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독백(獨白)

2011. 3. 12. 08:32은사님의 글

 우리 님들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눠보신 적이 있으세요?
 인생을 살면서 간간이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의 은사님께서 불혹이 되셨을 때 쓰셨던 나만의 독백이란 글을 보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신을 아끼며 어루만져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만 하시기 바랍니다.





 

                                           나만의 독백(獨白)




 비열(卑劣)과 거짓에 가득 찬 내 자신이 역겹고 침을 뱉게 될망정 그래도 이렇게 내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 정녕 그리울 때가 있다. 그나마 내가 아니면 그 누가 나를 이토록 아껴주고 어루만져준다는 말인가?

 이를테면 넌 지금까지 무엇을 했으며 지금은 무엇을 하며 또 무엇을 하려는 거냐며 또 다른 나 아닌 나, 즉 내 자신의 나인지도 모르는 내가 짓궂게 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허무와 영(零)속에서 허덕이고 비비적거리다가 못내는 한 줄기 연기와 한 줌의 흙으로 되리란 것이 이미 나와 너의 철칙이 아니었더냐? 도대체 넌 어쩌자고 그런 따위 얄미운 질문을 노상 되풀이하는 거냐며 나는 청승맞게 반문하는 것이다.

 수필감 하나 되지 못할 삶이 되리라는 두려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수필감 하나마저 없는 삶이 되고 말리라는 초조이다. 흡사 서쪽 하늘을 우러러보며 마지막 남은 노을이나마 짙고 화려해주길 바라며 손을 부비는 무리들의 모습 마냥 … 굳이 삶을 거역해야 할 정열이 시든지 오래고 그런대서 죽음이 두려울 만큼 큰 보람이 새삼 우러나리라는 계제를 넘어선 무리들 마냥…

 정말 보고듣기 싫은 일들이기에 지레 눈과 귀를 가리던 버릇이 고작인 내가 되어버렸다는 것 또한 그지없이 슬픈 노릇이다. 무디디 그냥 둔탁해갈 줄 밖에 모르는 내 오관(五官)이 그런대로 가장 아쉽고 서글프다. 이런 주제가 불혹(不惑)이 깃들인 내 연륜(年輪)에 대한 성현의 예언을 적중시켜 보자는 얄팍한 심정은 진정 아니다.

 행복이란 정녕 하늘에 있는 별이 아니리라. 항차 오백 원이나 칠백 원짜리 거리의 잡화는 더욱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을 포기한 그 순간부터 행복이 뭣인지를 알았다는 그 누구의 말이 올바른 것이라면 나는 어느새 행복을 포기해버렸던가 모를 노릇이다.

 삶에 있어서 슬픔이나 두려움이란 항상 약한 자의 대변인인 것이 분명하고 난 더 이상 굳세고 늠름하고 져본 일이 없노라고 믿었다는 당착(撞着)에 이르도록 몸부림쳐야 하는 것이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아야한다는 정론이 있을 법하다면 하필이면 내 무디어진 오관에의 변(辯)일 것이냐 말이다.

 웃음이 있었을 바에야 울음인들 훌훌히 팽개치고 나서야 할 게 아니냐? 아무 것도 잠겨있지 않을 얼굴을 이젠 지어야 하고 또 찾아야겠다는 용기와 힘을 얻어 보자꾸나.

 나는 나를 향하여 나에게 부르짖는다.

 ‘너는 걸음을 멈추지 말라. 행여 뒤를 돌아다보지 말라. 항차 고개를 좌우로도 기웃거리지 말라. 눈을 똑바로 부릅뜨고 정면을 쳐다보라. 목이 반드시 굳은 채여야 한다. 그리고 두 다리를 뚜벅뚜벅 눈과 같은 방향으로 내딛어라.’

 내가 나를 향하여 한 이 말을 듣던 나는 그래보겠노라고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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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 자기 반성을 할 수도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할 수도 있고, 현재까지 지내온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잡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을 더욱 아끼고 보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의 은사님께서 쓰신 글이라 후기를 달기는 어렵습니다만 결국은 자신에게 내린 명령대로 살아가게 되는군요. 참고적으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저의 은사님께선 모든 재산을 후학을 위해 장학재단에 바치셨고, 사체까지도 의학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저의 모교 해부학교실에 기증하셨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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