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8. 14:03ㆍ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주변엔 여러가지 웃지 못 할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 중에 몇가지만 두서없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우리 님들, 그냥 부담없이 감상해보세요.
아줌마 난 어떡하면 좋아?
병원에서는 웃지 못 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말 못하는 갖난 아이부터 부모가 좌지우지하는 바람에 의사 표현마저 제대로 못 하는 큰 아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몇 가지 사례들을 피력해볼까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유별나게도 감기에 잘 걸립니다. 그 이유는 진료 중에 소아 환자들이 기침을 정면으로 해대면서 의사에게 호흡기 바이러스를 배출시키기 때문입니다. 좀 고개를 돌리고 기침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어디 애들이 그걸 알기나 하나요? 구강검사라도 할라치면 여지없이 가래기침을 제 얼굴 정면에다 해버려 그걸 닦아내기도 뭐하고 그냥 씩 웃고 말지요. 그래도 그건 양반입니다. 토하고 설사를 줄줄하는 아이는 진찰하기도 겁이 납니다. 사정없이 가운에다 토해버리질 않나, 항문 쪽을 들여다 보는 순간 제 얼굴에다 분수처럼 찍..해버리면 하루 종일 냄새가 가시질 않기도 합니다.
홍콩 독감이 전국을 휩쓸고 있을 무렵 어느 순간 의사도 환자를 보다가 그만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의사라고 하여 독감 바이러스가 절대로 무서워하지 않더군요. 결국 의사도 지독한 독감에 걸려 고열과 기침으로 끙끙 앓고 앉았는데, 속없는 친구 놈 한다는 소리가 “아니, 의사 양반도 그런 병에 걸리는가?”하며 빈정대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나도 대뜸 한 마디 쏘아 주었습니다.
“에끼, 이 사람아, 의사 놈들은 사람의 새끼가 아니고 개나 돼지인줄 아나?”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진찰실 문을 들어서기가 바쁘게 의사나 청진기만 보면 마구 울어 재끼는 어린애를 달랜답시고 호되게 따귀를 때리는 부모를 보면 정말 정이 뚝 떨어지고 맙니다. 그럴 때는 정작 진찰을 받아야만 할 환자는 어린애가 아니고 그 부모들이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의사 앞에서도 그런 부모는 집에서는 애를 장난감 다루듯 할 건 뻔하니까요.
그런가 하면 일반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므로 마땅한 치료약이 없다는 것은 의학교과서에도 나와 있고,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도 꽤나 많고, 이거 한 첩이면 감기 뚝이라면서 특별 제조한 단방약이라고 파는 약국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디 그것 뿐입니까? 병원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보호자가 먼저 '우리 아이 감기요', 또는 '체 했소'하면서 '감기주사 놔주시오', '체한 것도 몰라요?' 하거나, '감기 하나도 제대로 치료 못 하는 돌팔이 의사 놈들이 약을 이 따위로 지어주어서 더 심해져 버렸다. 책임져라.'고 고래고래 고함치는 부모들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저도 '이 아인 가벼운 감기네요. 감기엔 특별한 약이 없으니 푹 쉬게 하고, 물도 많이 먹이고 맛있는 음식을 해서 많이 먹이면 됩니다. 그냥 가세요. 돈 안 받을 테니.'라고 말을 했더니만 당장에 애 아줌마가 험상궂은 얼굴로 '너 의사 맞냐? 그런 소린 나도 하겠다. 그런 소리 들으려고 비싼 택시 타고 병원에 온 줄 아냐? 별 미친 놈이 다 있네.'하면서 진료실 문을 발로 쾅 걷어차면서 나가더라니까요. 아줌마, 이럴 땐 난 어떡하면 좋아요?
외국의 진찰료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비쌉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환자의 부담이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양기부족이라면서 기십 여만 원씩 하는 보약은 찍소리도 않고 지어 먹는 사람이 단돈 몇 천원도 안 되는 진찰료나 약값은 왜 이리 비싸냐고 고래고래 고함치면서 의사들은 다 도둑놈이니 뭐니 떠들어 대는 보호자들도 있습디다.
