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생원(犀生員)의 수난(受難) 제1편

2011. 3. 1. 10:54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오래 전에 써두었던 저의 작품 중에 '쥐(서생원)의 수난'이라는 글이 있어 시덥지 않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이건 작품이라기보다는 그 당시의 일기였는데, 힘들여 잡아온 고기들을 모조리 물어간 말썽쟁이 쥐들을 단발총을 쏘아 잡아 죽이면서 느꼈던 글입니다.
  우리 님들 시의에 걸맞지 않지만 저의 대학 시절 글을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서생원(犀生員)의 수난(受難)


                                
                                              제1편

                              

 1971年 8月 중순, 토요일.
 아침부터 민물낚시를 하러 갔다. 염치(廉恥)불구하고 맨 날 찾아가는 곳이라서 고기들한테는 미안스럽기 그지없지만, 이곳을 빼면 난 시체(屍體)라서 목적지(目的地)는 산동교 부근에 있는 신창 저수지로 정했다.

 오늘의 수확(收穫)은 한 마디로 말해서 운수대통(運手大通)이라 횡재(橫財)를 한 셈이다. 준월척, 감잎, 콩잎짜리 등 붕어들만 78수. 이 정도면 끝내 주는 거 아닐까? 너무나도 잘 낚였다.

 ‘이히! 기분(氣分)이 띵호와. 우리 사람 기분(氣分) 째져해.’

  혼자서 기분 좋은 소리를 중얼댔고,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다 나온다. 부친(父親)을 모시고서 동생(同生)들은 남평에 있는 드들강으로 밤낚시를 갔다고 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엊그제 몽땅 내린 비로 인해 강물이 진탕으로 불어났을 것이니 낚시질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여겨진다.

 ‘애고! 이거, 아버님. 고생문(苦生門)이 훤하실 것 같군요. 아무쪼록 잉어 많이 잡아오시길 축원(祝願)드리옵나이다.’

 저녁 식사 후 오래간만에 머리를 다 감았더니 어찌나 개운한지 십 년 묵은 체증(滯症)이 다 쑥 내려간 듯하다. 머리를 감다가 우연히 지붕 위를 올려다보니 서생원(犀生員)들이 오락가락 하는 것이 내 눈에 띄고 말았다.

                             


                 - 여름철 삼복더위에 생고생하면서 며칠 동안 잡아왔던 메기 28마리. -

 ‘오냐! 너희 놈들 잘 만났다. 지난번에 피땀 흘려 생고생(生苦生)하고 잡아온 메기 28마리를 내 허락도 없이 모조리 물어 간 게 바로 네 놈들의 소행(所行)이렸다. 내가 그대로 참을성 싶냐? 천만에 말씀! 안되지, 절대로 안 된다고!’

 그 동안 방귀퉁이에다 처박아 둔 구식총(舊式銃)을 순식간에 들고 나와 탄알 1발 장진(裝塡).

 ‘그런데 요놈들 좀 보소.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재미까지 벌리고 앉았구만. 어째, 네 놈들 노는 꼬락서니가 수상쩍다고 했어. 어허이! 내 참, 신경(神經) 날카롭게 만들고 있네. 뚱땡이 암놈 등위로 뼈만 앙상한 빼뺏한 숫놈의 쥐새끼가 기어 올라가더니만 열심히 허리 운동을 하고 자빠졌으니, 밤낮 가리지 않고 얼마나 저 짓거리를 해댔으면 저렇게 몰골이 말이 아닐까? 그래, 네 놈들이 내 눈앞에서 그런 추태(醜態)를 보이더라도 나보고 자비를 베풀어 눈감아 달라 이 말씀이지? 좋아! 좋다고, 나도 생각이 있다고. 나도 지금까지 합쳐서 한 번도 못 해본 짓거리를 때와 장소도 안 가리고 서슴치 않고 해대다니, 요런 싸가지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나도 웬만하면 참아 드리려고 했지만 부화가 치밀어서 안 되겠어. 못 참겠다, 이 말씀이야.’

 총구를 제일 먼저 올라탄 그 놈을 향해 겨누었다.

 “탕!”
 무의식(無意識) 중에 무아지경(無我之境)을 헤매며 방아쇠를 잡아당긴 나는 갑자기 정신(精神)이 아찔해졌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두 눈동자가 그만 함지박만 해지고 말았다.

 등에 올라타서 정신을 잃고 흔들어 대던 그 놈이 직통(直通)으로 총알이 목을 관통하자, 맥없이 지붕 위에 풀썩 쓰러지더니 데굴데굴 굴러 땅으로 툭 떨어지고 만 것이다.

