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 10:56ㆍ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서생원(쥐)의 수난 두번째로 이번엔 집에서 기르는 청포도 나무에서 청포도를 모조리 다 따먹어버린 쥐들에 대한 응징입니다. 쥐가 음악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명태 머리를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이런 방법으로 쥐를 유인하여 단발총으로 쏘아 소탕시키는 과정을 써본 것입니다.
이 글도 오래 전에 쓴 작품이라서 시의에 걸맞지 않지만 일단 올려보겠습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해보세요.
서생원(犀生員)의 수난(受難)
제2편
1971년 10월 중순, 일요일.
오늘같이 휘영청 환한 달밤에는 뭔가를 해대야만 기분이 상쾌할 텐데 데이트할 만한 상대도 하나 없다니 이거 원, 나도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놈이지 않는가 이 말씀이야. 견디기 힘든 고독을 달랠 길이 없어 나의 심중의 애인인 바이올린을 들고서 다시금 뜰 앞으로 나왔다.
말이 바이올린을 켜는 것이지 실은 어디다 내놓을 만한 수준이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이 곡을 열심히 감상해주고 있는 작자들이 상당히 있었다.
지난 여름날부터 처마 밑까지 길게 늘어진 늙은 포도나무 넝쿨을 따라서 기어다니며, 잘 익은 청포도만을 골라 맛좋게 작살내고 있던 서생원(犀生員)들이 지금까지도 분주히 오르내리더니만 발을 멈추고 숨어서 열심히 경청(傾聽)하고 있었고, 앞마루 양측에 묶여있던 똥개들도 하릴없이 두 귀를 쫑긋 세우고서 음악을 감상하는 중이었지만, 사람은 도대체가 그림자 하나도 얼씬치 않은 것 같으니 웬일인가 싶다.
‘이런 젠장맞을 것, 색시하고도 쭉쭉빵빵한 동네 처녀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별 볼 일 없는 녀석들만 이리 잔뜩 모여있는 거야? 허, 이거 한심한 일이로고. 좋아! 네들이 듣건 말건 난 상관없어. 나도 사실 말하긴 창피하지만 심중의 고독을 요 악기를 켜보면서 씹어보려고 나왔으니까.’
들어줄 사람도 하나 없건만 혼자서 씨부렁거리며 포도나무 넝쿨 아래에 앉아 바이올린으로 몇 곡을 그어대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무렵, 서생원(犀生員) 한 놈이 겁도 없이 너무나도 간드러진 명곡(?)에 뿅~간 나머지 포도나무 넝쿨을 따라서 스르르 미끄러지듯 내려오더니만 바로 내 앞에서 멈추는 것이었다. 그걸 본 나는 신이 나서 빠른 템포의 뽕짝 곡으로 바꿔 계속 활로 바이올린을 켜댔다.
‘허허! 요놈 봐라. 엉덩이를 내 쪽으로 향하고 고고를 추실 모양이다. 좋았어, 그럼 박자를 맞춰서 어디 한번 해봐.’
나도 한 소리 중얼거리며 신나게 켜주었는데, 요 녀석이 ‘One more time please!’라고 하는 것만 같아 미뉴에트를 비롯하여 유행가까지 4분의 4박자로 켜댔다. 그런데 저 녀석 너무 오버액션(over action)을 했나? 엉덩이를 분주히 좌우로 왔다 갔다 하더니만 그만 실족한 모양으로 땅 위로 뚝 떨어졌다.
- 땅으로 떨어져 기어가는 서생원. "이거 원, 창피해서..거, 쳐다보지 좀 마슈." -
‘아이고! 내가 너무 했구나.’
찍찍거리더니 다시금 그 옆에 있는 대추나무를 타고서 포도나무 위로 뽀르르 기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좋아, 이제부턴 실수 없도록 하고 한 번만 더 하지.’
그리고는 블루스를 칠 수 있도록 이번엔 ‘무도회(舞蹈會)의 권유(勸誘)’를 켜주었다.
‘템포(tempo)는 슬로우(slow), 슬로우. 퀵(quick), 퀵! 알겠지?’
- 잠깐! 쬐끔만 더 기다려주세요,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Wait a minute! Wait a second!’ 하는 듯 그 놈은 다시금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만 금방 다른 한 놈을 데리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아하! 그렇지, 그걸 몰랐구나. 이거 내가 널 몰라봐서 어쩌나? 네가 바로 저 쥐새끼의 암컷파트너인 모양이지. 으흠! 예쁘게 생겼는데. 그런데 네가 겁이 좀 많나보군, 그래.’
