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4. 14:15ㆍ나의 곤충일기
우리 님들 이젠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남부지방은 벌써 장마권에 들어섰다고 하네요. 한낮엔 조금만 일해도 땀이 흘러내립니다.
이번엔 그간 담아두었던 정원의 풍경들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진작 담은 것들이나 저의 개인 일로 인하여 올려드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올려볼 계획입니다.
정원에 피는 일부의 꽃들과 십자무늬긴노린재 및 오이잎벌레의 짝짓기 그리고 잔디밭의 청개구리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우리 님들 저랑 같이 저의 영농지 정원으로 가셔서 초여름의 풍경과 곤충들의 짝짓기를 즐겁게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름의 정원에서
(2011년)
제1편
십자무늬긴노린재와
오이잎벌레의 짝짓기
사진 촬영 일자: 2011년 5월 28일 ~ 5월 29일
- 지난 5월 말에 찾은 영농지 인근 들판입니다. 요즘 모내기철이라 모내기 준비가 한창입니다. 멀리 영산강과 목포 앞바다가 보이네요.-
- 최근에 담은 들판인데 모내기가 모두 끝나고 옥수수밭엔 한창 꽃이 피고 있습니다. -
- 이제 저의 영농지에 있는 화단으로 왔습니다. 하얀집 앞편에 흰붓꽃이 한창입니다. 뒷편엔 온통 금계국으로 뒤덮여있군요. -
- 영농지에 있는 레드치커리도 꽃대가 자라 일부는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
- 텃밭 뒤편은 온통 금계국과 원예종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정원의 꽃들은 다음 편에 좀 더 자세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십자무늬긴노린재의 짝짓기
- 정원의 한쪽에선 곤충들의 짝짓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번엔 십자무늬긴노린재의 짝짓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멀리 떨어진 암컷과 수컷이 서로 만나는 과정입니다. -
- "야! 널 찾느라고 한나절이나 걸렸는데 이렇게 숨어있으면 어떡하냐?"
"여긴 우릴 노리는 녀석들이 많으니 항상 조심해야지." -
- "그건 그렇고... 나 빨리 2세들 낳아야되거든"
"그러니까 벌건 대낮부터 임도 보고 뽕도 따잔 말이지?"
"급해 죽겠는데 밤낮 가릴 필요가 있겠냐? 빨랑 나와!!"
"OK!! 금방 나갈께"
아무래도 이녀석들이 지금 당장 뭔가 일을 벌릴 것만 같습니다. 이거 꼼짝말고 기다려봐야겠네요. -
- "야! 날씨도 더운데 우리 그늘로 옮기자."
"그렇잖아도 나도 그랬으면 했어. 시원한 날이 좋은데 오늘은 푹푹 찌는구나."
몸집이 더 크고 배가 부른 좌측 노린재가 암컷이고 우측의 좀 더 작고 배가 홀쭉한 노린재가 수컷입니다. -
- 날씨가 더운데 짝짓기를 하려니 힘이 드는가 봅니다. 암컷이 수컷을 달고서 이리저리 마땅한 장소로 이동을 하네요. -
- "이거 배가 불러 몸이 무거워 죽겠는데 저녀석까지 달고가려니 더 죽겠네. 너 지금 뒷걸음질로 못 따라와!"
"잘못하면 나 거시기 박살나. 너 때문에 평생 외톨이로 살아야 하는데 그럼 되겠냐? 그러니께 좀 살살 가라고, 알았어?"
이 녀석들도 고통이 많네요. 그나저나 저도 뜨거운 한낮에 디카 찍느라 고통이 극심합니다요.ㅎ -
- 결국 바람이 솔솔 통하는 나무가지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번엔 수컷이 암컷을 달고 올라가네요. 그러다 큰일나려고. ㅋㅋ -
- "아이고! 십자무늬긴노린재 살려!!"
나도 이녀석들 이름이 길어서 부르기도 힘드네. 결국 수컷이 일을 내버렸습니다. 올라가다가 미끄러졌지요. 저는 수컷이 너무 걱정되어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도 동성이라서 거시기가 괜찮은지?? 애구~ 이런 주책.ㅋㅋ -
- 아래에 있는 암컷의 가슴을 붙잡아 똑바로 세웠습니다. 와~ 대단한 짝짓기입니다. 콩풍뎅이만 못하지만... -
- 두 말이 필요없는 짝짓기의 진수. 바삐 올리다보니 모자이크 처리를 못해서 죄송합니다요.-
- "찍사님, 그런다고 모두 노출시키면 어떡해요?"