                                

 
                                                    - 재미 본 서생원의 횡사 장면 -

 그러자 뚱뚱이 요놈, 아마도 이 녀석은 정든 임과 매일 밤 만나 무드 있게 즐기고 있는 암놈이란 것을 수의과(獸醫科)에 안 다니더라도 확실히 알만 한데 이 말씀이야. 양쪽 눈두덩이가 뻘겋게 붓도록 두 줄기 눈물을 펑펑 흘려대며 통곡(痛哭)해야만 할 것은 뻔할 뻔짜인데도, 요놈은 내가 또다시 총을 겨누었는데도 ‘죽일 테면 어디 한번 죽여 봐. 내 낭군(郞君)도 이미 죽었는데 기왕지사(已往之事) 이렇게 벌어진 일 맞장 뜨자’는 듯 떡 버티고서 죽은 님만 바라보며 엎드려 있는 게 아닌가?

 아마 만족도 못해보고서 그것이 식어가고 있는지 어떤지 궁금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한 수 들은 바에 의하면 거시기를 즐기다 숫놈 서생원이 등상사(등 위에서 죽는 것)하면 암놈은 기분(氣分)이 더욱 째지게 좋을 거라고 하던 것 같은데 이게 도대체 틀린 말 아닌가? 이거 원 종잡을 수 없는 게 하나 둘이 아닌 것 같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좌우지간에 난 내 메기들 왕창 물어간 것 복수해야 돼.

 다시, 저 뚱땡이에게 겨누어 총! 발사!

 “탕!”

 ‘이히히! 내가 이래뵈도 명사수(名射手)의 사촌(四寸)뻘쯤 되는 사람인데 요걸 못 맞출라꼬 … 오매,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도대체가 뭔 일인지 모르겠구만. 요놈은 분명히 머리통을 겨누었는데 내가 아까 그 장면에 흥분(興奮)하는 바람에 손이 약간 떨리더니만 총알이 빗나가 하필이면 히프(hip)가 맞을 게 뭐람. 그 넓적하고 펑퍼짐하고 야무지게 생겨 먹은 궁둥이 말이어. 새끼를 깔라치면 적어도 열 두어 마리는 쑥쑥 순산(順産)할 팔자를 타고난 포동포동한 엉덩이인데 말씀이야. 그 놈의 쥐새끼가 영 재수가 째지게 좋아버렸어. 단명(短命)할 팔자는 아닌가 보군, 그래.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했거늘 얼굴은 더럽게도 못생겨 먹은 놈이 틀림없을 거야.’

 나를 힐끔 아니꼽고 매스꺼운 눈초리로 흰자위를 들어내며 흘겨보다가는 선혈(鮮血)이 흐르는 엉덩이를 꽤나 아픈 듯 튀이스트, 지그재그 식으로 돌려대며 ‘치사하고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 난 원래 먼저 간 바람둥이의 퍼스트(first)가 아니고 오늘밤만 그와 파트너(partner)로 지정된 창부였다’는 듯, 쓸데없는 짓거리 하다가 큰 손해(損害)를 보고 간다고 외치며 어슬렁어슬렁 쥐구멍 속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네가 감히 잠 자는 사자를 건들여! 이런 녀석은 내 성미에 콱 안 맞은 놈이니까 어디 두고 보더라고.’

 나도 화가 극도로 치밀어 올라와 이빨까지 으득으득 갈며 장독 위에다 덮어둔 보리쌀 밥을 한 숟갈 꺼내어 쥐구멍 앞에 진수성찬(珍羞盛饌)처럼 차려 놓고 쥐구멍을 향해 겨눠 총 자세(姿勢)를 취했다. 그리고는 그 놈들이 나오기만을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9분이 가고 10분이 오네. 요놈의 서생원(犀生員)이 왜 이다지도 내 애간장을 살살 다 녹이냐?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빨리 좀 나오지 못 할까!’

                             


                            - 뒤가 뚱뚱이 그리고 앞이 데려온 동료 서생원-

 ‘1분만 있으면 나는 나와요’하는 신호(信號)가 쥐구멍 속으로부터 내 귀에 들려 왔다. 찍찍거리며 진수성찬(珍羞盛饌) 앞으로 제 동료(同僚)들까지 잔뜩 모시고선 실컷 먹고 또다시 한바탕 멋지게 놀아 보자고 외치면서, 기분도 상쾌하게 ‘터어키 행진곡(行進曲)’에 발을 맞추어 쥐구멍 속에서 1열 종대(縱隊)로 기어나온다.

 ‘이히히 … ! 좋았어.’

 “탕!”

 나도 모르게 히쭉거리며 기분(氣分)이 좋아져 이번엔 실수 없이 뚱보에게 총알을 발사(發射)했다.

 ‘아니! 요런 징그러운 놈 좀 보게.’

 이번엔 정통으로 머리빡이 맞았는데도 도로 쥐구멍 속으로 쑥 들어가버리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요놈이 초응급이라서 의사(醫師), 간호원(看護員)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지 우당탕 요란스러운 소리가 내 귀를 진동(振動)했다.

 ‘아이고! 나 죽는다. 나 살려라. 서생원(犀生員) 좀 살려 줘!’하고 외치는 듯 다 죽어가는 쥐새끼 신음 소리가 찍찍찍! 끙끙끙!

