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예술의 이해

2011. 2. 28. 20:19나의 단상집

 우리 님들 음악이라는 예술 분야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목은 거창한 데 사실 여기선 피아노 음악만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어린 피아노 연주자들의 음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 두서없는 글을 올려봅니다.
  음악에 대한 지식도 일천한 제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지만, 그래도 생각이나 느낌만이라도 전해드리고 싶어 올린 것이니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은사님의 글을 극히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음악예술의 이해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피아노를 비교적 잘 친다. 피아노는 손끝 음악이라고나 해야 할는지 모르지만 거의 실수가 없다.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어쩌다가 틀리더라도 오히려 인간적이어서 미소라도 던져주고 싶지만 주위가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 것만 같다. 오히려 실수를 저지른 아이라는 딱지가 따라다니게 되고 만다.

 이런 일을 목격할 때마다 새삼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음악이란 무엇인가? 또 음악은 무엇 때문에 하는가? 등등.

 왠지 모르게 작금의 어린이들은 음악을 즐기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마음을 송두리째 잊고 있는 것만 같다. 악보라면 알뜰하게 그릴 줄도 알고 손끝도 멋들어지게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자발적인 충동이 아니고 또한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다면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한갓 먼 나라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

 지난 언젠가 하이든의 소나타를 치고 있는 여고생과 마주 한 일이 있었다. 장조의 즐거운 곡 중간에 쓸쓸한 멜로디가 조심성 있게 잠겨 있는데도, 그녀는 모두 같은 음색으로만 치는 것이었다. 이다지도 가냘프고 멜랑꼴리한 선율에서 무엇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도 “글쎄요”하는 무디디한 대답뿐이었다. 그래도 장차 어느 대학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음악대학이란다. 이렇게 메마르고 목석같은 마음의 자세로 또한 손가락 끝만의 기계적인 움직임만으로 이뤄지는 하이든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고, 또한 회색으로 변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본디 하이든은 악보의 지시에만 따라서 피아노를 치는 경우엔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곡이 되고 만다. 마음 속 깊이 항상 영혼을 간직해야 되고 환상과 빠른 회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이든의 소나타 중 특히 초기 작품들이 유독 그러하다. 정녕 말끔하고 간소하고 짧은 소나타이면서 사랑스럽고 다정하기만 한 멜로디가 으뜸인 것이다. 그러기에 고교생 때까지 만이라도 어려운 소나타만 쫓을 것이 아니라, 보다 더 하이든과 친숙해져 손가락의 회전을 충분히 연구한 다음에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를 치면 그 수학적인 스케일이 어렵지 않게 몸에 배어 들게 된다. 이렇듯 베토벤을 공부하면서도 하이든의 복습을 항상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를 치고 있노라면 언제나 그 엄청난 자연스러움에 넋을 빼앗긴다. 심플이란 말이 이런 데 두고 살기 위해 있는가보다고 싶을 지경이다. 나란히 늘어선 음이라고 해서 쉽게 알고 그냥 치고 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음 하나하나에 대해 숨을 가다듬고 애정을 쏟으면서 쳐야 한다.

 모차르트를 칠 때는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을 되새겨 볼 만하다. “내가 좋지?” “정말!?” 이렇게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어 놓고 묻곤 하였다는 그러한 심정을 골백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경지이기도 한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랑했던 인간 모차르트에게 그의 되풀이되는 멜로디를 치면서, “정말로 언제까지나 당신이 너무나도 좋아요”하고 대답하는 심경에 이르기만 하면 꼭 그가 옆에 있어 한없이 지켜봐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모차르트가 쉽다고 하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아마도 그 여고생처럼 악보만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음악을 얘기하며 치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하겠다. 연령도 성도 아닌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 피아노를 친다는 것은 영원에 속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한 치고 또 쳐야만 한다.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남에게 강요받지 않으며, 자신이 스스로를 타이르고 채찍질하고 밀고 잡아당기고 해야만 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이보다 더 외롭고 험한 길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음악예술이란 이름의 세계에는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 등등 수없는 산봉우리들이 여기저기 우뚝 솟아있는 것이다. 한 봉우리에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를 위해서 치고 또 쳐야하는 것이 피아노 예술인 것이다. 사랑스런 피아노와 함께 이 생명 다 하도록 위대한 작곡가들의 종(從)이 되고 머슴이 되어 모든 정열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음악예술에 있어 신(神)과 기(技)의 일치란 말이 무엇을 뜻함인가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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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음악 예술 분야는 악보의 내용만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연주가의 신과 기가 일치되는 정열이 없이는 제대로 된 음악이 이뤄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청중들에게 그만한 감동과 희열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작곡가의 이해도 필요하리라 여겨집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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