"나는 붕 떠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던데...그렇다면 이거 남부끄럽게시리."
"미안하다. 십자무늬긴노린재들아! 난 너희들이 걱정되어 확인해봤을 뿐이야."
다시 땅에 내려놨더니만 두 녀석이 합동으로 항의를 하더군요.-
- 그러더니만 다시 시원한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멋진 볼거리를 봤으니 여한이 없네요. -
오이잎벌레의 짝짓기
- 텃밭에 심은 오이 모종이 한창 자라고 있는데 오이잎과 꽃을 갉아먹는 미운 오이잎벌레가 자주 날아옵니다. 허! 이런, 이젠 오이잎에서 배불리 먹고 즐기기까지!! 그간 저에게 몇 번 혼이 난 오이잎벌레들입니다.
"야, 더 밑으로 숨어. 저 텃밭 주인에게 걸리면 큰일나."
"이거 날아갈 수도 없고 어떡하지?" -
- "우리가 짝짓기하고 있으면 마음이 약해져서 가만 둘거야."
"그럼 우리 당당히 나가서 즐길까? 히히"
이런 옴 붙을 녀석들 같으니라고. 저의 약점을 최대로 이용하네요. -
- 이건 또 뭔가? 정원의 하늘나리 꽃봉오리 위에서도 난리네요. 이 녀석들은 근처에 있는 취나물의 연한 새싹들을 박살내고 있던데 언제 만났는지?? -
- "으아! 이거 기분이 째지네."
"가만히 좀 못 있어? 잘 못 하면 둘 다 떨어져." -
- "야! 너무 올라가지 마. 자꾸 빠지려고 해."
"그러니까 등을 단단이 붙들고 있어야지. 다리를 모조리 오무리고 있으니 그렇지."
쬐그만 녀석들이 별 걸 다 걱정하네요. 날씨도 더운데 빨리 끝내지 않고서... -
- 이렇게 가까이 디카를 대고 찍어도 꼼짝을 않습니다. 설마 짝짓기하는 오이잎벌레를 혼짝낼까하는것만 같고... 햇볕이 너무 뜨겁고 작은 고추가 더 매운 법이라서 언제 끝날 지 모르니 저도 장소 이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잔디밭의 청개구리
- 날만 흐려지면 요란하게 우는 소리가 정원 잔디밭에서 나더니만 바로 이녀석이었습니다. -
- "야! 청개구리야, 그 속에 먹을 게 좀 있냐?"
"주인님께서 농약을 일체 안 뿌리시니 메뚜기, 여치, 풀무치 등등 유충이 바글바글입니다요. 헤헤."
다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서 이곳에 청개구리가 많이 살고 있나 봅니다. -
- "요샌 비 구경을 못해 울지 않았더니만 노래도 잘 안 나와요."
"허! 요녀석 말하는 것 좀 보게. 그게 노래라고?" -
- "멋진 노래지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개굴개굴개굴...꽉꽉 꽈악! 목청 좋죠? 아직도 목이 녹 슬진 않았나 보네요.히!"
"그래, 좋다. 그런디 잘 나가다 갑자기 꽉꽉거리니 목 딴 돼지 소리같기도 하고..."-
- "그런데 너 또 텃밭에다 큰 거 해결하고 다니면 가만 안 둔다."
"다른 애들이 그랬나 보네요. 제가 이렇게 빌테니 용서해주세요. 전 여기서만 살고 있거든요. 주인님 말씀도 잘 듣고 있구요."-
- "저, 실은 텃밭 주인님을 사랑해요. 진심입니다요. 제발 절 믿어주세요."
"그래, 나도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너도 살 권리가 있으니 여기서 마음 놓고 살거라."
청개구리가 빈 말을 하는 것은 아니겠죠? 채소를 박살내는 동물은 아니니 조금은 더 귀여운 것 같습니다. -
- 이제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갑니다. 저도 귀가를 서둘러야 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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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영농지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곤충들의 짝짓기도 실컷 보았네요. 별로 달갑지 않은 곤충들이지만 그래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이기에 편히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만이 저의 할 바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유한한 삶을 살고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우리 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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