바람둥이 제비같이 생긴 그 녀석을 안 따라오려고 하는 듯 암놈인 듯한 서생원(犀生員)은 약간 내려오는 것 같더니만, 포도나무 넝쿨을 타고서 다시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버리는 것이었다.
‘얘! 괜찮아. 어서 와! 우리 블루스 딱 한 곡만 추고 재미 보러 가자.’
이 녀석은 너무도 흥분(興奮)했던지 암컷에게로 곧장 쫓아 올라가더니만 다시 끌어내린다.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너희들을 위해 한 곡만 켜주고 나서 그간에 내 집 청포도를 모조리 작살낸 대가를 치르도록 하자.’
어느덧 바이올린 곡이 끝나자 말자 나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 단발 구식총(舊式銃)을 가져와 탄알을 장진해두고서, 또다시 흥얼거리며 바이올린을 켜대기 시작했다. 이제는 군무(群舞)를 즐길 모양이었다. 이번엔 서생원 3놈이 동시에 지붕 위에서 살금살금 기어 내려왔다.
나는 기왕이면 정신마저 아찔하도록 구수한 냄새도 좀 맡아가면서 감상하라고 명태 대가리를 쇠꼬챙이로 꿰어서 포도나무에다 매달아 놓았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그간 요놈들이 청포도를 모조리 다 따먹어서 먹을 게 하나 없었는데 이거 웬 떡인가 싶었으리라. 그 냄새가 천지를 진동한 듯 서생원(犀生員)들이 단체로 침을 질질 흘려대며 내려오는 것이었다. 네 놈, 다섯 놈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다. 지붕 위에서 살고 있는 서생원 가족 전체가 음악소리보다는 그 냄새에 온통 정신을 잃을 판이었다.
‘이히히 … ! 좋아, 좋아! 조금만 더 내려오너라.’
나는 살그머니 총을 집어 그들을 겨냥했다. 한 놈이 겁없이 쑥 내려와 그 놈의 혓바닥이 명태 대가리에 닿으려는 순간 나는 총구를 들이밀며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장송곡(葬送曲)이 울려 퍼지며 탕하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그 놈은 흉복부(胸腹剖)에 관통상(貫通傷)을 입고 절룩거리며 땅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는 죽을 힘을 다해 내 곁을 빠져나가려고 시도해보는 것 같았으나 허사였는지 다리를 쭉 뻗으면서 축 늘어지는 것이었다. 즉시 그 놈 머리통에다 제2의 화살을 꽂아버렸다.
- 음악과 명태 대가리에 홀려 제일 먼저 횡사한 서생원 1 -
결국 그 놈은 싸늘한 시체(屍體)가 되어 드러누워 있었고, 거기서 풍기는 피비린내는 천지를 진동(振動)게 되었다. 그 통에 영문을 모르고 명태 대가리 냄새에만 뿅 가 근처에서 오락가락하던 놈들이 무엇 빠져라 하고는 사그리 도망을 가버렸다.
또다시 바이올린을 들고선 켜기 시작했는데, 감미로운 음률이 울려 퍼지고 환희(歡喜)의 노래가 나오자, 지붕 위에서 서생원 한 놈이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리고는 고기가 매달린 곳을 향하여 살금살금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녀석들 폼을 보아하니 내 음악엔 전혀 관심이 없고, 명태 대가리를 어떻게 따먹을 것인가에만 온통 관심집중인 것 같았다.
난 또다시 탄알 1발을 장진하여 명태에 정신을 놓은 그 놈에게 겨누었다. 그 서생원도 역시나 고기 한 점 떼어먹으려다 나에게 발각되어, 머리에 관통상(貫通傷)을 입고 그 자리서 즉사(卽死)하여 먼저 간 놈 옆에 나란히 뉘어졌다.
- 명태에 반해 그만 저 세상을 찾아간 서생원 2 -
또 한 놈이 내려오려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는 그들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더니 눈물을 머금고 후퇴를 했다. 아마도 그들끼리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달 작전계획(作戰計劃)을 짜는 모양이다.
