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의 코 제2편

2011. 3. 1. 10:07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영애라는 노처녀가 모처럼만에 마음에 드는 코를 지닌 남자와 선을 봤는데, 이제 어떻게 될까요? 쉽사리 결혼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노처녀의 코 제2편입니다. 
 우리 님들 일단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 이 사진은 이 글과는 무관합니다.-

 

                                                               노처녀의 코



                                                   제2편




 이젠 모든 조건을 저버리고라도 기어코 결혼을 성사시켜야만 할 텐데,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도 소식이 감감한 것이 이번에야말로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구나하고 여겨지는 것이었다. 영애는 이놈의 코, 내 코 탓이겠구나 싶어 긴 한숨만을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간 수많은 맞선보기를 하고 난 다음에 어느 편에서 틀어 흐지부지 돼버렸든 간에 성혼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데에는 설사 모든 사내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해도, 그들의 코가 영애 자신의 눈에 들지 않았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영애에게는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이런 영애 앞에 비로소 나타난 광호 씨와 맞선보기를 하고 난 다음부터는 그 전까지만 해도 호통질만 하며, 본체만체 해버렸던 중매쟁이 노파를 대문 소리만 나도 행여나 하고 기웃거리는 영애의 심사야말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은, 또 오늘도 하면서 경대 앞에 앉아 도대체 내 얼굴이 어때서, 이 정도면 그래도 부잣집 맏며느리감이 되기엔 아무런 손색이 없지 않느냐고 자신에게 되묻는 영애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광호 씨 편에서는 아무런 뒷말이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요놈의 코 탓이겠지 하며, 안달하다 못해 거울을 등지고서 눈을 감으면 그 중에서 광호 씨의 코만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니 정말 미칠 것만 같은 영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정이 훨씬 넘은 시각에 대문을 박차다시피 숨을 헐떡거리며 중매쟁이 노파가 대청에 들어서자마자 한 소리 외쳐댔다.

 “아이고! 마님, 됐소, 됐어. 청혼을 합디다.”

 그러면서 방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건넌방 미닫이 사이로 살며시 내다보는 영애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귀를 쫑긋 세웠다. 방안에서는 기쁨에 들뜬 노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만하면 재벌이나 학벌, 가문들이 비슷하지요.”

 “아암, 그렇지.”

 “오랜만에 버선 몇 켤레 얻어 신게 됐구려. 오호호!”

 “그런데 신랑 될 사내 이름이 광호라는 사람 맞습디까?”

 “아, 글쎄 맞다니까. 이 귀로 똑똑히 들었네. 광호랍디다. 김광호.”

 영애의 어머니와 노파의 말이 왔다갔다 하는 중에도 신랑 될 사나이의 성이 김 씨라는 것에 영애는 머리통을 쾅 얻어맞은 것 같이 눈앞이 캄캄해지며, 정신마저 아찔해지는 것이었다. 영애가 선을 본 사나이는 성이 정 씨였다는데 …

 영애는 눈물이 핑 돌면서 졸도하다시피 방구석에 쓰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니 지난번 영애의 눈에도 송편 조각 보다 못한 코로 비쳤던 사나이인 김광호로 부터라니, 이야말로 귀신이 통곡할 노릇이며, 죽었으면 죽었지 울컥 솟아올라오는 반항심과 서름의 눈물이 한꺼번에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이렇게 애석해하는 영애와는 정반대로 갑자기 웅성웅성 활기를 띠우고 사주가 왔다갔다 하더니만 약혼까지 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곧장 택일이 되었고, 함이 들어온다는 기별이 왔다. 이렇듯 너무나도 순조롭게 영애의 혼사는 진행되어 가는 것이었다.

 어느덧 밤이면 밤마다 이불을 둘러쓰고 홀로 소리도 없이 흐느껴 울게 된 영애가 되고 말았다. 설사 이 밤 이 순간에 오색지가 호화롭고 눈부시게 화려한 예식장에서 들려오는 웨딩마치에 발을 맞추고 긴 드레스를 끌며 행진하는 마당이라 치더라도, 팔을 뿌리치고 발을 구르며 울부짖으면서 그와의 결혼을 죽음을 걸고라도 거절하고 버텨볼 여지가 아직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애는 비장한 결심이나 한 것처럼 결혼식을 정작 내일로 앞둔 이 한밤중에 그렇게도 흔해빠진 눈물은 가뭄이나 만난 듯 말라붙었고, 그다지 어수선했던 마음속은 한결같이 가뿐해진 것만 같았다.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둔 새벽에 영애는 신부의 화장을 해야 할 미장원으로 달려가는 자동차에다 순순히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중얼거리듯 한마디 내뱉는 것이었다.

 “이런 제기랄, 하고많은 남자 중에 하필 가리고 또 가려 내 코만도 못 생긴 사나이에게 시집을 가야하나? 아이고! 내 팔자야.”


.....................................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결국은 더 코가 형편없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군요.
그래도 서로 사랑하며 살다보면 곰보도 구멍마다 정이 들고 돼지코도 복코로 보인다고 하네요.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조우커 2009.01.25  05:18
 
그래도 끝에 가서는 결혼을 하는군요^^
정광호랑 했으면 헀는데..
인물은 없어도 김광호랑은 성격이 비슷할것
같습니다..
함께살다보면 정도들고 사랑도 더 깊어지겠죠!^^

즐거운 설날 되십시요!!
 고란초 2009.01.26  12:26
 
조우커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름만 같고 성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했지요. ㅎㅎ
문학작품은 작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요. 노처녀에겐 매우 죄송...
그럼, 구정을 즐겁고 훈훈하게 맞이하시길 빕니다.
아울러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축원드립니다.
조우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나의 문학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수 없는 하루 제1편  (0) 2011.03.01
피골상접(皮骨相接)의 변(辯)  (0) 2011.03.01
노처녀의 코 제1편  (0) 2011.03.01
내 사랑 수미야!  (0) 2011.02.28
죽은 친구의 우인대표  (0) 201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