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제2화: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

2011. 3. 5. 11:23나의 의학소고

 우리 님들 우울증 이야기 두 번째로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많이 볼 수 있는 반응성 우울증에 관해서 언급해보겠습니다. 다소 의학적인 내용들이 많아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으나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보았습니다.
 우리 님들, 관심이 있으신 분은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우울증 이야기

                           
                                               (제2화)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




                                    
                                                                 반응성 우울증

 가벼운 우울증은 사실 감기보다도 더 흔한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대개 살아가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반응성으로 생깁니다.

 가장 흔한 것으로는 신체적 질환에 대한 마음의 반응인데, 간염, 소화성 궤양, 사고, 수술, 분만 등 환자를 우울하게 하는 질환 들이 우울 반응과 동시에 또는 그 이전에 일어납니다.
 사람이 암, 중풍,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중병에 걸리면 누구나 우울에 빠집니다. 당뇨병이나 결핵, 매독 같은 만성 환자에도 우울은 항상 서려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환자가 만성병에 적응하거나 그런 병으로 죽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우울증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반응성 우울증은 오히려 질병에 대한 보호기구가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벼운 우울증의 경우 다소 치료에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방법은 쓰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주 가벼운 반응성 우울증이라고 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서 치료해야만 합니다.
 특히 회복이 너무 늦거나, 경과가 이상하거나, 병에 너무지쳐 보이거나, 증세가 너무 막연하거나, 정상적인 감정이나 정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엔 일단 우울증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반응성 우울증은 환자 개인의 감정적 마찰, 스트레스, 가족의 죽음, 사업의 실패, 정서적 갈등, 잦은 말다툼, 이혼 등 일상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반응성 우울 증세는 신체질환과 비슷해 간혹 오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환자는 쉽게 피로를 느끼고,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불평합니다. 그리고 소화불량이나 불면증 등 뚜렷한 이유가 없는 막연한 증세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보통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늦게 일어나고, 낮에는 낮잠을 잡니다. 아울러 자신의 직업과 다른 일상 활동에서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외부에 대한 관심도 없어지고,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며, 혼자 하루 종일 방안에서만 지내기도 합니다.

 우울증에서 다른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위의 증세를 우울증으로 보지 않고 과로나 업무 과중으로 쇠약해진 것으로 본다거나, 우울증이 쉽게 낙심하거나 슬퍼하기만 한다고 생각하거나, 불행이나 실망에 의한 단순하고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간주해버리는 것들입니다. 사실은 이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우울 반응은 모든 정신 증세와 같이 마음의 갈등 속에서 빚어지는 매우 복잡한 정신활동의 과정을 밟아 생기는 것으로, 내부 갈등을 표현하거나 숨기기 위한 그 나름대로의 복잡한 반응이고,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이나 주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우울증 환자라고 해서 단지 슬퍼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슬픈 환자는 슬퍼하기만 하지만 우울증 환자는 단순히 슬퍼하는 것 이외에 다른 무엇이 있고, 넋나간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적극적이고 생동하는 문제들이 엉켜있습니다. 따라서 경증의 우울증이라 할지라도 아픈 상처와 함께 고통을 받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울증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환자 내부에 숨겨진 분노입니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는 작은 모욕이나 상처에도 쉽게 흥분하고, 조금만 자존심을 건드려도 몹시 화를 내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이런 감춰진 분노를 찾아내야만 하는데, 꾸준한 대화를 통해서만이 환자 스스로 자신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하고, 그것이 자신의 내면과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알게 해야 합니다.

 이런 분노와 복잡한 이유로 우울증이 생겨나므로 이런 환자에게 '기분 전환을 좀 해라', '여행을 해라', '만사를 쉽게 생각하라', '너무 상심하지 마라', '기운을 내라'고 말하는 것은 도움보다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진지하게 격려해주는 좋은 말 같지만, 환자는 자신의 심경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인상을 주므로 환자는 더 화가 나고 실망한 나머지 우울증은 더 깊어지게 됩니다.