- 요놈 고양이 모가지에다 방울을 달아야 하는데... -
다시금 명상곡(瞑想曲)이 울려 퍼지자 이제 그 놈들은 고개를 내밀었다, 넣었다 하면서 날 약을 올리더니만 갑자기 한참 동안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또 한 곡 켜면 내려오겠지 하고 생각하며 멋지게 한 곡을 켜고 나서 명태가 매달린 포도나무 넝쿨을 보는 순간, 나는 땅바닥에 덜퍼덕 주저앉을 뻔했던 것은 아니었고, 기분이 그만 팍 잡쳐 버리고 말았다.
난 그들의 계교(計巧)에 속아 넘어갔고, 내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놈들은 그들의 계획(計劃)을 성공시켜, 그 맛좋고 영양가 많은 명태를 두 놈의 희생(犧牲) 대가를 치른 뒤 사생결단(死生決斷)을 하고 훔쳐가, 오늘 밤 근래불식으로 처음 먹어보는 꿀맛 같은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얻게 된 것이다.
- 히히! 요건 몰랐지? 아이고! 맛있어. -
‘영판 재수 옴 붙었군, 그래. 네놈들이 이토록 영리한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 어이! 서생원, 정말 영특 하구만.’
나 홀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씹어 삼키며 중얼거리는 사이에 환한 달빛에 검은 그림자를 내비치며 속 모르는 서생원 한 놈이 포도나무 넝쿨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좋아! 이건 너희들에게 속은 분노(憤怒)의 복수(復讐)다.’
난 속으로 중얼거리며 총구만 그 녀석을 향한 채 조각상처럼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놈은 멋모르고 스르르 내려오다간 총구 바로 앞에서 멈칫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었다.
‘아니, 길쭉하게 생긴 요것이 무엇이냐? 어디에다 쓰는 물건인고?’
이게 정말 무언지 잘 모르는 눈치이며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살금살금 더 아래까지 기어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 놈의 머리통이 총구 정면까지 다가오자마자 순간적으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요란한 금속성 소리가 적막에 싸인 뜰 안을 진동(振動)시키면서 그 녀석도 별 수 없이 싸늘한 시체(屍體)가 되어 나뒹굴게 되었다.
- 길쭉한 물건을 어디 쓰는지 몰라 횡사한 무식한 서생원 3 -
‘어이! 서생원들, 처량한 달빛 아래 자네들이 갈 곳은 어디 멘가? 너무나도 서생(犀生)이 불쌍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네. 안 그런가? 서생원(犀生員) 양반.’
.....................................
....................................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서생원의 간교에 넘어갔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확은 있었습니다.ㅎㅎㅎ
우리 님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대단하세요.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상 잘하고 갑니다.
지금 밖은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흡족하게 내려서 식수가 없는 섬지역과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었으면 합니다.
밤에는 외할아버지 기일이라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서생원들이 나타나면 백발백중이군요.ㅎㅎ
- 산성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런 작품은 제가 과거에 써둔 것을 조금 다듬어서 올린 것입니다.
산성님, 제 사격 실력을 잘 모르셨군요.
저도 과거 전방에서 군의관으로 있을 때 의무 중대장까지 했습니다요.
사실 저도 특등 사수 축에 들어갔었는데..
사격장에서 장교들 사격하는데 연대장님이 놀라시더라구요. 표적을 모두 다 쓰러뜨렸으니까요.ㅎㅎ
산성님, 단비가 와서 기쁩니다. 그럼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길 빕니다. -
- joongjinbae 2009.02.20 15:47
- 재미있는 단편소설입니다. 불쌍했지만 어쩔 수 가 없네요. 쥐는 쥐였어야 했는데 인간이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해서 저승 가는 줄도 모르고..
-
- 고란초 2009.02.21 07:40
- joongjinbae님,방문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옛날엔 쥐가 많았지요. 이런 쥐를 유인하여 소탕하는 글인데,
재미있는 장면들이 제법 많았지만 표현이 서툴러서 작품을 버려놨네요.ㅎㅎ
그래도 읽을만 하셨죠?
그럼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주말되시길 빕니다.
'나의 문학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영감의 항렬(項列) (0) | 2011.03.01 |
---|---|
선인장(仙人掌) 금강산(金剛山) (0) | 2011.03.01 |
서생원(犀生員)의 수난(受難) 제1편 (0) | 2011.03.01 |
재수 없는 하루 제2편 (0) | 2011.03.01 |
재수 없는 하루 제1편 (0) | 2011.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