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추억 제2편

2011. 2. 26. 13:11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께 저의 옛추억을 소개해드리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1편을 올려드렸기로 2편을 올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만 같습니다.
2편은 첫 미팅의 연장입니다.
아울러 3편에서는 추월산  등반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세요.






                                                추월산의 추억

                                                          (제2편)

                                              

                                                                  첫 미팅
                                                       
                                                                                        2


                                            

                                            - 고란초의 컴퓨터 마우스 그림집에 있는 '연인'입니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 새로 들어온 친구 정수, 그 녀석은 여자들 다루는 기술을 어디서 그렇게 배웠는지 온통 자기의 독무대로만 만들 량으로 이 여자 저 여자 할 것 없이 술술 녹여가며 유창한 언변을 늘어놓고 있었다.

 ‘차라리 네가 다 데리고 놀아라. 난 구경이나 하고 있을려니깐.’

 난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속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 친구가 도가 지나쳐 너무나 색깔이 진한 농담을 해댄 통에 여자들이 단체로 기분 나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쩐지 잘 나간다고 했어? 이런 요조숙녀들에게 함부로 뇌까려대면 쓰나? 다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라고.’

 “와하하하 … !”

 난 어찌나 고소한지 속으로 끼득끼득 웃는다는 게 그만 박장대소가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랬더니 이번엔 내가 실없는 사람으로 보였던지 여자들의 눈이 나에게 집중되는 듯싶더니 다들 실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저 친구 하는 것이 하도 재미있어서…”

 난 그녀들에게 사과를 한 연후에 재미없다고 아까운 시간만 이렇게 허비할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어울려 즐거운 대화라도 나누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내 앞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한 소리 했다.

 “혹시 취미 같은 거 있으세요?”

 그녀는 불쑥 던진 나의 질문에 대답은 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엉뚱한 말을 던지는 것이었다.

 “한 번 맞춰보세요.”

 ‘이런 제길 할!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맞춰보라는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대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음악 감상?”

 “아니에요. 틀렸어요.”

 “그럼 … 혹시 수영 같은 거 … 좋아해요?”

 “그거 비슷한 건데 … 모르시겠어요?”

 ‘아니, 이 여자가 뭘 좋아한다는 건지? 그렇다면 밤에 하는 등산? 혹시 맞을지도 모르잖아. 애라, 모르겠다.’

 “그렇다면 등산?”

 “와! 맞았어요. 제법이시네요.”

 ‘맞았다고? 난 밤에 엉뚱한 곳으로 기어 올라가는 등산을 생각했는데, 이게 맞은 것은 아니겠지?’

 그녀는 제법 명랑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난 도무지 속이 뒤틀려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거기다가 이런 여자하고 야간에 등산을 해야 한다니… 우악! 십년 전에 먹은 것도 다 나오려고 하네.

 그러나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녀들은 낮에 산에 오르는 등산을 너무도 좋아했으니 말이다.

 서로 나누는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뭔가 제안을 하여 그걸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져 난 그녀들에게 새로운 안건을 이야기했다.

 “오늘 이 모임이 그런대로 뜻 깊었다고 느낍니다만 어떠셨는지 모르겠군요? 이제 두 번째 서로 만나니, 물론 오늘 처음 오신 분도 계시지만 말예요, 서로가 서먹서먹하진 않을 거라 여겨져 이런 생각을 말씀드리니 한번쯤 심사숙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건 다름이 아니오라 우리 그룹이 이런 다방에서만 만날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산이나 강으로 자리를 옮겨 서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조만간 마련해 보자는 것인데, 여러분 제 생각이 어때요?”

 난 나의 생각을 전체에게 말했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다음에 시간 나시면 우리 등산이나 한번 가요. 우린 주말마다 산에 가거든요.”

 아까부터 등산에 열을 올리던 내 앞에 앉아있던 여자가 또 한 번 나에게 동조의 뜻을 비쳤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그게 좋겠다고 하여 다음에 만날 기회를 마련하는데 일단 합의했다.

