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의 우인대표

2011. 2. 28. 14:46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우인 대표에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결혼식이나 약혼식, 환갑 등에서는 축하객의 대표자를 뽑아 식의 진행을 맡는 경우 정말 기쁘고 보람있는 우인대표가 될 수도 있지만, 영결식장의 우인대표는 정말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망서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죽은 친구의 우인대표 경우를 문학작품 형태로 한번 써보았습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  운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글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죽은 친구의 우인 대표




 얼마 전에 다정다감했던 내 친구 한 놈이 그만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 속에는 우인 대표로 내 이름도 들어 있었다.

 우인 대표, 더 없이 슬프고 눈물어린 통곡 속에서 벗에 대한 영혼의 안식을 빌고, 승천을 바라면서 그를 보내는 벗들의 애도의 뜻을 모조리 대표하는 말이리라. 따지자면 이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우인 대표인가 말이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뭔가 뜨끔해지며, 죽은 벗의 우인 대표는 싫었다. 진정 어제까지도 한 몸, 한 마음이었고 둘도 없는 벗이었을지언정, 그의 죽음 앞에서의 우인대표는 정말 하기 싫었다. 검은 테두리에 싸인 그의 영정 앞에서 술이라도 한 잔 따라 권하면서, 펑펑 눈물 쏟으며 울고만 싶었을 뿐 주검의 우인대표만은 진정 하기 싫었다. 벗을 위해서는 정말 죄스럽고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싫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의 주검을 실은 영구차 뒤를 따르면서 별스런 생각이 다 드는 것이었다.

 왜 우인대표가 싫었던 것일까? 생각건대 내 자신이 더럽고 역겹기 짝이 없어 그랬으리라. 나 자신도 이젠 죽음의 대열을 영락없이 한 자리 차지했고, 내 자신 죽음도 이제는 그렇게 먼 것만도 아니리라는 잠재의식 탓이었구나 하는 변명도 해보았다.

 우리는 주위에서 많은 죽음을 보게 된다. 자살, 타살, 병사, 노사, 사고사, 돌연사 등등. 수많은 죽음 속에 휩싸인 현실이 아니던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죽음이란 그저 가을바람에 한두 잎 낙엽 지듯 으레 그런 것이려니, 죽음이란 남의 것이겠거니 하면서 죽음에 대해서는 항차 생각해보지도 안했던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이제 죽은 벗의 우인대표가 되고나서부터 비로소 죽음이 어느덧 내 자신의 것일 수도 있다는데 놀랐고, 몸서리친 셈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런 내가 우인대표라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내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악착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항차 산다는 것 자체가 벗의 주검 마냥 무덤을 향해 홀로 걷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뿐만 아니라, 죽는다는 것은 곧 한 줌의 흙으로 밖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허무를 내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악착스럽게 산다는 것은 바로 죽지 못해 사는 데 불과할 것이고, 삶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보람이 없을 바에는 그까짓 죽음이 문제랴 하는 논리의 비약에 귀를 기우려 볼 법도 한 일이었다. 누구라도 죽음을 생각하는 그 순간까지의 삶, 죽음의 개념을 빚어주는 모체는 아무래도 삶에 있다는 현실 앞에 더 이상 겸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내 친구 한 놈 죽어버리니 그 좋아하던 술 한 잔 못 마시는 것을 보면, 제아무리 주검이 내 것이고 가까운 것일망정 지금의 삶만은 못 한 것이리라 여겨지기도 한다.

 이 글은 은사님의 문집 내용을 극히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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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다소 우울한 글이지만 그래도 한번쯤 깊게 생각해볼 만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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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은 야후 벗님과의 대화

 

 화석연료절감 2008.12.30  07:39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삶인 걸요...1983년도 친구가 대우조선에 입사하자마자 결혼하고 일요일 낚시하다
물에 휩쓸려 죽느게 친구들 죽음 첫번째인데 너무 안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글이었습니다.
 고란초 2008.12.30  16:47
 
화석님, 자주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다소 우울한 글이었죠?
다정한 친구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자신의 죽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려본 것입니다.
저는 결국 사람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나 현재의 삶만은 못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면서 다가오는 죽음을 기꺼이 맞아드리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이제 죽음 자체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화석님,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죠.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사시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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