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2. 08:25ㆍ은사님의 글
우리 님들 이제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벌써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네요. 이런 가을에 생각나는 지금은 작고하신 저의 은사님께서 쓰셨던 글이 있어 여기에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님들께서는 스탠드바를 가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저의 은사님께선 간혹 스탠드바를 가셨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쓰신 부분이 많이 있어 제가 약간 쉽게 풀어서 다시 써본 것입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만 하시기 바랍니다.
가을의 스탠드바 정경(情景)
가을도 이제 고비인가 봅니다.
가을만 끝나면 낙엽이요, 말 그대로 낙엽 지는 계절이 다가옵니다. 긴긴 밤에 눈을 감으면 스스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사색에 잠기게 됩니다. 이는 구심(求心)적인 자신만이 간직할 수 있는 가을이라 하겠습니다.
가을은 또한 유독 술맛이 꿀만 같은 계절입니다. 갖가지로 꾸며놓은 스탠드바에서는 멋에 겨운 차림의 아가씨들이 술꾼들을 반색해줍니다. 마음에 맞는 벗과 마주 앉아 이집에서 한 잔 들이키고는 또 다음 집에서 홀짝 - 물론 아가씨와의 달콤한 속삭임을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 밤이 깊도록 더트고 헤매노라면 어느새 거나해지며 걸음걸이마저 거칠어집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벗과 주고받는 사랑의 얘기에 핏대가 서고 붉게 단풍진 가을 소리가 침까지 튕겨대며 입 밖으로 넘쳐 나옵니다. 인간이란 원래 보헤미안이요, 방랑하는 무리이기에 이러한 술맛이 한결 멋지고 달디 단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진정한 벗하고만 누리고 가질 수 있는 원심(遠心)적이고 동적(動的)인 가을의 일면일 것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이 고장 스탠드바는 고작해야 한 칸짜리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곤드라진 초면의 남들끼리 자칫 맞부딪히기 일쑤요, 한 아가씨를 사이에 두고 즉흥적인 삼각관계도 쉽사리 이뤄집니다. 금방 말소리가 커지고 삿대질인가 하면, 못내는 주먹다짐의 활극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몇 분만 지나면 쓴 입맛에 혀를 차며 쥐구멍을 찾을려면서 말입니다.
그러기에 설사 남이 나에게 잘못 실수가 있다손 치더라도 너그러이 웃어넘겨 줄 아량이 있어야만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내일은 나와 함께 밤을 지새울 친숙한 벗일망정, 오늘 그들만의 삼삼오오(三三五五)로 짝진 흥겨운 가을의 정담(情談)과 회포(懷抱)를 건들이지도 말고 다치게 하지도 말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악수는커녕 보고도 못 본채 눈만 껌벅해주는 그런 스탠드바 정경(情景)이 어서 빨리 오기만을 기다린다면 이것마저 꿈이라 할는지.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얘기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일입니다. 술에 고주망태가 된 채 거리에 쓰러져있는 한 노파를 경찰이 업어다가 병원에 눕혀놓았더니, 새벽에 깨어난 그 노파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나서 후닥닥 문을 걷어차고 뛰쳐나가면서 외치는 소리.
“누가 내 자유를 이렇게 침범했담!”
- Dizzy님께서 보내주신 고귀한 선물입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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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이 글은 저의 은사님께서 쓰신 것이라 제가 감히 후기를 쓸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올 가을엔 더욱 멋진 낭만이 스탠드바에서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우리 님들 모두 올해도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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