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 12:37ㆍ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꿈을 꾸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해본 적이 있으세요? 우리가 꾸는 꿈의 색은 흑백일까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일까요?
이 글의 주인공이자 미래의 화가, 현식이라는 미술교사가 칼러풀한 꿈을 꾸고 싶어 안달하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또한 그가 그리고 있는 삼순이라는 그림 속 여인의 입술 색깔을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는데 과연 봤을까요?
이 작품은 은사님의 산문집 내용을 극히 일부 참고했습니다.
그럼 우리 님들 직접 작품을 한번 감상해보세요.
꿈속의 입술
버젓하게 개인전 한 번도 열어본 일 없고, 떳떳한 간판 하나 가진 바도 없는 현식이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P여학교의 미술교사 자리를 얻게 된 사유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그의 부친과 이 학교 교장과는 둘도 없는 친구였고, 취미삼아 그려놨던 몇 폭의 그림 때문이었다는데, 그런 속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도 이곳엔 적으려니와, 남에게 대놓고 자랑할 만한 일은 못 된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는 현식이었다.
사실상 따지고 보면 이 학교 미술교사로 취직된 순간부터 그림쟁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자칭 예술가라는 자존심만은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만큼 높았다.
어느 토요일 오후, 요즘에 줄곧 그려왔던 여인상의 모델인 삼순이를 거리에서 만나 오랜만에 P다방에 들렀다. 그들은 요즘 따라 드물게 텅 빈 다방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앉았다. 그들 옆 자리에서 삼십 대 남녀 두 쌍이 오붓하게 앉아 지껄여대는 말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마치 구수한 옛 음악가락 마냥 귀에 착 와닫는 것이었다.
- 화가 루소가 그린 그림, 총천연색의 '꿈'입니다.-
“저 혹시 꿈에서 색채를 느껴보신 적이 있으세요?”
한 사내가 던지는 말에 현식이는 마치 자기 일이나 되는 듯 귀가 번쩍 띄었다.
“꿈에서 빛깔을 봤느냐 이 말씀이죠?”
“그래요.”
“아유! 얼마나 고울까? 마치 천연색 영화를 보는 느낌이겠구먼요.”
“그렇죠. 그런데 선생님은 그걸 보셨나요?”
“매번 그렇진 않지만 어쩌다 느끼는 수도 있지요.”
“나도 한번 그래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실은 저도 어느 화가에게서 듣고 나서부터였죠. 아무래도 화가들은 색채에 대해서는 예민하더군요.”
“그렇다면 아무나 그럴 순 없겠네요.”
“뭘요. 저녁에 잠이 들기 전에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한번 해보세요. 그럼 느끼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들의 대화를 모조리 귀를 나발통처럼 열고서 다 듣고난 현식은 실없이 얼굴이 화끈거려 더 이상 그 곳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삼순이를 되돌려 보낸 후 그날 밤 저녁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일찌감치 이불을 둘러쓰고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곧장 사념에 빠지고 말았다.
‘원 세상에 미술의 미짜도 모르는 놈이 꿈에서 색채를 느낀다는데, 하물며 내가 그렇지 못한 데서야 이거 말이나 되는가? 꿈에 색채를 보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이 바로 내 실수지.’
현식의 사념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꿈에 이런 야자수가 있는 해변이 나타나준다면... -
‘기왕지사 색채가 보이는 꿈을 꿀 바에 내 항상 그려대고 생각해왔던 저 남쪽 나라 푸른 바다 물결이 철썩철썩 부딪히는 섬, 그리고 바윗돌 위에 우거진 야자수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보인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그리고 또 프랑스 빠리의 꿈은? 아냐, 차라리 흰 눈이 덮힌 알프스의 자연정경이 어떨까? 에이, 그것도 뭐하고. 하지만 아무래도 바다 꿈을 꿔야만 하겠지.’