 그녀들과 아쉬움 속에서 헤어진 후 다시 연락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연락은커녕 어느 누구도 다시 만났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다. 결국 별 볼일 없는 약속을 했다고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대우를 통해 그녀들과 접촉하도록 하고 또한 이런 계획을 진행시키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모든 것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그 후 그녀들과는 틀렸다고 여기고, J대 의상과 여대생들과 재차 미팅을 가져봤지만 그녀들 역시 우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번 만나 봤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난 친구 대우와 자주 만나 우리가 처음 만났던 여자들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의견들을 나누었다.

 “어이, 대우! 요새 전번에 만났던 C대 여대생들 소식 못 들었는가?”

 “글쎄, 나도 간혹 만나보긴 했었는데 별다른 말들이 없었네. 그런데 자네, 아직도 그 여자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구만.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지는 말게.”

 ‘이런 제길 할! 남아 일언 중천금인데 내가 한 말에 나도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닌가?’

 난 그가 하는 말이 다소 못마땅하게 여겨져 속으로 투덜거리다 한 소리 내뱉었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달라. 내가 그 여자들에게 한 말도 있으니 그 약속은 서로 지켜야 할 게 아닌가? 우리 같이 계획을 세우자고. 멋진 야외 미팅 말이네.”

 “그것도 좋지만 그 여자들이 말같이 쉽게 따라 줄지 모르겠구만.”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말이 나온 김에 자네가 조만간 한번 만나 의견을 타진해보게.”

 “잘 되어야 할 텐데 어떨지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그 여자들이 그랬다면서… 뭐, 싱글(single)을 원한다고 했다던가? 그러니 난 이미 글렀구만. 다른 여자가 있으니 말이네. 혹시 자네가 가면 받아 줄지도 모르겠어.”

 그는 오히려 나더러 그녀들과 만나 볼 것을 권했지만 나는 경험과 능력 부족으로 그럴 수가 없을 거라고 했다.

 “자네라면 모르되 내가 가면 말주변이 없어서 딱지 안 맞거나 안 쫓겨나면 다행이네.”

 그로부터 며칠 후 난 결국 그녀들 중 한 경희와 신 정숙 두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경희로부터 전화가 나에게 걸려왔던 것이다.

 “긴히 상의드릴 게 있으니 HS다방으로 오늘 오후 4시까지 나와 주세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생시라면 더욱 좋고 꿈이라도 제발 깨지 말아다오.’

 난 어찌나 그 목소리가 반가웠는지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대번에 만날 것을 수락하고 약속장소로 정시에 나갔다.

 “오래간만이에요. 그간 잘 지내셨어요? 다시 만나 뵈어 반가워요.”

 안면 가득히 미소를 띠며 싹싹하고도 사근사근 날 녹일 듯이 말하는 그녀가 어찌나 그리 예쁘고도 사랑스럽게 보였는지,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폭삭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정말 반갑습니다. 그런데 웬일로 절 보자고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아! 아직도 기억 안 나신가요? 지난번 같이 등산이라도 한번 가자고 안 하셨던가요? 어떠세요? 가실 수 있겠죠? 우리는 모두 갈 거니까요.”

 ‘아니 이거 진짜잖아! 난 농담으로 받아주는 줄 알았는데. 그러나저러나 나 혼자서 갈 수는 없고 어쩐다.’

 난 다소 속이 답답해짐을 느끼며 그녀에게 뭐라고 답변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실망을 안줄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전 꼭 같이 가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의 사정도 좀 알아봐야겠네요.”

 난 대충 얼버무려버리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서로가 다소 마음과 뜻이 통했는지 이야기를 잘 받아주는데 대해 너무나도 황송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한적한 오후, 다방에 앉아 두 여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실제로 겪게 되었으니 나도 약간은 행복한 놈 축에 끼지 않을까 하고 여겨지기도 했다. 서로는 지난날들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들이었기에 나도 흥미진진한 대화로 흥을 돋우려고 애를 써야만 했고, 그녀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화를 유도해 나갔다.

 ‘나도 이젠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 여자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 꼴이 아니었던가? 확실히 경험이란 이렇게 중요한 거야.’

