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교댄스 파티

2011. 3. 2. 22:06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요즘은 스포츠 댄스나 발리 댄스 등이 다이어트 하시는 분에겐 인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떤 아내가 여학교 친구와 같이 춤바람이 나더니만 급기야는 댄스파티에까지 남편과 그녀 친구를 데리고 가서 오해를 만들고 있네요. 어떤 오해가 생겼을까요? 
  그럼 우리 님들 이 글을 감상하면서 사교댄스 파티장으로 한번 가보세요.









                                              





 

                                   어떤 사교댄스 파티



 남편의 나이가 서른이 훨씬 넘도록 어린애 하나 생산하지 못한 아내였지만,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오손도손하고 정다운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춤바람이 난 것도 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고 한다.

 이다지도 험한 세상에서도 먹고, 입고, 자는 데는 걱정이 별로 없었고, 남다르게 무료한 시간이 많은 아내였다는 탓도 있었으리라. 오래 전의 여학교 동창으로 지금은 과부가 되어 살고 있는 J의 신상을 가엽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구실 또한 없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J와 어느 으슥한 골목집 두어 칸 방에서 녹슨 축음기 소리에다 발을 맞추며 블루스, 왈츠, 탱고, 트로트하면서 배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사교춤이었다. 서로서로 수인사를 주고받은 사내에게 껴안기어 춤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서서히 사내의 사교춤 강의가 시작되는데, “슬로우, 슬로우, 킥, 키익. 슬로우, 슬로우, 슬로우, 키익, 키익, 슬로우. 이건 바로 탱고라는 춤입니다.”라며 사근사근한 말투로 여자의 간지러운 허리를 한 손으로 휘감으며 앞가슴이 달듯 말듯 한 바퀴 빙 돌면서 탱고 춤이 시작되었다.

                                      

 
                         - 아유! 살살 좀..해! 더 세게 안으면 나 오늘 허리 끊어질 것만 같어. ㅋㅋ -

 처음엔 아무래도 얼굴까지 화끈거렸고, 어지간히 쑥스러웠던 게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친 듯 날이면 날마다 골목집을 쫓아다니는 아내가 되고 말았다.

 사실상 남편이 회사에 출근하고 없는 틈을 타서 남편 몰래 그런 곳을 드나든다는 것이 아무래도 죄를 짓고 있는 것만 같았고, 이에 따라 후회 또한 나날이 커져만 가는 아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저녁식사 시간에 숟가락을 들다말고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슬그머니 한 마디 내던졌다.

 “요즘 세상은 남녀를 막론하고 사교댄스쯤은 알고 있어야 한답디다.”

 “ …… ”

 말대꾸 한번 없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무심하게 저녁밥만 먹고 앉아 있는 남편이 아내는 무척이나 미욱했고,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덧 골목집 사설 댄스홀은 날이 갈수록 성황을 이루었고 번잡해져 갔다. 그러다가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남들도 다 아는 노릇이니 서로가 당당하게 댄스파티를 한번 열어보자는 쑥덕공론이 일더니만, 서서히 날짜가 잡히고 장소도 마련되고 가능한 한 부부동반이라는 어려운 조건까지 모두 합의가 이뤄졌다.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옴에 따라 혼자서 속을 썩이고 애가 달아오른 아내는 투박을 맞을 각오로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딱하고 긴한 속사정을 알리고 말았다. 그런데 천만 뜻밖에 남편은 한 마디로 승낙을 해주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춤이나마 배워야 할 게 아니냐고,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하면서 왈츠의 스텝을 가르쳐 주고 있는 아내는 정말로 눈물겨울 만큼 남편이 고마웠다. 회사에서 퇴근하기가 바쁘게 남편은 부지런히 춤을 배웠으며, 그런 다음에는 더 한층 뜨거운 비둘기 밤을 이루었다. 

                                  


 

 어느덧 아내가 고대하던 댄스파티 저녁이 돌아왔다.

 모모 인사들, 점잖은 부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호화판인 파티가 벌어졌다. 그 자리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들고는 아내는 친구인 J를 남편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해주었다.

 어느덧 댄스가 시작되었는데 아내는 왈츠 단 한 가지 밖에 모르는 남편을 위해 노상 왈츠를 주장하였고, 그럴 때마다 남 보기가 쑥스럽게 생각할 아내를 삼가고 J만을 파트너로 붙잡고 도는 남편이었다. 풋내기 동기(童妓)가 비로소 머리를 얹고 처음 나서는 술좌석에서 낯설은 손님들의 눈총을 맞으면서 북이나 장구의 장단에 맞추느라 온 정신을 쏟고 가슴을 두근거리는 모양으로, 그래도 J의 귀여움만은 얼마든지 봐줄 수도 있는 것이었다.

                                                  


                   - 춤을 가르쳤더니만 왈츠를 그렇게 치냐? 아이고! 눈꼴 뵈기 싫은 저 여자. -

 남편의 발목이 그리는 왈츠의 스텝은 무딘 작대기가 걷는 듯한, 춤이라기보다는 진땀이 흐르는 정신적 육체적인 고된 노역에 불과한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였다. J만을 붙잡고 나대는 남편에게 아내는 괜스레 부아가 치밀어 올랐고 시기도 난 것이었으나, 진정한 사교춤이란 그런 눈으로 봐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자신을 억누르느라 무척이나 애를 써야만했다.

 이날의 댄스파티는 브랜디, 위스키 칵테일 등등으로 홀짝홀짝 마셔가며 붉으스레 물들인 얼굴이 된 남자와 여자들이 서로 뒤바뀌어 마음껏 즐긴 춤의 전당이었다.

 통행금지 시간이 가까워 우뢰 같은 박수와 함께 파티를 마감한 다음 정신을 차려 아내는 남편을 찾았다. 그런데 남편은 고사하고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J마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내는 급기야 숨을 헐떡거리며 집에 다다랐으나, 남편은 그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 아니, 이 작자가 지난 밤 이런 건 아냐? -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고, 몸부림을 쳐가며 밤새 뜬눈으로 날을 새고 말았다. 다음 날 새벽, 동이 터서야 남편은 드르륵 문을 열고 나타났다.

 아내는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저도 모르게,

 “어디서 못된 년하고 잠을 이루고 이제 들어오는 거요?”

 부아통을 터뜨리며 버선발인체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었다. 필경은 하나 밖에 없다는 다시없는 친구, 품행이 단정하기로 이름났었던 J의 집으로 달리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전날 저녁 댄스의 고역을 견디다 못해 슬며시 빠져나온 남편은 길거리를 거닐다 그만 술친구에게 붙들려, 그 집에서 밤을 새웠다는 속사정을 차분하게 이야기해 줄 틈도 주지 않았거니와, 해주고 싶을만한 남편도 이미 아니었다.

...........................................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남편과 J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지요?
우리 님들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도록 전 입을 다물겠습니다요.
이 글은 은사님의 산문집 내용을 극히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나의 문학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했던 여인이여   (0) 2011.03.02
아기 아빠가 누구인지 아는가?  (0) 2011.03.02
꿈속의 입술   (0) 2011.03.01
배영감의 항렬(項列)  (0) 2011.03.01
선인장(仙人掌) 금강산(金剛山)  (0) 201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