- 야자 열매도 주렁주렁 -
각설하고, ‘저 그림, 오늘 내일 하며 밤낮 머리맡에 놔두기만 하면 뭐가 될 것인가? 내일은 기어코 여인상의 입술 채색을 끝내야겠지? 가만 있어봐, 저 여인상이 완성되면 이젠 내 그림도 어느덧 아홉 점이나 되니 대여섯 점만 더 그리면 그땐 남부럽지 않게 개인전을 가져야겠다. 그림에 대한 평도 물론 좋을 것이니 그렇다면 내 명성도 드디어 널리 알려지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잠을 이루려는 현식이. 그런데 낮에 마셨던 쓰디 쓴 커피 한 잔에 꿈은커녕 시간이 갈수록 머릿속은 더 한층 총총, 눈만 말똥말똥해지는 것이었다. 한 칸짜리 비좁은 방구석을 데굴데굴 구르며 금방이라도 잠만 든다면 저기 남쪽의 아름다운 풍경이 현란한 색채 그대로 지닌 채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는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으레 해왔던 버릇대로 왼편으로 누워 스르르 눈을 감은 다음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를 세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열을 넘기기도 전에 또다시 다른 잡념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아유! 이젠 그만 자야하는데 … 에잇썅! 이왕 잠 못 이룰 바에야 일어나서 저기 저 여인상, 삼순이의 입술이나 그려버릴까? 아니다, 안되지. 그래도 여인의 입술 채색이 클라이맥스인데 이리 소홀히 다뤄서야 어디 될 일인가? 저 여인의 입술 색깔이 꿈에라도 보였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는 불현듯 일어나 담배를 더듬거리며 찾아 성냥불을 켜대니 눈이 부셨다. 그리고 몇 모금 빨다말고는 불을 꺼버렸다.
또다시 현식이는, 하아나 두울 세엣 네엣 … 숫자 세기를 시작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얼굴도 반반하고 예술이 뭔지 아는 여자. 바로 내 짝사랑 여자였으면....
그렇다면 삼순이?? Oh! No! 단, 이 글과는 무관한 사람임을 천명합니다.-
‘이런 제길할, 이럴 때 수면제라도 있으면 콱 먹어버리고 잠들어버렸으면 좋겠는데… 아냐, 그럼 색채있는 꿈은 고만이게. 그건 그렇고 내일이면 삼순이가 틀림없이 찾아올 텐데. 그림이 다 되어 가는데 따라 삼순이 고 계집 태도가 점점 이상해지잖아. 허허허! 얼굴도 반반한 것이 제법 그림도 볼 줄 안단 말이야. 오늘 낮에만 해도 고 계집 아양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지? 하지만 나 같이 순수한 예술가의 양심에 비춰본다면 모델로 삼고 있는 여성에겐 그 이상 아무 것도 아닌데 말씀이야. 삼순이에겐 안 됐지만 이건 단연코 나만의 짝사랑이리라.’
여기까지 생각하다 현식이는 또다시 투덜거리며 잠을 청했다.
‘아유! 골치야. 하나 두울 셋 넷 … 아뿔사, 하나님이시여,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님! 제발 잠 좀 들게 해주소서. 하나 둘 셋 넷 … 하낫 둘 셋 넷 닷…’
잠을 들기 위한 그의 셈은 자꾸만 행진곡조로 변해갔다.
다음 날 해가 중천을 넘어서야 현식이는 무려 열여섯 시간 만에 겨우 눈이 뜨이자, 비몽사몽간에 아! 그 계집 입술, 죽어라고 비벼대고 쭉쭉 빨아 제낀 삼순이의 입술 색깔, 참말로 이건 정열에 넘치는 핑크빛이 아니었던가?
- 매혹의 pink lip-
현식은 넋 잃은 사람처럼 머리맡에 놓인 여인상 삼순이의 입술만을 똑바로 쳐다보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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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입술 색깔이 대단히 매혹적이고 유혹적이지 않나요?
이 색깔이 꿈에 보이는지 각자 오늘 밤에 실험을 해보세요.
이거 남성분들 뿅 가면 안 되는데..ㅎㅎㅎ
우리 울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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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시나 봅니다.ㅎㅎㅎ 삼순이의 입술보다 위에 무관한 입술이 더 매혹적입니다.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새벽녘에야 조문 같다가 돌아와서 오후내내 낮잠을 잤습니다.
이제 일어나서 컴앞에 앉았습니다.
편안한 저녘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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