 만일 이런 환자에게 위로되는 말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세월이 약이고 우울증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해주는 것이 오히려 더욱 효과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환자의 현재 생활을 계속 위협하는 고통이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해 적절한 마음의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직접 대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한 중년부부가 있었습니다.

 결혼생활은 그런대로 만족했지만 아내가 좀 신경질적인 것이 흠이었습니다. 아내는 작은 일에도 성을 내고 따지고 시비를 걸어 왔는데, 싸움을 먼저 걸어오는 건 아내였고 참아야 하는 것은 남편이었습니다.
 아내는 두 번에 걸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이상하게도 병원에 있는 동안엔 아내가 그렇게 순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화낼 일이 없었고, 아내가 앓고는 있었지만 병원신세를 지는 동안 부부사이는 무척 화목했습니다. 그 후 아내는 건강이 회복되어 퇴원했는데, 날이 갈수록 다시 옛날처럼 나빠져 갔습니다. 그러자 남편도 차차 짜증이 나고 아내가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만약 자신이 또 전처럼 아내의 신경질을 받아 말싸움을 하고, 참았던 감정을 폭발한다면 이번엔 아내가 꼼짝없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두려움이 생겨났고, 아내가 병이 난 것도 자기와 싸운 것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아내의 신경질은 더욱 심해지고, 남편은 언제 폭발할지도 모를 자신의 화를 과연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남편은 아내가 완전 회복되어 퇴원한 지 6개월이 접어들자, 쉽게 피로를 느끼고, 일도 귀찮고, 우울하다고 호소했는데, 그 이유는 두 번에 걸친 아내의 수술 때문에 몹씨 지쳐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에 불행하게도 이런 남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남편에게 화를 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참고 견디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남편과 꾸준히 대화하면서 남편에게 쌓인 화를 조금이라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로써 극적인 효과는 없지만 남편이 아내에 대한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도록 하는 동안에 우울증은 호전되어 갑니다. 그 다음으로 아내와 예전과 같이 만족스러운 상태로 회복시켜주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수 년 동안 앓아 두 번이나 큰 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동안 부부에겐 아기자기한 생활은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쉬운 것도 많고 인생에서 무엇인가 잃고 살아간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을 남편이 알게 된 순간 남편의 증세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호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아내와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판 싸운 후 남편은 많이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의사를 찾아와 투덜거렸지만, 그 의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남편의 우울증도 치료가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남편에게서 우울증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간 많은 대화로 치료가 되었던 것입니다.

 비록 부부가 화를 내면서 대판 다투었지만 싸움의 양상은 그전과는 아주 달랐고, 남편은 폭발하지 않고도 화를 낼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싸움을 했다고 해서 아내가 죽지도 않았습니다. 그후 남편은 그것은 사랑싸움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이 대개의 가벼운 우울증은 일상생활에서 상실감, 박탈감, 무관심, 모욕감 등을 느낄 때 반응성으로 나타납니다. 그런 유발 요인이 무엇이든지 그건 언제나 환자 내부에 분노와 자존심의 손상을 일으키고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우울증 환자에게서 자살기도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우울증 환자에서 명심해야할 사항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이런 경우 체질적, 성격적으로 작은 상처에도 쉽사리 우울해지므로, 대화만으로는 치료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재발하는 수도 있습니다.

 둘째, 가벼운 우울증이 중증으로 되는 수도 있고, 심각하지 않게 여겼던 환자가 자살을 기도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벼운 증세의 우울증 환자는 계속해서 일정 기간 동안 그 환자의 우울증의 깊이와 정도를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 엘도라도의 해변가 풍경을 디카로 찍어 본 것입니다.
                        바닷물에 반사되는 햇빛이 눈부시게 찬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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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님들 잘 읽어보셨나요?
이제 가벼운 우울증에 대해서 다소 이해하셨겠죠?
다음엔 심각한 형태인 중증 우울증에 관해 언급하겠습니다.
 우리 님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