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분노

2011. 2. 28. 20:01나의 단상집

 우리 님들 환자들이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은 암 판정을 받게 되면 처음엔 진단을 부정하는 단계가 오고, 몇몇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암으로 확진이 떨어지면 분노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암환자의 분노를 어떻게 해야만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에 관한 저의 생각을 여기에 피력해볼까 합니다.
 이 글도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겁니다. 







                                                   


 

                                                                        암환자의 분노


 


 암을 통고받은 환자는 믿을만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재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여러 병원에서도 모두 암이라고 하면 이제 환자는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믿게 됩니다. 그렇지만 순순히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극도로 분노하게 됩니다.

 “평생 동안 남을 해코지 않고 살았건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제야 겨우 살만 하니까 죽는구나. 그런데 내가 왜 죽어야만 하지?”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다 당신이 내 속을 썩여서 그런 거라고.” 등등.

 거의 모든 암환자들은 이러한 분노와 남을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특히 자신이 왜 암에 걸렸는지 뒤돌아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원인이나 사유를 제공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분노의 화살을 겨누게 됩니다.

 가족을 원망할 경우 평소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당신 식구들이 나를 잡아먹었어.”

 “내가 돈 버는 기계냐고? 그동안 나에게 어떻게 했어?”

 “밥도 안 해주고 당신이 잘한 게 뭐냐고? 당신이 아내 구실만 잘했어도 내가 암에 안 걸렸을 거라고.” 등등.

 결국 이런 말을 듣는 가족은 마음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환자와 가족 간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암환자의 분노는 반드시 한번은 거치게 됩니다. 그러나 분노의 시간이 길면 좋지가 않고,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치유의 시간만 늦춰질 뿐입니다.

 이때 보호자는 견디기 힘들더라도 환자의 분노를 모두 받아주도록 해야 합니다. 환자의 불평, 불만, 시기, 질투 등 모든 것들이 이 시기에 다 드러나게 되며, 가족으로서는 하루가 편할 날이 없는 마치 폭풍 전야와도 같게 됩니다.

 이럴 경우 보호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요, 지금까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한 게 정말 많네요. 당신에게 좀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제가 그때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잘 할게요. 정말 미안해요.”

 이와 같이 환자가 분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을 해주면 환자는 더 이상 분노를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환자가 한동안 심히 따지고 들더라도 모두 감내해야만 합니다.

 보호자로써 가장 나쁜 일은 맞불을 지르는 것입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당신이 나를 괴롭힌 게 얼만데 … 당신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는 줄 알아요? 그러니까 하늘이 벌을 내린 거라고요.”

 “당신이야말로 가족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천벌을 받아 암에 걸린 것이라고요.”

 이런 말은 환자와 가족 간의 사이를 더욱 악화시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가족이 알아야 할 사항은 환자가 성공적인 투병 생활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암 진단을 받은 즉시 바로 입원하여 항암제 주사를 맞고, 수술한다고 해서 치유가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가 일단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환자의 마음에 응어리가 없어야만 합니다.

 또한 환자의 분노를 억지로 막거나 인위적으로 없애려고 하면 안 됩니다. 환자 스스로 분노의 감정이 사라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분노의 과정은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만 하므로 빨리 겪을수록 좋고, 분노의 기간도 짧을수록 좋습니다. 만일 분노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으면 치료도 제대로 안 됩니다.

                                 


 이 시기의 환자들은 극단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바로 자살입니다. 그런데 자살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면 그건 이혼입니다. 사실상 이 기간 동안 환자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정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라면 갈등은 더욱 커지고 모든 문제들이 이 시기에 모두 불거져 나오므로 이혼율이 높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 것이 좋을까요? 
 “당신의 문제는 모두 내 탓입니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 앞으로 더 잘 할게요.”

 이러한 말이 바람직하며 이로써 환자는 많이 누그러집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참고 덮어둔 채로 넘어가면 그만큼 환자는 힘이 듭니다. 보호자의 억압적인 태도로 인해 환자 혼자서 삭히고 넘어가는 경우는 가장 나쁜 경우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분노하는 환자에게 가족이 해줄 것은 절대로 분노를 막으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간 쌓인 분노는 모두 풀어 용서와 화해를 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꾸준히 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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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잘 읽어보셨나요?
이제 암환자의 분노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시겠지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이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심리적 변화 과정을 알고 이해하시는 것이 필요하며, 최선의 방법을 택하여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러면 환자의 예후도 달라지고 삶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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