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8. 15:19ㆍ나의 영농수첩
우리 님들 2009년도 저의 영농 수첩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저의 텃밭에서 하는 영농과 공동 영농지에서 하는 영농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 추석 연휴 동안에 잠시 시간을 내어 저의 텃밭과 공동 영농지를 돌아보았네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추석날엔 성묘길에 저의 외갓집에도 한번 들러보았습니다. 물론 저의 외조부모님께선 오래 전에 별세하셔서 이번에 모두 성묘를 다녀왔었지요. 외갓집의 영농 풍경도 잠시 담아왔습니다.
우리 님들 저의 영농지로 가셔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2009년 나의 영농 수첩
제28편
영농지들의 차이점
사진 촬영 일자: 2009년 10월 2일 ~ 10월 4일
1. 나의 텃밭에서
- 하얀 코스모스가 만개한 화단 사이로 저의 텃밭이 보이고 있습니다. 저의 텃밭에 자라는 채소들은 매번 소개해드렸기로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올해 경험삼아 시도해본 첫영농이라서 사실상 별 볼 일이 없습니다. 텃밭 일부에다가 남들은 잡초라고 제거하는 야생초나 심고서 가꾸고 앉았으니 한심할 뿐입니다. ㅎㅎ-
- 이것도 컨테이너 뒷편 화단에서 자라는 호박인데 제법 먹음직스럽게 컸군요. 사실은 예쁘게 피는 호박꽃을 보려고 심었거든요.ㅋ 울마누라가 더 늙기 전에 따오라고 하는데 저는 늙어가는 것을 보고 싶어서 차마 못 따고 있지요. 그러다가 남이 따가버리면 뱃속이 아플텐데...
'어디 한번 또 따가보시지. 누군지 모르지만 이번엔 몰카로 콱 찍어서 블로그에다 올려버릴테니까.ㅎㅎ'-
- 와~ 가을이라 오가피 열매가 익어가네. 영농지 주변에 심어둔 오가피나무가 많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검게 변한 것이 익은 열매라고 하더군요. 이거 보니 오가피주가 생각나네요. 이 열매를 따다가 술을 담그면 되는데... -
- 이거 텃밭이 온통 왕고들빼기 천국이네요. 꽃이 예뻐서 제거를 안 했더니만 텃밭 안까지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니 꿀벌들 날아다니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차라리 벌통을 하나 가져다 놓을까? 꿀이나 좀 먹어보게.' -
- 왕고들빼기에게 질세라 적치커리도 조만간 꽃이 필 준비를 합니다. 앞에 붉은 꽃대를 가진 것이 적치커리입니다.
"적치커리 너도 꽃만 예쁘게 피면 잎 안 뜯어 먹을께."-
- 아니 이럴 수가... 이런 배추흰나비 녀석이 또 알을 까놓았네. 번데기를 모두 살려주었는데 언제 나비가 되었지? 애벌레들이 또 레드치커리 잎을 갉아먹고 있네요. -
- 얼마나 잘 먹었는지 정말 통통하게 살진 배추흰나비 애벌레입니다. 이번에도 또다시 강제이주를 시켜야만 할 것 같네요. 요즘 다른 곳에 배추들도 많이 심던데 그거나 갉아먹지, 하필이면 내 텃밭에 와서 이제 겨우 새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레드치커리를 또 작살내고 있냐고...?-
- "너, 지난번에 여기서 놀던 말 잘 안 듣는 청개구리 같은데 오늘은 또 뭐하러 왔어?" -
- 어라! 이 녀석 좀 보게. 또 채소 위로 올라가네요.
"너 거기다가 큰 거 해결하면 가만 안 놔둔다고 몇번 경고했지. 그런데 또 올라가."
"텃밭 주인님, 오늘은 벌레 잡아드릴테니 한번만 봐주세요."
"좋아, 좋아! 저기 배추흰나비 애벌레나 네가 해결해라." -
- 이번엔 베짱이 암컷까지 텃밭에서 놀고 있네요. 고구마 잎을 몽땅 구멍 뚫어놓은 녀석들 같은데...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숫컷을 만나러 왔는지도 모르겠고... -
- 오늘은 텃밭에서 길게 자란 가지 3개를 따왔습니다. 긴 것은 거의 30cm가 다 되더군요. 저는 영농지에서 농사보다는 이렇게 즐겁게 지내며 삶의 활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고픈대로 하고 있을 뿐이지요. 이제 공동 영농지로 가보시겠습니다. -
2. 공동 영농지에서
- 참깨 수확이 끝난 영농지를 모두 경운기를 이용해 갈아엎더니만 골과 이랑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주인이 정말 부지런하고 영농 경험이 풍부하더군요. -
- 벌써 시금치와 쪽파 그리고 배추를 파종하여 모두 새싹을 내밀었습니다. 영농은 이렇게 해야하는 거라고 가르치는 것만 같습니다.
