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8. 15:02ㆍ나의 영농수첩
우리 님들 2009년도 저의 영농 수첩 스물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영농지에 있는 일부 화단에 야생화들의 이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중순 경이었습니다. 그 당시 극히 일부의 야생화들은 제 모습으로 이사를 했었는데, 그동안 온실도 짓고 단독주택에 남아있던 짐의 전체 이사와 난들을 이사시키는 바람에 야생화 이사가 잠정 중단 되었지요.
난의 이사가 모두 마무리 되어서 9월부터는 본격적인 야생화 이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기존 단독주택에 있던 온실을 철거하고, 집에 남아있는 폐품들을 모두 처리해주느라 또다시 야생화 이사가 중단되었지요. 그래서 9월 5일부터 모든 야생화 이사를 단행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8월 말까지 잔금을 모두 지불했던 새주인이 이젠 자기 집이라면서 미처 이사하지 못한 야생화들을 잡초라고 모조리 낫으로 싹둑싹둑 베어버려 정말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야생화 이사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네요. 새주인은 알아서 캐가라고 하는데 형체가 없어진 야생화들을 무슨 수로 캐야되는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모든 땅을 파헤쳐 뿌리라도 캐다 심어야 할 판입니다. 할 수 없이 대충 캐서 영농지에다 뿌리만 심었는데 거의 절반 이상은 찾지도 못했고, 모두 잘려서 잡초인지 야생화인지 구분이 안 되는 바람에 그만 야생화 이사를 중단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새주인과 대판 싸움만 하다가 포기하고 돌아섰지요. 정말 고약한 인심이었습니다. 20 여년을 공들였던 저의 분신 같은 야생화들이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이야...
우리 님들 저의 영농지로 가셔서 처참하긴 하지만 그간의 야생화 이사 상황을 한 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2009년 나의 영농 수첩
제24편
영농지에 야생화 이사 과정(1)
사진 촬영 날짜: 2009년 8월 13일 ~ 9월 5일
- 지난 8월 13일 단독주택이 갑자기 팔리는 바람에 8월 16일부터 정원에 있는 야생화들의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철이라서 식물 이사의 적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형체가 원모습대로 있던 야생화들을 잘 캐서 승용차를 이용해 영농지로 운반해왔습니다. -
- 영농지의 조립식 주택인 하얀집 앞뜰에다 우선 급한대로 캐온 야생화들(옥잠화와 비비추, 맥문동 등)을 곱게 심고나서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여름에 식물 이사를 하는 경우엔 많이 말라 죽는 경향이 있는데 얼마나 살 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다년초들은 뿌리가 살아있으면 다음 해에 모두 싹이 나오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
- 컨테이너 뒷편 공터에다도 일부(윤판나물, 둥글레, 바위취, 차조기 등)를 심어두었지요. 이런 식물들은 음지 쪽을 좋아하니 잡풀이 길게 자라있고 이미 씨로 심어서 싹이 나온 서양 코스모스와 메리골드 아래에다 심었습니다.-
- 8월 19일 잠시 시간을 내어 2차로 약간의 야생화들을 파서 또다시 영농지로 옮겼습니다. 여름이라서 파왔던 야생화들이 시들시들합니다. -
- 하얀집의 뒷뜰에다가 일부를 심었는데 여기는 기존에 씨를 심어 나온 몇 종의 야생초들이 자라고 있던 곳입니다. 지금까지 바빠서 관리를 제대로 못했더니만 잡초들도 많이 우거져 있습니다. 이곳에다 천남성과 약난초를 심었지요.-
- 컨테이너의 좌측 공터에도 바위취와 꽃무릇을 심어두었고... -
- 텃밭 뒤에 있는 기존의 화단에도 매발톱, 할미꽃, 작약 등을 심었습니다. -
- 텃밭 앞에 마련된 화단에도 맥문동, 만년청, 민족도리풀 등을 심었습니다. -
- 영농지 입구 쪽에 마련된 화단엔 인동초, 백정화 등을 심었는데 많이 말라서 살 것 같지가 않네요. -
- 옆땅과의 경계 부위엔 키가 큰 뚱딴지, 쑥부쟁이 들을 심었지요. -
- 야생초들을 심고서 물을 흠뻑 뿌려준 모습입니다. 이로써 전체 야생화의 20% 정도가 이사를 마쳤습니다. -
- 그런데 전체 이사를 위해 그동안(8월 19일 ~ 8월 24일) 영농지에 화실겸 온실을 한 채 지었고, 난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난들이 제법 많아 거의 8월말까지 이사를 시켰지요. 아울러 단독주택에 남아 있던 짐들은 8월 28일 전체 이사를 하였습니다. 지난 9월 1일 철거 대행업자를 시켜 단독주택의 온실 철거를 하고서 모든 폐품을 처리해주었습니다.
