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클릭 - 백목련
마루타
고귀한 생명
갈기갈기 찢었네
하늘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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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 모나리자 시인님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좀 쉬려고 했지만, 하얀백지님께서 보충 감상을 해달라 하시어 고란초 선생님의 즉흥시 <마루타>를 함께 감상해 본다.
/고귀한 생명/ 갈기갈기 찢었네/ 하늘도 운다/
한 줄로 놓으면 위와 같이 17 자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가 된다.
먼저 <하이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하이쿠는 우리나라의 정형시인 <시조>와 같이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전통 시가로서 5자, 7자, 5자로 구성된 일본 고유의 단시이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마쓰오 바쇼 작 <하이쿠>
에서처럼 17자의 하이쿠 속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키고>가 꼭 들어가는데 매미는 여름을 나타낸다.
세 개의 구로 된 각 구는 각각의 구로서 끊어지게 하기 위하여 <키레지>를 넣는다. 단, 시어로 사용된 그대로 끊어질 경우에는 자연히 키레지가 필요 없다. 그 밖에 5. 7. 5의 음율을 갖는 정형시이다. 여운을 남긴다 등등의 좋은 하이쿠를 짓기 위한 요소가 있다.
그리고
고란초 선생님의 즉흥 하이쿠에서는 5. 7. 5의 형식을 정확히 지켜주셨지만, 하이진(하이쿠를 만드는 사람)들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마쓰오 바쇼 작에서는 첫 구에서 음절수가 정확히 지켜지지 않고 5음절이 아닌 4음절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지타라즈 :글자가 부족함>이라 하며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 ---- 고바야시 잇사 작.<하이쿠>
에서의 둘째 구 9음절로 2 자 추가. 셋째 구 7음절로 2자 추가처럼 글자 수가 늘어남을 <지아마리>라고 하는데 마치 우리의 시조에서 파격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 우리의 정통 시조에서든 일본의 정통 하이쿠에서든 어떤 신이론에 의해서든 정해진 형식이 파괴된 작품은 사실상 작품의 정통이란 이름 하에 둘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생각이다.
다시 고란초 선생님의 즉흥 하이쿠로 돌아가서
/고귀한 생명/
/갈기갈기 찢었네/
/하늘도 운다/
의 3구 전체 어디를 보아도 계절을 나타내는 키고는 없는데 이것은 야후 시절 시꽃마을에서 합의 보기를 우리끼리 즐길 수 있는 즉흥 하이쿠로서 허락이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야기 중심. 의미 중심. 정통 형식 중심으로 즉흥시를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것이다.
첫 구는 /고귀한 생명/이라 했다.
생명은 고귀하다. 누구나 아는 말이다. 다들 이해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해한다는 것은 지식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생명에 대한 납득을 해야 한다. 납득을 하려면 직접 보거나 겪은 체득이 필요하다. 하면 요즘의 젊은이들은 생명에 대해 어떻게 납득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최대한 납득에 가까이 접근을 하기 위해 자료를 보고 체험담(증언)을 듣고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리 하면 삼천대천세계라고 하는 대우주 가득할 만큼의 금은 보화를 준다 해도 내 목숨 함부로 하지 말라는 말을 깨닫게 될 것이며, 내 생명과 똑같이 남의 생명 또한 같다는 공식을 깨닫는 것이다.
둘째 구는 /갈기갈기 찢었네/라 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하얼빈에 창설된 일본 731부대에 의해 자행된 생체실험의 재료가 바로 중국과 조선인이었으며 그 이름을 <통나무>를 뜻하는 <마루타>라고 했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 여년 전에 책으로 알려졌고 영화로도 나온 바가 있다.
필자는 영화로는 보지 못했고 책을 통해서 마루타를 먼저 알게 되었는데 기억나는 내용만 하더라도, 마취 없이 산사람의 배를 가르고 팔 다리 목을 자르고 해부를 하고, 산사람을 일렬로 세워놓고 총르 쏴서 관통 실험을 하고, 여자를 상대로 해서는 매독균을 주사 하는 등 말로 할 수 없는 온갖 실험을 자행하고, 그렇게 희생된 사람만 3천 여명이이라 하는데 앞으로 더 밝혀지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이 어디까지 가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갈기갈기 찢었다는 말 말고는 더 이상의 말을 찾지 못할 것이다.
셋째 구에서는 /하늘도 운다/ 했다.
사실 <운다>만으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하늘도 통곡한다/로 하여 두 자가 늘어나는 지아마리를 사용하고 싶다. 그러나 5-7-5의 형식을 정확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하늘도 운다/이상의 표현이 더는 찾아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제목이 <마루타>이고, 마루타 그 실험이 어떤 것이었는가를 생각할 때 작품에서 또한 비극의 깊이와 무게를 맞춰가야 하기에 퇴고에 있어서는 꼭 정통 형식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