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8. 20:07ㆍ나의 단상집
우리 님들 술좌석에서 건배를 많이 해보셨는지요? 술잔은 넘치도록 따라서 마셔야 제격이라고들 합니다만 과연 그게 좋을까요?
저는 좀 색다른 제안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우리 님들 어떤 제안인지 한번 들어보세요.
건배(乾杯)에 대한 작은 제안
- 자! 건배! 폭탄주로 원샷 !! -
망년회나 신년회 모임을 나가보면 건배 제안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어떻게 하는 건배가 좋은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술잔이 넘치도록 가득 따라서 원샷하는 경우가 꽤나 있더군요. 그렇다면 어떤 것이 바람직스럽고 건강에 좋은지 고전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찍이 공자가 노나라 환공의 사당(祠堂)을 찾아간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생전의 환공이 늘 곁에 두고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하여 사당 안에서 사용했던 잔인 의기(儀器)를 보았다고 합니다. 이 의기의 밑에는 작은 구멍이 분명히 뚫려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이나 술을 어느 정도 부으면 새지 않지만, 8푼 이상 채우게 되면 밑구멍으로 새나가게 되어 있는 것으로,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고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 불렀습니다.
이 그릇은 속이 비거나 가득차면 기울어지지만, 알맞게 물이 차면 중심을 잡고 곧게 서 있을 수 있는 특수한 그릇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본받은 공자는 늘 오른쪽에 두고 과욕의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합니다.
- 상도(商道)에 나오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잔입니다. -
최인호 씨가 쓴 소설 상도(商道)에서도 계영배(戒盈杯)라는 신비한 잔이 나오는데, 이 잔은 8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흘러내리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으로, 과욕을 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망년회는 한 해 동안의 모든 오해나 괴로움 또는 불쾌한 기억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용서와 화해를 이루는 자리이며, 신년회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의기투합(意氣投合)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 여겨지므로, 서로의 건강을 생각하고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한번쯤 절주배(節酒杯)로 건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계영배나 유좌지기 같은 잔으로 말입니다.
아울러 한해가 저물어가는 세모(歲慕)에는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명품의 포도주처럼 익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가슴깊이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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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유좌지기(宥坐之器)에 대한 일화
공자가 주(周)나라 환공(桓公)의 사당(祠堂)을 찾았다. 사당 안에는 의식 때 쓰는 그릇인 의기(儀器)가 놓여 있었다. 이것을 본 공자가, "저것은 무엇에 쓰는 그릇입니까?" 하고 물었다. 사당지기는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그릇입니다(宥坐之器)"라고 하였다. 공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그릇은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가득 채우면 엎질러지는데, 알맞게 물이 차면 바로 선다고 하더군요."
공자의 말대로, '유좌지기'는 비거나 차면 기울고 엎어지지만 적당하면 곧게 서 있을 수 있는 그릇이다. 선인들이 이것을 마음 깊이 간직했던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알맞게 적정선으로 유지하여 너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절한다는 평상심의 뜻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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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이거, 애주가나 술집 주인이 읽으시면 저 몰매 맞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ㅎㅎ
그래도 건강이 최고니 적당히 드시는 것이 어떠실지요?
우리 님들 오늘도 술은 적당히 드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