'저는 영농엔 뱁새도 못 되는데 어떻게 황새를 따라가야 하나?'-
- 한 이랑 전체에다가 많은 시금치 씨를 뿌렸더군요. -
- 배추들도 모두 싹이 나왔네요. 좀 더 크면 모종으로 옮겨심을 것 같습니다. -
- 쪽파도 모두 싹을 내밀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도 심어놓았군요. -
- 이곳은 수박과 참외를 심었던 곳인데 비닐로 멀칭하여 배추를 옮겨심으려고 한다더군요. 좌우지간 이렇게 미리 준비를 해야만 하는데 저는 게을러서 잘 안 될 것만 같고...-
- 지난번 엄청 많은 고추를 수확하여 김장용으로 쓰라고 고추가루를 큰 비닐봉지로 한 봉지나 가져왔는데, 또다시 많은 고추들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건 청양고추인지 너무나 매웠습니다. 이거 풋고추 한번 속없이 먹었다가 저 죽는 줄 알았네요.ㅎㅎ-
- 이제 방울토마토는 한 철이 지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아무도 안 따먹으니 근처에 사는 산까치들의 단골 모임장소가 되었고, 많은 방울토마토들이 여기저기 땅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습니다.-
- 가지도 너무 많이 커서 마치 나무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가지들도 엄청 많이 달렸구요. 저도 전에 몇 개 따서 먹었는데 이 곳에 농약을 뿌린 이후로는 쳐다보기만 하고 있지요.ㅋ
공동 영농지는 제대로 영농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만 오면 저도 자극을 많이 받지만 막상 따라서 해보려니 생각만 앞섰지 잘 안 됩니다. 그러니 저의 텃밭과는 엄청 많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군요. 그래도 이젠 마음 편하게 저 혼자서 하는 영농에 만족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영농지를 살펴보았고, 이번엔 저의 추석 성묘길에 들렀던 외갓집의 텃밭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3. 나의 외갓집에서
- 저의 선산이 있는 고창과 영광에 가족이 추석 성묘를 갔습니다. 성묘가 끝난 후 잠시 외갓집에 들렀는데 나무 위엔 웬 늙은 물외가 주렁주렁 열려 있더군요. 오이 같기도 한데 짧은 것이 물외 아닌가 생각됩니다. -
- 외갓집의 바로 뒷편에 있는 200여평 정도의 텃밭 주위에는 여러 유실수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그중 배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습니다.-
- 제법 먹음직스러운 배입니다. 대부분 따서 추석 제사에 쓰고 몇 개 남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배맛도 일품이었습니다. -
- 텃밭 뒷편엔 대나무와 감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있고 고추, 들깨, 가지, 고구마, 배추 등 채소들이 촘촘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정말 한적하고 공기도 좋은 시골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여기서 지내며 많은 추억을 남겼던 곳이기도 하지요. 저의 작고하신 외조부모님께서 생전에 이곳에서 텃밭을 일구시던 모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 마당 한켠에 석류들도 탐스럽게 열려 익어가고 있더군요. -
- 저의 외조부님께서 울타리 대신 탱자나무를 심어놓으셨는데 해마다 많은 탱자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
- 탱자도 익으면 속을 먹을 수가 있는데 맛이 새콤합니다. 마치 귤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만 열매가 더 작고 가지에 가시가 많지요. 요즘은 관리하기가 힘들어 탱자나무 울타리를 한 집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이걸 보니 매우 운치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 텃밭도 이렇게 가꾸며 자연 속에 묻혀서 사는 것이 정말 좋아보이지만 우리 님들께선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런 텃밭을 꾸미고 살아봤으면 하는 조그만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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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영농도 자신의 능력이나 분수에 맞게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은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것인데 욕심이 너무 과하면 탈이 붙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 영농을 선택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며 어느 누가 결정해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설사 형편없는 영농이 되더라도 후회없고 그런 생활로 즐거움을 느꼈으면 그것으로 족해야지요.
우리 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이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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