다.”
-고호가 1889년 11월에 그린 '쌩폴 병원 정원의 소나무'입니다.-
그러나 두어 주일 후 그는 또 병원으로 되돌아갔다. 테오는 걱정이 되어 미칠 지경이었으나 전혀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의사들은 굳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삼월이 지나 마침내 테오는 빈센트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네 다정한 편지에 넘치는 형제의 충정을 보니 침묵을 깨는 게 도리일 것 같구나. 나는 지금 미치광이가 아니라 네가 늘 아는 형으로서 완전히 맑은 정신으로 이 편지를 쓴다. 사실은 이렇게 되었다.”
이웃 사람 몇이서 빈센트 같은 인간을 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시장에게 탄원서를 냈다. 그래서 경찰서장은 그를 즉각 감방에 가두라고 명령을 내렸다.
“여기 사람들이 비겁하게들 합심해서 한 사람을 못살게 굴다니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성한 사람도 아니고 환자인데 말이다. 나는 이 사람들과 좋게 지내려고 늘 최선을 다했고, 그네들이 날 이렇게 미워하는지는 꿈에도 몰랐으니 더욱 기가 차지.”
그렇지만 노란 집에서 눈부시게 해바라기 그림을 온 벽에 더덕더덕 붙여놓고 사는 사람이 미치광이가 아니란 말인가?
“나는 시장에게 이 사람들 소원이라면 당장에 아예 투신자살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뭐가 어쨌거나, 내가 내 몸에는 상처를 입혔을지 몰라도 그 사람들한테는 손가락 하나 다친 적 없다고 말했다.”
자기가 정말 구제불능으로 미쳤더라면 아무도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말거나 상관을 않았을 테고 먹고 자고 마시고, 또 아내가 없으니 사창가에 가거나 말거나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데 공연히 생사람을 가지고 못 살게 군다.”고 불평했다.
의사들은 그게 모두 과도한 커피와 술 탓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어쩌란 말인가?
“작년 여름 내가 경험했던 그 최고의 황색 상에 도달하려면 상당히 취해있을 수밖에 없다.”
예술가에겐 해야 할 일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 몸과 마음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해내야만 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자기 예술의 제단에 모든 것-건강, 행복, 개인적인 명예, 그리고 생명조차도 다 바쳐야만 한다.
그렇지만 빈센트는 본시 순교자의 소질은 없었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내가 무슨 희생을 하고 있다든가 하는 생각은 마라. 나는 평생 동안, 혹은 거의 거의 평생 동안이라야겠지, 좌우간 순교자의 삶을 추구한 적이 없다. 난 그런 데는 적합지 않거든. 나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정말 내가 제일 놀랄 일이다.”
-고호가 그린 쌩레미 병원의 정원'입니다. -
병원에서 다시 퇴원 허락이 날만 하자, 이번엔 자기 스스로 쌩레미의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테오를 놀라게 했다. 혼자서 화실로 돌아갈 일이 끔찍하다는 것이었다. 정신병원 당국에서 방을 하나 내주어 실컷 그림을 그렸으면 했다. 그의 소망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편지를 소홀히 하더라도 용서하라고 했다.
“이젠 편지를 별로 자주 할 것 같지 않다. 어떤 날은 조리 있게 편지 쓸 만큼 정신이 맑지를 못하거든.”
그렇지만 공연히 가엽게 생각할 건 없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린 한동안 비교적 건강하게 살았으니 언제고 건강치 못한 세월 또한 살아야 공평하겠지.”
물론 일부러 정신병을 원하지야 않았을 터이지만 그래도 병이야 어떤 병이든 결국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그리고 내 장래로 말하면, 테오야, 내 나이 이미 서른여섯 살. 스무 살 난 청년이 아니다. 그렇지만 누가 아니? 이런저런 사건이 있었더라도 앞으로 거의 정상적으로 살아갈 날이 꽤 남았을지도 … 아, 테오야. 저 올리브 동산을 네가 지금 볼 수 있다면!”
이러다가도 어느 때는 지독한 우울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너의 애정이 없었다면, 테오, 나는 아마 이 모든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말았을 거다. … 사회에 항의하고 또 나 자신을 보호할 권리를 행사할 순간이 있는 법이다.”
테오는 비탄에 잠겼다. 그는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매달 습관적으로 형에게 보내던 돈이 제 살림을 꾸리는 데도 필요했다. 빈센트는 물감을 사지 않을 터이니 돈을 보내지 말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이제 성공의 가능성, 화가로서 인정받을 가능성은 가소로울 만큼 희박했다. 사실 그는 어떤 저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자기가 한 발자국 떼놓을 때마다 달려들어 으깨놓는 것 같다고 했다. 그로선 이제 단 한 가지 정신병원에 갈 일만 남았다. 그러나 자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테오에게 일렀다.
“사실, 머리가 돌아버리는 화가는 얼마든지 있다. 나는 언제고 실성한 상태일 테지만 아무려면 어떠냐. 여기 병원은 아주 넓으니까 화가들이 얼마든지 와도 화실을 넉넉하게 장만할 수 있을 거다.”
- 고호가 1890년 4월 ~ 5월에 그린 '슬퍼하는 노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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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고호의 인생 이야기 이제 마지막 한편이 남았습니다.
이 글은 '위대한 화가들'을 다소 참고하였습니다.
우리 님들 다음편을 기대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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