오래 전 소아병실 중환자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소아에게 생기는 워터하우스 프리드리히센 증후군은 갑작스럽게 까라지면서 온몸에 자반이 생기고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금방 숨이 끊어지는 병으로 부신피질 호르몬 주사를 주지 않으면 어떤 약을 써도 치료방법이 없는 매우 위급하고 위험한 질환입니다. 바로 이 병에 걸린 아이가 소아병실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는데,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아주머니, 지금 댁의 귀여운 딸이 이런 위험한 병에 걸렸단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 의사들이 응급처치 하느라 이 법석을 떨고 있지 않습니까? 댁의 아인 이 밤을 못 넘길까 걱정되어 그 난리를 폈던 것이고, 이제 2단계 치료로 넘어가야 한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그 아주머니는 단지 자기 아이가 체했다며 그 날 밤 축 늘어진 아이를 업고 체를 내러 가야한다며 병원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아이가 체했으니 체쟁이한테 가서 체를 낸다구요? 그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특효약이나 충분히 주사해주었던들 덜 섭섭했을 텐데.. 그런다고 저 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기어이 도망치듯 체쟁이에게 가야한단 말입니까? 체 뿐만 아니라 똥물을 먹여서라도 구사일생이면 춤을 추고 즐길 일이나, 귀한 따님이 살아난 덕이 체쟁이가 체를 잘 내어 그랬다손 얼마나 반갑겠습니까만, 만약에 불행히도 죽었다면 응당 의사 놈들 주사 잘못 논 탓으로 돌릴 게 뻔한 일이 아니겠냐고요. 내 새끼 죽어봐야 의사 놈 네 새끼 죽는 게 아닌 데 무슨 놈의 군말이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나는 고사하고라도 의학이, 현대의학이 원통해하고 통곡한다 이 말입니다. 이다지 무력한 의사 놈들은 밤낮없이 악착스런 병마와 싸우는데도 벅찬데 언제까지 이런 무지와 몽매에 시달려야하고 종노릇만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아줌마, 난 정말 어쩌면 좋다는 말입니까?”
이러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다음 사항을 유념하시고, 어린애란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합니다.
첫째, 꾸준한 인내를 가져야만 합니다. 어른들의 부질없는 걱정이나 지나친 간섭에서 해방시켜 줘야만 합니다. 어린애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주어야 합니다.
둘째, 어린애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어줘야 합니다. 어린애로부터 신임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하며 어린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해야 하고 의사가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합니다.
셋째, 어린애와 같은 눈높이로 같은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어린애도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해낸 방법을 채택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은사님의 산문집 내용을 극히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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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두서없이 쓴 글이라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요?
그래도 여기엔 의사의 고뇌도 있고 하소연도 있습니다.
해결방법은 모두가 하나씩 깨우쳐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선의 방법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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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신 야후 벗님들과의 대화)
- 고란초 2008.12.28 16:58
- 화석님, 요즘 또 독감이 유행할 것 같습니다.
충분히 쉬시고 찬 바람 절대 많이 쐬지 마세요.
오늘 저도 현재 환자 진료 중인데 독감 환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 화석님, 편안한 주말 맞이하시길 빕니다. -
- 고락산성 2009.01.06 12:59
- 저도 처 이종사촌 동생이 의사인대
별일이 다 많다고 하더군요.
하기사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가면 다 낫는줄 알지요.
정말 고생하시는 직업이라 여겨집니다. 막일만 힘든게 아니지요.
그래도 모두가 부러워하는것이 의사님들이니.....
새 아파트로 이사함을 축하드립니다.
집들이 하셔야지요?ㅎㅎㅎ 옛날엔 집들이 하면 성냥이나 양초를 사가지고 갔는대...
불같이 일어나라나 뭐라나..ㅎㅎ
즐거운날 되세요. - 고란초 2009.01.06 21:24
- 산성님,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쎄요, 의사도 고달픈 직업 중 하나죠.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과 하루 종일 씨름하기가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보람된 일도 많지만 그냥 죽여 잡수세요하고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성님, 저는 단독주택에서 꽤 오래 살아 적응이 잘될 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들면 아파트가 편하다고는 하지만 저는 이것저것 가꾸는 걸 좋아해서...
그래도 집들이는 해야겠지요. 성냥으로 불을 냈다간 다른 입주자에게 혼납니다.ㅎㅎ
산성님, 그럼,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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