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 10:18ㆍ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저의 아주 오래된 문학작품을 한 편 소개하겠습니다. 민물낚시를 가서 생긴 일인데, 주위 사람들이 언쟁하다 내뱉는 말 중에 다소 저속한 말들이 오고가는 바람에 그것을 다 말한 그대로 쓸 수가 없어 일부는 X로 표시했습니다.
이런 날도 다 있었나 싶었고, 이 날은 결국 밤에까지도 재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2편으로 나누었습니다. 1편은 낮에 생긴 일이고, 2편은 밤에 생긴 일입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해보세요.
재수 없는 하루
제1편
1971년 여름, 어느 날.
오늘은 모처럼만에 내 아버님을 모시고서 민물낚시를 하러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 마디로 말해 거의 꽝이었고, 요놈의 고기들이 우리가 온 줄 알고 사그리 이사를 했는지 전혀 잡히지가 않았다. 나는 그런대로 댓 수 가량의 잔챙이 붕어들을 건져냈지만, 아버님께서는 전멸 상태에 놓여 한두 마리도 겨우 잡을까 말까 할 정도였다.
그래서 오후엔 할 수 없이 낚싯대를 걷고서 모조리 방생한 다음, 극락강 상류에 있는 벽계수라는 곳으로 가보았다. 강가로 길게 뻗어있는 제방 밑에는 어제 온종일 내렸던 비 때문인지 강물이 진탕으로 불어있었고, 시뻘건 황톳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 곳엔 제법 많은 낚시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낚시에 열중이었다. 나도 겨우 터를 잡아 낚싯대를 두어 개나 드리웠지만 여기서도 별다른 수확을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늘이 일요일인지라 젊은 남녀들이 단체로 놀러 온 듯, 열댓 명가량의 새파란 사내와 계집 떼거리들이 강 건너편에 있는 모래사장에다 진을 치고서 서로 시시덕거리며 술을 마셔대는 것 같더니, 흥에 겨운지 마이크의 볼륨을 최대로 높여 놓고선 노래를 불러대며 서로 엉키어 디스코를 치고 있었다.
극락강 이쪽 편에는 제방 아래에 낚시꾼들이 줄지어 앉아 낚시질을 하고 있었는데, 고기가 전혀 안 물자 강물을 사이에 두고 이쪽 편과 저쪽 편간에 서로 언쟁이 붙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고기 한 마리 못 잡았는데, 낚시도 못하게 고기를 다 쫓아내버릴 정도로 저 녀석들의 돼지 목 따는 것만 같은 노래 소리 때문에 이쪽 편 낚시꾼들이 잔뜩 화가 났기 때문이다.
처음엔 저쪽 편에서 노래를 하면 이쪽에서도 노래를 따라 불러댔으나, 저쪽 편의 요란한 확성기 때문에 이쪽은 왕창 기가 죽어 있었다. 한참 동안 이러는 사이에 강 건너편에 있던 그들은 계집들을 앞세우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바로 이때였다. 이쪽 편에 있던 누군가가 입이 궁금하여 견딜 수 없었던지 그들을 향해 한 소리 늘어놓았다.
“야! 계집애야! 너 몇 살이냐? 너, 나하고 연애 안 할래?”
“별놈 다 보겠네. 맘 있으면 이리 오라고, 연애 해줄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저쪽 편에 있던 한 계집이 말을 되받는 것이었다. 그 말에 이쪽 편에 있던 다른 짓궂은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만 그 계집에게 소리쳤다.
“너 혹시 거기 있어야 할 것 좀 있냐?”
옆에서 듣기에도 너무나 얼굴이 달아오르는 무안을 주는 소리였다.
“저런 쌍! X놈의 시끼! 너, 죽어!”
저쪽 편에서 한 계집이 소리를 빽 질렀다.
“으응! 너, 민둥산인 모양이구나! 그렇지?”
이쪽에서는 계속 그들의 약을 올렸다. 그러자 그녀 뒤를 바짝 따르던 사내 녀석이 울화가 치민 듯 소리쳤다.
“오냐, 너!”
“나?”
“그래, 바로 너! 이놈 시끼, 다리에서 만나. 넌 이제 다 죽은 줄 알아!”
“좋아! 그래, 좋다고, 만나자고. 저 년놈들 오늘 한바탕 재미 …”
“뭐? 뭣이라고! 저 시끼들, XX해버려.”
대담스럽게 한 마디 내뱉는 그 계집, 얼굴 하나도 안 붉히고 욕지거리를 사정없이 퍼붓는 것 같았다.
‘어허! 이것 참, 너무도 기가 찰 말들이 오고 가는구먼 이거.’
그들의 교육 수준을 안 보고도 훤하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 잘 들어가겠어. 야! 너, X해봤냐? 그런데 민둥산이면 재미없는데. 나무도 좀 있어야 … ”
아까부터 소리치던 녀석이 들으라는 듯이 한 마디 내던지자, 이제는 그 옆 사람까지 거들어댔다.
“야, 인마! 재미없는 게 아니고 10년은 재수 없다더라.”
이쪽에서도 지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받으며 소리치자 그녀 일행들 모두가 극도로 울화가 치민 모양이었다.
