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8. 20:10ㆍ나의 단상집
우리 님들 구역과 구토를 경험해보신 적이 있으시죠?
구역과 구토는 뱃속이 메스껍고 토하는 것을 말함인데, 실제 신체 상의 질병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세상살이엔 이런 징후를 유발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즉 구역질 나게 만드는 일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구역과 구토에 대해서 좀 더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구역(嘔逆)과 구토(嘔吐)
- 장 폴 사르트르가 저술한 'Nausea(구역)'인데,
Vomiting(구토)으로 번역했군요. -
의학문헌을 찾기 위해 우연히 의대 도서관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곳에 있는 즐비한 의학서적들 틈에 ‘Nausea’란 제목의 영어 원서 한 권이 넌지시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학용어인 nausea를 우리말로 고치면 구역(嘔逆)인데, 구역에 관한 의학전문 서적이겠거니 하고 펼쳐봤더니만 난데없이 실존주의 철학자인 사르트르의 저서 영역판이었다. 우선 피식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의대도서실에는 의학서적만이 있기 마련인데, 아마도 내용이야 여하 간에 구역이란 이름의 책이니 무조건 의학서적으로 몰아쳐 함께 끼어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역(嘔逆)이란 구토(嘔吐)를 일으키기 전의 상태를 말한다. 이를테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속이 미식거리고 배에서 목구멍으로 뭣인가 치밀어 올라오는 듯 하는 그런 상태이다.
의학도들도 이러한 구역이나 구토와 같은 증세는 다루기 까다로운 것 중의 하나이다. 말하자면 숨골에 있는 구토중추가 자극을 받음으로 일어나는 원심성인 것과 혀의 기저부, 목, 위장 등으로부터의 구심성 신경의 흥분에 의하는 것 등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 질환의 한 증세로 구역은 생겨난다. 그러나 이런 구역이나 구토는 크게 봐서 기질적인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또 인간의 높은 정서를 지배하는 고위중추에 연유하는 구역이 있다. 예를 들면 얼굴 바닥만은 번지르르하게 분칠한 아낙의 목덜미에 더덕더덕 눌어붙은 때와 같은 흉측한 것을 본다든지, 오물이 가득 찬 재래식 변소에서 역한 구린내를 맡는다든지, 들어선 안 될 소리를 듣는다든가 심지어는 이런 따위를 상상만 해도 구역질은 일어나는 법이다. 이를테면 고급의 구역인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이랴. 인간사에서 정말 못된 짓을 보거나, 험한 일을 당해도 구역질은 일어날 수도 있다. 화가 난다고 제자가 스승을 구타하고, 꾸중을 들었다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며, 아직 여성생리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를 성인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하는 등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볼 때마다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사르트르의 ‘Nausea’가 의대도서실에 한몫 끼어있다는데 쓴웃음을 지은 내 자신이 오히려 우습기 짝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란 것에 대한 회의, 전통에 대한 환멸 그리고 권태, 책임, 선택, 창조, 무상성 부조리, 뿐이랴. 위기의식 등등의 뭣인지 모르게 사정없이 입맛이 당기는 어휘들이라든가 항차 메스꺼움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을 의학도들은 알아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을 살다보면 하고많은 눈에 거슬리는 것, 귀를 후비게 만드는 것, 코를 쑤시게 하는 것, 쓴 것 그리고 또 마음 아프고 쓰린 것들에 대해서 올바르게 구역을 느끼고 한바탕 구토로 해치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노릇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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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요즘 세상은 정말 요지경 속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 하나라도 나로 인해 타인이 구역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될 것만 같습니다. 특히 윗분들도 아랫 사람들이 구역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되리라 여겨집니다.
이 글은 은사님의 글을 극히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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