 난 그녀들에게 자주 접촉할 기회를 가져보자고 했고, 그녀들도 등산을 갈려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니 그게 좋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난 경희라는 여자를 전화로 불러내어 간간이 만났다. 물론 ‘추월산 등반 계획’의 예비 절차로 만났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많은 진전이 있어 그 계획은 드디어 실행 단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와 만났을 때 난 나의 취미를 소개해줄 생각으로 몇 가지 내가 쓴 시나 단편들을 보여주었다. 그걸 받아든 그녀는 이리저리 뒤적거리더니 나의 시집 속에 그려 넣은 삽화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날 한번 죽 훑어보고 나서 한 마디 했다.

 “너무나 잘 그리셨어요. 두 사람이 아주 정답네요.”

 “아! 네?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거 같은데…”

 사랑의 기쁨을 표현해 본 그림이라서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봤는데 그녀는 의외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가 그림 속의 주인공이 한번쯤 되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당신은 냉수 마시고 속 좀 차리라고 하시겠죠?’

 난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표정만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림에도 재질이 있으시나 봐요. 다른 그림은 안 그리세요?”

 “그렇게 보이세요? 아직은 그림 같지 않은 그림만 그려대고 있습니다만 좀 더 배우면 다른 사람 눈을 약간은 즐겁게 해 줄 수도 있을 거예요.”

 “취미가 다양하신가 봐요. 의대 다니며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

 “공부요? 그건 평소에 해두고,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탈이에요. 문학, 미술, 음악, 오락 등등.”

 “하루가 24시간인데 부족하시겠어요. 정말 내면적인 멋쟁이가 따로 없군요.”

 그녀의 눈에 나의 모든 것이 달리 보였는지 다소 놀라움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여 나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을 뿐인데, 너무나 과찬을 많이들은 것만 같다.

 그녀와 헤어진 후 또 할 일이 남았다. 내 친구들을 끌어들여 등산에 참가시키는 것 말이다.

 ‘어휴! 바쁘다 바빠. 무슨 일이 잘 되려고 이렇게 바쁜 건가? 여자들 만나는 것은 원대로 하겠는데 이놈의 남자 친구들은 재미가 소(小)하여 억지로 만나야하니 죽을 맛이 아니겠어?’

 하지만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라 아무리 고되고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자넨 두고두고 후회할 걸세. 꽃들 속에 싸여 가벼운 산보를 즐기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네. 예쁜 여자들과의 야외 데이트, 생각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지 않는가? 그러니 꼭 참석해주게.”

 난 지난번에 서로 만났던 우리 그룹들을 모조리 찾아다니며 참석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반응들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제길 할,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먼. 하기야 평양감사도 자기 싫으면 못하는 게 당연하니 공연히 참석하기 싫어하는 사람 끌어드릴 필요까진 없지. 싫으면 다 관두라고! 나 혼자 꽃 속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멋지게 하루를 보낼 테니깐 말씀이야.’

 결국 우리 그룹의 참석 인원 조정과 대상자 물색에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 겨우 숫자를 맞추는 데까진 성공했다. 그리하여 등반 날짜와 시간, 준비물 등을 정했고,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다.

...........................................
 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여기까지가 2편입니다. 조만간에 3편을 올려드리겠습니다.
  님들 모두가 오늘 하루도 알차고 기쁨이 넘치시길 빕니다.

 

.........................................................

 

        (이 글을 읽으신 야후 벗님과의 대화)

 

 

 고락산성 2008.10.29  18:30
 
열정이 대단했군요.
슬슬 프로기질이 나오고 있군요.
추월산은 내가 호남정맥시 통과한 산이지요.
한번은 일반 등산시 올랐고... 두번 오른 산인대 그곳에서 역사가 이루어 지나 봅니다.
오늘은 이곳까지만 읽고 갑니다. 많은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좋은밤 되세요.
 고란초 2008.10.30  09:06
 
산성님, 제가 올린 글들이 너무 길어서 읽느라 고생하셨겠네요.
바쁘실 텐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어 죄송합니다.
산성님께서 추월산을 모르실리가 없겠죠.
윗글은 36년전 제가 젊었을 때의 글이라서 지금은 많이 변했을 겁니다.
저의 첫사랑이 될 뻔했던 여자에 관한 추억의 글입니다.
산성님, 방문에 정말 감사드리고 항상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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