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2. 08:30ㆍ은사님의 글
우리 님들 진정한 의술을 인술(仁術)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이러한 인술이 비정한 인술로 바뀌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저의 은사님께서 쓰신 글 중에 '비정한 인술'이란 제목이 눈에 띄어 저도 수차례 읽어보고 느낀 바가 많아 여기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정(非情)한 인술(仁術) 철도 사고로 크게 다친 환자를 병원이나 의사들이 못되게 굴었기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는 내용의 기사 제목이 ‘비정한 인술’이었다. 아무튼 의사나 병원을 야무지게 꾸짖는 누가 보든지 울화통이 터질 그리고 슬픈 기사였다. 본디 인간의 병이란 아무리 서둘러도 도시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가하면, 의사들이 포기를 해버린 환자가 되살아나는 수도 있는 등 불가사의한 경우도 더러 있는 것이다. 항차 병을 앓다 죽으면 의사의 탓이요, 되살아나면 제 명이 길어서 그런 식인 각박한 세태(世態)이긴 하다. 병원이나 의사가 제대로 서둘러 보지도 못한 채 인간의 삶이 종말지어 졌을 때 설령 별도리가 없었던 환자였다손 치더라도 일단 비정의 인술이란 원망과 비난을 뒤집어쓰게 되리라는 상정(常情)을 이해는 한다. 더군다나 돈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올바르게 치료해보지도 못하고 불행한 결과를 빚었다면 한층 더 안타깝고 침울해질 따름일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대전제요, 지상명령이요, 바로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며, 또한 이러한 투철한 인도주의 정신이 막바지에 다다른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병원 조직이 결여되었거나 소홀했다면 그야말로 천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앓고 있는 사람이 죽었다거나 혹은 희생됐다는 결과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경우 의사나 병원이 최선을 다했느냐 혹은 못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서 의사나 병원이 즉각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세가 잡혀있고, 또 그러한 기구며 조직이 편성되어 있는가 말이다. 일언이폐지하고 답은 ‘아니오’다. 보라! 호남의 웅도를 자처하고 있는 광주만 보더라도 교육을 위주로 하는 대학병원이 있는가하면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두 개나 있고, 또 적십자를 내건 병원, 또 시립보건소 등등 명분 있고 명목을 갖춘 병원들이 의젓이 존재하고 있다. 더구나 개인 의사가 경영하는 병, 의원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그러면서도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서 죽으면 무작정 비정의 인술이라는 삼면기사가 그칠 줄을 모르는 이 현실의 그 원인을 어느 언론인 한 사람이 또는 보건정책 수립자가 캐본 일이 있었는가 말이다. 돈 없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무전취식죄(無錢取食罪)가 되고, 돈 없이 남의 가게 물건을 가지려 들면 미친 사람 아니면 절도 내지는 강도죄로 쇠고랑이다. 어디 이뿐이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면 고작해야 버스업주가 기십만 원 내놓는 걸로 면죄가 되기도 하는 판국에 의사만은 자기 돈을 수십 내지는 수백만 원을 들여서라도 환자 치료를 기어이 해야 하며, 불연(不然)이면 그냥 비정의 인술이란 삼면기사꺼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비정의 인술이 아니기 위해서는 흑자운영을 강요받고 있는 공공병원(公共病院)의 기구와 질서를 깨뜨려야 올바른 인도주의에 입각한 의사의 자세요, 또 개인병원은 적자운영이 되고 의사는 밥을 굶어야만 한다는 이러한 역설(逆說)은 누구의 권한이며 요구인지 알 길이 없다. 다시 말해서 히포크라테스의 거룩한 인도주의(人道主義)에 따른 또한 동양적인 인술은 의사만이 단독으로 또 숙명적으로 짊어져야할 십자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1. 절대적인 인간생명(人間生命). 2. 의료보험제도의 확립과 현실화(現實化). 3. 국민 경제력의 향상. 4. 의사와 환자 상호간의 신뢰(信賴)와 도의심(道義心) 앙양(昻揚). 5. 공공병원의 조직, 기구의 개편(改編) 등등. 이상 모든 여건들이 올바른 방향을 제대로 잡기 전에는 돈 없는 사람이 앓으면 죽기 마련이요, 동시에 비정의 인술만이 정상적인 의도(醫道)이리라.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만 하시기 바랍니다.
- 평생을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해 인술을 베푼 어느 의사입니다.
단, 이 사진은 이 글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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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이제 진정한 의술이 이 땅에 바로서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를 다소 이해하시겠죠?
이 글은 은사님께서 쓰신 글이라서 감히 후기를 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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