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7. 20:20ㆍ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의사가 되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어느 의대생 이야기를 문학작품 형태로 한번 써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사실의 진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며, 어떤 고뇌를 느끼는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세요.
어느 의대생의 고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어나서도 안 될 달갑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오래 전 9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게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 모르지만 난데없이 콜레라가 남부지방을 휩쓸기 시작했는데, 정말 소름이 끼칠만한 일이었습니다.
곧바로 방역본부가 구성되었고, 모든 의료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하며 방역활동에 나섰는데, 이에 따라 일부 책임을 맡게 된 우리 의대 3, 4학년 학생들은 수업을 중단한 체 콜레라가 만연하고 있는 곳으로 차출되어야만 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고학년 의대생들은 부랴부랴 삼남지방 일대의 방방곡곡을 불철주야로 돌면서 방역활동에 전력을 다하였습니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이번에 퍼진 콜레라에 의한 인명 피해는 최소한으로 막아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38선을 향해 총을 겨누고 북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우리를 비긴다면 혹자는 너무 과한 표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선말 역병이 퍼져 죽어가는 사람들 틈에 온몸을 던져 간호하다 역병에 걸려 운명을 다한 어느 신부님에 비긴다면 이 또한 너무 과민하다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의 손엔 총 대신에 주사기와 세균배양기만이 주어졌고, 언제 제가 콜레라의 침습을 받고 쓰러질지 모르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끝까지 씩씩하게 환자들 앞으로 나아가 콜레라와 싸워야만 했습니다.
막상 이런 일에 앞장서서 달려가 여러 체험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과 맞닥뜨리며 끝없는 사념에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고, 이 땅에 이런 일도 다 있는가 싶어 놀라기도 했으며, 죽어가는 사람으로부터 웬 참견이냐고 시비하며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보면서 주사기를 집어 던지고 싶었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울화통을 참기도 했으며, 학교에서 배운 학문과 지금 제가 하고 일이나 제가 앞으로 하고 싶었던 일 사이에 연관성을 생각하며 회의에 사로잡히기도 했고, 현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 것인가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묵묵히 이런 일을 하면서도 그늘지고 나타나지도 않는 일에다 저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내걸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사실 전 어떤 대가를 바라고 했던 일도 아니었고, 오직 자율적으로 행했던 일이었지만 일이 끝나 되돌아가는 순간까지 환송의 술 한 잔 받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수고했노라 격려나 칭찬 한 마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쩜 이다지 비정한 현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의학을 배우는 것이 병을 고쳐줌으로 받는 정당한 보수로 편히 먹고 살겠다는 안이함도 아니었고, 한 푼 더 벌기 위해 동료와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만 하는 쓰디쓴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것도 미처 생각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저는 이런 기회에 배우고 있는 학문,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 또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보다 더 큰 뜻을 가지고 오뇌와 고민 속에서 보다 밝고 의젓하게, 그리고 올바른 자세를 다듬고 갖춰가야만 하리라는 것을 깨우쳤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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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이 글은 어찌 보면 한 의료인의 고뇌와 각오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의대생도 좋은 의사가 되었을 것만 같군요.
우리 님들, 오늘도 즐겁고 편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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