“너, 이놈들 있다 보자. 좌우지간 만나기만 해봐라, 작살내버릴 테니까.”
서로 간에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가 오고 갔으나, 강 저쪽 편은 넘실대는 강물을 건널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다른 길로 빠져나가야 했다. 사라져가는 그들을 향해 이쪽 편에서도 여운을 남기는 듯한 말을 계속해서 늘어놓고 있었다.
“야! 너, 거시기에다 나무 몇 그루나 심었냐? 배꼽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야! 별놈의 계집년들 다 보겠군, 그래. 저 년놈들 때문에 오늘 낚시 망쳐버렸네.”
“에이! 재수 옴 붙었네.”
그 옆 사람도 지지 않고 거들어댔다.
옆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제법 흥미를 주긴 했었으나, 사람답지 못한 말투만이 계속 오가니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나와 부친께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 이후로 약간 더 낚시질을 해보다간 재미가 별로여서, 아예 낚싯대를 개버리고서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 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오는데 극락강 다리 근처에서 아까 그 녀석들을 또 만났다. 한 열댓 명이 우르르 버스로 올라타는 바람에 버스가 만원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까 그 욕지거리를 퍼붓던 계집도 거기에 섞여 있었다. 그 여자를 보아 하니 얼굴은 제법 반반하게 생긴 것 같았는데, 머릿속엔 뭐가 들었는지 영 딴판인 것 같았다. 차속에서 그들끼리 떠드는 말들을 귀담아 들어보니 어딘지 모르게 저속한 어투가 많이 섞여 있었다. 잠시 후에 그 계집이 내 옆으로 밀리듯 다가왔다.
바로 그때였다. 차가 묘하게도 언덕배기가 된 길을 올랐다가 갑자기 아래로 내닫자 그 계집이 앞으로 쏠리는 듯싶더니 그만 나에게 몸을 내던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나와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만 것이다. 그 통에 그녀의 볼록 내민 젖가슴이 나의 앞가슴을 압박해왔다. 나는 어찌나 무안했던지 차마 얼굴도 못 들고 서있었는데, 그녀의 이마에 쌍 팔자가 그어지는 듯싶더니만 저속한 말이 순식간에 튀어나왔다.
“이런 쌍!”
그래서 너도 한번 당해보라 여기며 내가 잽싸게 옆으로 비켜버리자 그녀는 순식간에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똥 뀐 놈이 성낸다고 이거 정말 참는데도 한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고도 저 계집 말하는 것 좀 들어보라고요. 기가 찬지, 안 찬지 … ’
“오메! 저 X놈의 싸가지 없는 운전수, 운전하는 것 좀 봐! 더럽게도 운전할 줄 모르네. 이봐요!”
그러더니만 이번엔 그 계집이 난데없이 나를 향해 입을 삐쭉 내밀면서 소리쳤다. 난 반사적으로 계집을 향한 체 내 손가락 끝으로 나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나요?”
“그래요! 넘어지는 사람 좀 붙잡아 주면 어디 덧나요? 이상한 남자네, 정말. 오늘 아까부터 재수 옴 붙더니, 나 참, 원 세상에 별 꼴을 다 당하는구먼.”
두 눈을 부릅뜨고 흰자위를 드러내며 쏘아대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귀를 막아야만 했다. 이미 나의 귀는 그 말을 들을 수 없는 한도에 도달한 것이다.
‘저런, 세상에 별 XX같은 계집을 다 보겠군. 누가 할 소리 누가 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나도 속으로 한 소리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 낚시부터 재수가 없더니만 끝까지 재수 옴 붙어 버린 것이다. 집 앞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내 아버님께서도 못 견디겠다는 듯이 한 마디 내뱉으셨다.
“저런 XX같은 가시네!”
정말로 이건 XX 취급을 해야 할 만한 여자인 것 같았다.
‘야! 이 계집애야, 네 얼굴이 아깝다, 아까워!’
오늘은 결국 재수 더럽게도 없는 날이었다.
.........................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이건 작품이라기보다는 욕지거리를 많이 쓴 것만 같습니다.
원색적인 표현이 많아 죄송..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Off Line에서의 저일처럼 그런 사람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 고란초 2009.02.03 23:44
- 화석님, 최근 기분 상한 일이 있으셨나요?
사실상 블로그에는 꼭 마음에 드는 사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인기가 있으면 악성 덧글이나 비방, 폄하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더군요.
잘 되는 것을 못 보는 사람들 짓이겠지요.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되는데...
하지만 이런 걸 전부 신경 쓰다보면 블로그 활동 못 합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거나, 마음에 안 들면 삭제해버리면 되거든요.
화석님, 모두 잊어버리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
- 화석 2009.02.06 08:45
- 네! 답은 벌써 해 드렸는데 늦었군요. 걱정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나의 문학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생원(犀生員)의 수난(受難) 제1편 (0) | 2011.03.01 |
---|---|
재수 없는 하루 제2편 (0) | 2011.03.01 |
피골상접(皮骨相接)의 변(辯) (0) | 2011.03.01 |
노처녀의 코 제2편 (0) | 2011.03.01 |
노처녀의 코 제1편 (0) | 2011.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