 쥐구멍 속에서 구슬프고도 처량하게 들려와 내 애간장을 다 녹여가며, 이 훤한 달밤의 무드를 정녕 흐리게만 장식하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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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이건 서생원들의 수난이라기보다는 인과응보올씨다. ㅎㅎㅎ
  우리 님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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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커 2009.02.05  22:48
 
재밌는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어릴적 맨손으로도 많이 잡아 죽인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옛날 촌집에선 밤에 천정으로 쥐들이 뛰어다니느라
밤새 잠자리가 불편할때도 많았고요..

그럼 고란초님! 건강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화석 2009.02.06  08:52
 
처음부터 이상하다 했는데... 사진 보니 제 직감이 맞아...
1971년은 아닌 것 같은데요 고란초님! 서생원들의 최후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처음에 계산을 했죠 1971년이면 저 중학교 1학년 때인데...
오늘은 지금 나가봐야 늦어서... 나중에 봐서 또 오겠습니다. 늦둥이땜에 잠을 설쳐...
 
 고란초 2009.02.06  09:52
 
조우커님,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님께서도 쥐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군요.
옛날에는 쥐가 아주 많았지요. 물론 요즘도 많긴 하지만..
이 글은 아주 오래 전에 쓴 글이라서 요즘과는 안 맞지만 재미있으시라고 올린 것입니다.
조우커님, 님께서도 건강하시고 즐겁게 지내시길 빕니다.
 
 고란초 2009.02.06  10:01
 
화석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1971년 여름 일기 맞습니다.
이 글에 맞추어 사진을 가져와 각색해본 것이구요.
그러니 현장감이 있는 글처럼 보이지요? ㅎㅎ
이 글도 제가 의대 본과 1학년 여름 방학에 있었던 사실을 당시의 일기에서 가져와 올린 것입니다.
그러니 이 글은 사실 맞습니다.
더 재미있는 표현을 해야되는데 문장력이 일천하여..죄송
그래도 읽으실만 했지요?ㅎㅎ
화석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고락산성 2009.02.06  16:58
 
더 재미가 있으면 안될것 같고...ㅎㅎㅎ
정말 글도 재미나게 쓰셔서.... 웃으며 읽었습니다.
그런대 그짓을 하고 있는대 방아쇠가 당겨 지던가요?ㅎㅎㅎㅎㅎ
오늘도 완연한 봄날씨입니다.
모처럼 농장에 나가서 월동한 잡초도 조금 제거하고
한번 둘러보고 왔습니다.
이제 슬슬 농장일을 해야 될것 같습니다.
금요일 남은시간 편안하시고 즐거운 주말 휴일
되시길 바랍니다.
 
 고란초 2009.02.07  00:12
 
산성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이 재미있으셨나 봅니다.
죽은 쥐들에겐 안 되었지만 죽을 고생을 하고 잡아온 매운탕감들을 모조리 물어가버렸더라구요.
미끄러운 메기들을 어떻게 물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쥐도 그 짓을 매우 좋아하고 새끼도 많이 납니다.
오래 전입니다만 그 때는 쥐가 엄청 많았고 총을 쏘아서 소탕했는데..
그래도 이놈들은 행복한 놈들입니다. 재미보다가 갔으니..ㅎㅎㅎ
산성님, 농장일이 벌써 시작되었네요. 전 아직 시작도 못 했거든요.
 
 화석 2009.02.08  07:39
 
아니! 그러시면 69학번이시니 연세가... 몰라뵈었습니다.
전 프로필의 사진을 보고 한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로 생각했었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고란초 2009.02.09  00:35
 
화석님, 방문에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저는 항상 마음이라도 젊게 살고 싶거든요.
그래서 프로필의 사진은 젊었을 때의 사진을 올렸던 것이구요.
프로필에 제 나이를 언급해드렸는데.. 제 사진방에다 저의 최근 사진도 올려드렸고...
화석님, 블로그는 같이 어울려 토론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발전을 도모해주는 것만이 필요할 거라고 여겨집니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사이버 장소니 말입니다.
죄송해하시면 제가 더 부끄럽지요.ㅎㅎ
 
 화석 2009.02.09  19:29
 
항시 프로필이 생각보다는 오픈이 적어 그냥 지나쳤는데
지금 보니 상세히 언급해 놓으셔 정작 진실하게 저 스스로
알아보지 못했음을 더욱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화석 2009.02.09  19:31
 
한 이틀 평소보다 과하게 약주자리를 가져 스케쥴이 많이 어긋나...
내일부터 제대로 찾아 오겟습니다.
보름날 달보며 소원성취 비셔야 하는데 날씨 안좋으면 영상으로라도 꼭...
비시길...
 
 고란초 2009.02.10  00:24
 
화석님, 방문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어제와 오늘 환한 보름달을 마음껏 바라보며 모두의 소원을 빌어보았습니다.
가족과 우리 님들과 우리 나라의 소원도 같이 빌어봤는데 얼마나 들어주실지...
화석님 저는 우리 산성님처럼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진솔한 삶이 거기서 우러날 테니까요.
정말 어디다 내놓아도 부끄럼없는 삶을 사시는 분들이 너무 부럽기만 합니다.
저도 노력은 해보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