온실을 철거하면서 생긴 폐자제 중에 난대 제작에 필요한 일부 쓸 수 있는 자제를 영농지로 이사시켰습니다. 온실 내부 화단 조성용 모양석과 치장벽돌들이 보입니다.-
- 기존 온실에서 철거해온 난대 제작용 목재들입니다.-
- 이제 8월 말까지 난 이사가 모두 끝나고 본격적인 야생화 이사를 하기 위해 9월 3일 단독주택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새주인이 나무를 덮고 있던 꽃들과 덩굴식물을 모조리 잘라놓았더군요.
왜 그랬냐니깐 꽃치자나 개나리 등 자기가 길러야 할 나무가 죽으니 잡초를 모두 없애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자기의 꽃나무도 짧게 키워야하므로 모두 가지치기를 해야한다면서 잘라서 야생초와 같이 짓이겨놓았습니다.
대문 쪽에 있던 처참하게 잘려버린 야생초들입니다. 이 속에 20 여종이 있었는데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 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키우고 싶은 것만 그대로 두고서 남은 것들은 모조리 잡풀로 생각했는지 짓밟고 낫으로 베어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네요. -
- 9월 5일 본격적인 야생화 이사를 위해 다시 방문했을 때는 온실 주위의 야생초들까지 모조리 잘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곳은 기존에 외부 온실이 있던 곳이었는데 제가 철거비까지 들여 제거해주었지요.
감나무가 온실에 기대어 살고 있었는데 온실이 사라지자 축 늘어져버렸습니다. 새주인이 각목으로 기대어 놓았군요. 주위에 있던 목련, 향나무 등 나무들까지 모조리 짧게 잘라서 베어낸 야생초에다 짓이겨 놓았습니다.-
- 새주인이 자기가 키우고 싶은 것만 원형대로 남기고, 나머지 야생화는 잡초라서 제거해버렸다니 정말 화가 날 일이네요. 이 속엔 온갖 야생초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던 곳인데... 흐~ . 새주인과 결국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
- 단독주택의 현관 앞 외벽 쪽에 있던 야생화들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한 마디로 박살을 내놓았네요. -
- 이젠 수국이나 모란 등은 야생초가 아니라면서 건들이지도 못하게 하고, 그간 직장에서 선물로 받아 몇 그루 심어 둔 관음죽은 하나를 파갔다고 야단법석이더군요. 이젠 자기 집이고 자기 것인데 왜 나무까지 건들이느냐는 것이었습니다. 8월 말에 잔금까지 다 지불했으니 모든 것이 이제부터 자기 것이고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네요.
원 세상에, 이런 별스런 일을 다 겪게 되었습니다. 계약 상으로도 야생화는 모두 이사해가도록 명시되었는데 이런 꼴을 당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
- 한 술 더 떠 죽은 나무를 잘라서 야생화 밭에다 아무렇게나 내던진 모습입니다. 저의 야생화 이사는 결국 9월 5일 오전에 형체도 없는 일부 야생화들의 뿌리를 파내서 옮겨심는 것으로 끝이 나고, 너무나도 화가 나서 새주인과 대판 싸움만 하다가 뒤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미처 옮기지도 못한 야생화도 많지만 아깝더라도 오늘로써 야생화 이사를 접어야지요.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앞으로는 야생화 농원에서 새로 구입하여 다시 심어야겠습니다. -
-짓이겨지고, 밟히고, 싹둑싹둑 잘려진 야생화들을 일부라도 파다가 영농지로 옮겨왔는데,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 제가 20여 년간 애지중지하게 길러왔던 야생화들의 최후 모습입니다. -
- 형체를 모르니 무슨 야생화인지도 모르고 영농지의 텃밭에다가 적당히 심고서 물을 주었습니다. 다행히 살아서 내년에 싹이 나온다면 다시 화단으로 옮겨 심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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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야생화 이사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냥 감상만 하시기 바랍니다. 영농지에다가 야생초 단지를 꾸며보려는 저의 계획이 사실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요.
하지만 야생화는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화단을 만들어 새로 사서 심도록 해야겠습니다. 단독주택 새주인의 인심은 너무 고약했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이제 그 분도 헌집을 고쳐야하고 그 분의 취향대로 살아야하니 앞으론 제가 간섭할 일이 아니지요.
아무튼 서로 대판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집을 샀던 새주인이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정원에서 살고 있던 도둑 고양이라도 잘 챙겨주실지...?? 그런데 새주인이 들어온 이후로 도둑 고양이들의 흔적은 저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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