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제1화: 우울증은 방치하면 안 된다

2011. 3. 5. 11:21나의 의학소고

 우리 님들 고란초의 의학 소고 다섯 번째 이야기로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우울증에 대해서 사례별로 피력해볼까 합니다. 특히 우울증은 자살과 연관이 매우 높은 질환이며,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는 정신질환이므로 우리 모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 글은 브라이언 버드의 '환자와의 대화'에 있는 내용을 약간 참조하였습니다.
  우리 님들도 관심이 있으신 분께선 즐겁게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울증 이야기

   
                                                       (제1화)                                    





                                    








                                                      우울증은 방치하면 안 된다.




 

 우리가 우울하다고 하는 것은 감정이나 기분, 느낌을 두고 하는 말인데, 그저 우울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주 가벼운 경우에 한해서이며, 우울증이 심해진다면 정신 기능의 장애가 함께 나타납니다.

 이는 편의상 경증과 중증으로 나눌 수가 있지만 나타나는 형태나 정도도 여러 가지이고, 이를 유발하는 원인도 여러 가지인데, 원인에 따라 신경성, 반응성, 단순성, 급성, 조울성, 흥분성, 정신성, 우울성, 자살성, 혼미성 우울증 등으로 분류할 수가 있습니다.

 일반 의사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경증의 우울증이지만, 중증의 우울증은 정신과의사만이 치료가 가능합니다.

 경증의 우울증 증세는 노이로제에 가깝기 때문에, 정서 불안을 느끼는 다른 환자들과 같이 다뤄져야 합니다. 이 경우 환자들은 상당히 말을 잘하고 약간의 정신치료로도 좋은 반응을 보이므로 쉽게 치료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증의 우울증 환자는 병적인 정신 장애를 동반하므로 환자는 보통 때처럼 행동하고 생각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일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일 정신장애의 심각성을 모르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심한 우울증 환자가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엔, 환자를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증 환자의 병적인 사고는 정신과의사만이 이해하고 해결이 가능하므로 정신과의사가 이 환자의 치료를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가벼운 우울증

 

                                   


 
 어느 여대생에 대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녀는 항상 피곤하고, 잠도 많고, 집중이 안 되고,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항상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그녀는 특히 대학 생활에 흥미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학생이나 교수 모두가 못마땅했습니다. 그녀가 그럭저럭 2학년이 되었지만 이젠 대학이라면 거들떠보기도 싫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만해도 아주 명랑하고 우수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만일 그녀 말대로라면 일류대학에 충분히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형편없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로 지금 다니는 대학에서 많은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녀를 모셔가다시피 했으며, 가기 싫었지만 부모의 성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에게 항상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여자가 대학은 왜 가? 더구나 돈까지 들여가면서! 공짜로 공부시켜주겠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어떤 대학도 다 보낼 수 있는 재력이 있었고, 그녀의 오빠는 지금 명문 대학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은 교육을 받아야만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봤습니다.

 “맞는 말이네요. 여자의 교육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만 그녀는 다소 화가 난 듯이 말했습니다.

 “아직 제 부모님을 잘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 점은 사실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특히 그녀 자신의 자존심과 가치관 그리고 지적 능력에 관해서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지성과 관련된 갈등에 대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본 결과 그녀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 많은 선생님들이 그녀의 우수한 성적을 칭찬했고, 앞으로 계속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 부모의 반응은 한결같았는데, 그녀의 성격엔 관심이 별로 없었고 가사일의 미덕만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부모라서 그녀는 대학에 보내주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비록 이류 대학이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람있는 대학 생활을 해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이와 같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이 대학을 그렇게 싫어하고 원망했던 것은 사실상 따져보면 그녀 부모에 대한 감정 표현이었습니다. 첫 1년은 말없이 잘 참았지만 2학년이 되자 더 이상 오빠에 대한 질투, 부모에 대한 원망, 학교에 대한 혐오감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우울증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공부도 안 되는 등 우울증 증세들은 그녀의 이런 분노나 깊어만 가는 자신의 열등감을 은폐하기 위한 무의식의 작용이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숨겨진 이런 감정들을 차차 이야기하고 배설되면서 그녀는 다소 부끄럽고 창피스러움을 느꼈지만, 그녀의 우울증은 한결 좋아졌습니다. 차츰 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대학이나 학생들에게 가졌던 지나친 실망이 사실은 자신의 이런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더 확대되었고, 왜곡되었다는 것까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이나 교수에게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은 사실은 자신에 대한 매력상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우울증이 회복되면서 대학을 보는 눈도 현실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이 대학이 일류 대학이 아니었지만 절망적인 것도 아니었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학이 자기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예리하게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계속된 면담을 통해 그녀는 부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만이 자신이나 부모를 위해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도 차츰 말하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자기 의견은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입니다.

 이제 그녀는 분명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부모에게 떳떳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다니던 대학과 장학금을 모두 다 청산하고, 제가 처음 목표한대로 일류 대학에 다시 진학하겠습니다.”

 그녀의 이런 결심을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그녀의 부모에게 말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녀의 부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라. 이제 모든 것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만일에 그녀가 처음부터 이렇게 했더라면, 그래서 그녀의 부모가 그녀 심경이 얼마나 안타까웠는가를 알 수만 있었더라면, 그녀는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학교에서 행복한 대학 생활을 누리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이 하고 싶은 것도 쉽게 포기하고,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하다보면 내면에 항상 갈등과 분노가 이글거리게 마련이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우울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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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읽어보셨나요?
이와 같이 가벼운 우울증은 쉽게 좋아지기도 하고, 환자 내면에 있는 갈등과 분노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엔 중증으로 이행되기도 합니다.
다음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성 우울증에 대해 언급하겠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