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의 코 제1편

2011. 3. 1. 10:02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고민하신 적은 없으셨나요?
시골에 사는 노처녀가 시집은 가고 싶은데 못 생긴 코 때문에 고민하는 문학작품입니다.
과연 이 처녀가 시집을 갈 수 있을까요? 글이 좀 길어서 2편으로 연재하겠습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노처녀의 코

 

 


                                          제1편




 구림 마을에는 31살의 노처녀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손영애였다.

 그 동안 숱한 사내와 선을 봤지만 그 때마다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던 것이 지금까지 몇 번이었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그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관절 내 얼굴의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말이야. 전체적인 윤곽부터 이마, 볼, 입술, 생글생글한 눈맵시하며 튼튼하고도 허연 이빨, 거기다가 내 몸맵시는 어떻고? 파도가 물결치듯 팽팽한 젖가슴이며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쑥쑥 날 자신이 넘치는 이 호박 같은 엉덩이 등등. 그 놈의 사내들이 모조리 눈이 삐었어.’

 영애는 경대 앞에 앉아서 거울에 비치는 그녀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며 남자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투덜거렸다. 그러더니 그녀의 눈이 한 곳으로 집중되며 한탄이 섞인 한숨이 길게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요놈의 방정맞은 코. 바로 문제는 여기 있었어.’ 
                                  

 

 영애는 순간 지난번 선을 보다 어떤 사내에게 그녀의 코에 대해 한 마디 들었던 것이 귓속에 맴돌고 있는 것만 같아 그녀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왔고, 입술을 질끈 깨무는 것이었다.

 “영애 씨는 다 좋은데… 어쩐다고 그런 코가 다 있어요? 내 눈엔 코로 보이는 게 아니라. 히히!”

 “왜? 내 코가 어때서 그러세요?”

 “뭣이랄까? 아, 그렇지. 돼지 코는 그래도 봐줄만 하지요. 그런데 그 뭣이냐, 반동강이 베어 먹다가 버린 말라빠진 송편 조각을 얼굴 한복판에다 마구 두들겨 붙여놓은 것 같다니까요. 이히히히! 영애 씨는 그렇게 안 보이요?”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 니 코는 얼마나 잘 났관데… 내 눈에서 빨리 안 사라져. 요런 X같은 놈아!” 
                                         

 

 또한 이런 일도 있었다. 그 사내는 그녀가 당장 걷어찰 정도로 코를 비롯해 얼굴이 엉망이었다.

 “지금 나와 선을 보려고 여길 나왔는가요? 아님 동물원 원숭이 구경시켜 주려고 나왔는가요?”

 “아따, 영애 씨,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서운하게 한가요? 내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요? 나한테 시집만 오면 그 시간부터 영애 씬 다리 죽 뻗고 살 수가 있다니까요. 나한테는 재산도 있겠다, 사나이 몸매도 끝내주겠다 어디 그것뿐인가요? 밤이면 변강쇠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고거 하나는 자신이 있어요. 영애 씨와 함께라면 올나이트도 끄떡 없다니께요. 그러니까 나와 만난 것을 천생연분으로 알고 계세요.” 
                                     

 

 “놀고 자빠졌네. 니 얼굴이 어디 그게 얼굴이라고 달고 앉았냐? 면상을 대패로 사그리 밀어서 주먹코라도 주워다 다시 붙여 놔주더라도 봐줄까 말까 할 정돈데… 뭐 그런 주제에 올나이트? 허, 돼지가 다 웃겠다. 그러니 웃기는 소리 작작하고 빨리 썩 꺼져, 이 짜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중매쟁이 노파가 영애의 집에 부리나케 달려오더니 숨까지 헐떡거리며 한 마디 내뱉었다.

 “영애야, 니 어머니 어디 있냐? 아이고, 숨넘어가겠다. 물 한 사발만 가져오너라.”

 그러자 영애네 집안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다들 그 노파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물 한 대접을 순식간에 마시고 난 노파는 갑자기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신바람이 난 듯 소리쳤다.

 “영애 니도 이제 숫처녀 딱지 떼게 생겼다. 건너 마을에서 기가 막히게 잘 생긴 사내가 너한테 선을 보자고 안 그러냐? 그러니까 내일 딱지 안 맞게 잘 차려 입고 요 앞에 있는 ‘맹물 다방’으로 점심때까지 나오너라. 알겠냐?”

 그리하여 만난 정광호란 남자. 영애가 한 눈에 뿅 갈 정도로 미남이었는데, 그 중 코가 어찌나 잘 생겼는지 그녀의 두 눈이 황홀할 따름이었다. 양미간에서 인중에 이르도록 조금도 죽은 데가 없을 정도로 곧게 내려선 콧대며, 싱싱한 호배추 줄기마냥 양쪽으로 매끄럽게 뻗어내린 콧잔등, 거기다가 어떻게 보면 달팽이 껍질을 알맞게 손질해놓은 듯한 점잖은 비익. 어디 그것 뿐인가? 들여다 보일락말락하는 초생달 같은 콧구멍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미켈란젤로나 로뎅이 성심성의껏 조각해놓은 예술품 같은 더 이상 말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코를 가진 광호 씨가 아니었던가?

 이런 분과라면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빨리 결혼하여 어린애를 갖게 된다면 모조리 절세의 미녀, 미남일 것이 분명한 노릇이다. 그녀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생각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할 말을 잃고 광호 씨만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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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결국은 코 때문에 말썽이었군요.
좌우지간 이 노처녀 어찌될 지 다음편을 기대하세요.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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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락산성 2009.01.25  11:41
 
23일밤부터 우리집은 시장통입니다.
컴앞에 앉을 정신도 없고 더군다나 밤이면 컴방에 점령한 주인이 다르고
낮엔 애들판으로 컴앞에 앉을 엄두도 안나고..ㅎㅎㅎㅎ
즐거운 성명절 되시고 새해엔 이루고자 하는 소망 이루시고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Catalina 2009.01.25  15:00
 
ㅎㅎㅎ~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그래도 영애씨를 업어갈 총각은 있겠지요?"
집신도 짝이 있는데요...ㅇㅇㅇ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서 설 연휴를 보내시는지요? 고란초님."
어디에 계시든지~눈길 빙판길 조심 하셔야 할 것같습니다.한국은 지금.
 
 고란초 2009.01.26  12:19
 
산성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성님, 오늘 가족 모두가 모여 즐거우시겠습니다.
민족의 대명절 구정을 즐겁고 훈훈하게 맞이하시길 빕니다.
아울러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축원드립니다.
산성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란초 2009.01.26  12:23
 
카타리나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지요, 짚신도 다 짝이 있고 젖가락도 짝이 있습니다.
결혼은 할 수 있겠는데, 누구와 하는 것이 더 관심사겠지요? ㅎㅎ
그럼, 구정을 즐겁고 훈훈하게 맞이하시길 빕니다.
아울러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축원드립니다.
카타리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Catalina 2009.01.26  14:13
 
Thank..!! 고란초님."
Hope to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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