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3:45ㆍ나의 난 단상집
우리 님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듯이 사람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란초도 난을 기르면서 어느 순간 너무 과욕을 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건 비단 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인간사가 다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 제가 난을 통해 깨달은 소유욕에 대한 글을 소개합니다.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난과 소유욕
나는 언젠가부터 산채 후 결과를 남에게 알려 자랑을 늘어놔야만 직성이 풀리던 것이 이제는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무엇을 어디서 캤다는 것을 자랑삼아 남에게 말해 줘봐야 결코 나에겐 이득이 될 게 하나도 없는 일이지만, 산채꾼들은 입을 봉하고 있으면 온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는지, 서로가 뻥튀기를 해가며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명품을 캐게 되면 아무리 함구하려고해도 입이 방정맞아 결국 언젠가는 말하고 마는 것이 상례인데, 문제는 내가 힘들여 캔 난을 남에게 거져 줄 수는 없고 남이 캔 것도 그냥 달라고 할 수가 없는데 있다.
근간에 다소의 행운이 따라 제법 쓸만한 난들을 연타로 캐고서는 산채 간 다음 날 근무처에서 동료들에게 자랑을 실컷 늘어놨던 바, 처음엔 귀담아 들으며 다소 흥분이 되기도 했고, 떼어 달라는 욕심도 내는 듯 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듣기도 싫어하는 것만 같았다.
하기야 천하에 제일가는 명품을 캤다는데 귀가 솔깃하지 않을 사람이 그 누구이겠는가? 그러나 떼어주거나 교환하지도 않으려고 하면서 수캐가 그 무엇 자랑하듯 자랑만 실컷 늘어놓는 자의 말을 그 누가 미쳤다고 끝까지 들어준단 말인가? 쓸데없이 남의 가슴 속에 열불만 나게 해놓는 것이 그 사람의 취미인지 본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공연한 자기자랑은 삼가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며, 아울러 남의 자랑꺼리를 침까지 삼켜가며 억지로 들어줄 필요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남이 캔 명품의 난이 결국 내 것이 될 수는 없듯이 남의 자랑을 기꺼이 들어준다 해도 이득이 될 게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난을 캔 장소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설사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그런 명품이 그걸 캤던 그 장소에 가보면 또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매번 남의 말만 듣고 눈 먼 강아지 요령소리 따라가듯 캔 곳을 찾아가봐야 별 볼일 없는 공탕 신세는 뻔할 뻔자이니 별로 이득이 안 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지난 어느 날 직장 동료인 모 과장이 나의 난실을 방문하여 내가 캔 난들을 자세히 휘둘러보더니만 괜찮아 보이는 품종이나 내가 애지중지하면서 기르는 것만 골라 떼어달라고 야단이었다. 그리고는 자기의 난중에서 수세가 형편없는 난이나 퇴촉에 가까운 난들만 따로 떼어서 난분에 심어두고는 서로 교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처음엔 몇 그루의 난들을 아깝지만 그냥 떼어주기도 했고 몇 종류는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정도가 지나쳐 조금 더 길러봐야 될 것이나,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것까지도 무조건 바꾸자고 하니 나도 어쩔 수없이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 연후로 서로 같이 산채를 가서는 뭔가 쓸만한 것을 캐더라도 백벌브 하나 떼어주지 않고 고스란히 챙겨 넣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열받은 나도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듯 그와 똑같이 한 촉도 떼어주지 않았다.
그 후로 난 이야기만 나오면 나를 슬슬 피하는 것만 같았다. 그는 또한 내가 산채 갔던 결과를 말해줘도 흥미가 없는 듯했고, 집에서 배양하고 있는 난들의 새촉이나 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듣는 시늉도 안 하는 것이었다. 왜 그런가했더니 네 것은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데 왜 자꾸만 피곤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게 도대체 잘 되고 있는 일인지 어떤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러다간 금난지교가 아니라 친구 간의 의리를 저버리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것만 같기도 하다. 이건 서로간에 과욕이 빚어낸 비극적인 결말일 것이다.
나도 난에는 웬만큼 욕심을 부린 건 사실이나, 난이 나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난 배양은 나의 취미에 불과할 뿐이며, 내가 좋아서 기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갖고 싶은 난을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소유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즉, 난을 구입하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거나, 정신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구입을 삼가는 것이다. 공연히 경제적 부담을 안고 구입해봐야 그 난의 노예가 될 건 뻔한 사실이니까 말이다.
아울러 남의 것이 제아무리 좋아보여도 거저 달라는 말은 안 한다. 그 사람이 자진해서 떼어준다면야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만일 교환을 원한다면 그 때까지 기다린다. 더구나 다른 사람이 공짜로 주는 것이라면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된다. 주는 사람의 성의가 깃들고 정성이 담긴 것이라면 기꺼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 또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주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인간의 소유욕은 무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이 무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난에 대한 애착 내지는 집착은 강한 소유욕을 유발시킨다. 남이 가진 것은 다 좋아 보이고 결국에 가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도 순리대로 살아야하는 것이 인간의 정도(正道)일진데, 남의 것에만 실컷 욕심부린다고 해서 잘되는 일은 하나도 없으리라. 적어도 난을 하는 사람이라면 남이 싫어하는 짓거리만 골라서 하거나 너무 자기 자신을 떠벌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 것은 아까와 한 촉도 안 떼어 주면서 남의 것은 이것 떼어라, 저것 내놔라, 어째라 하니 이것은 완전히 도둑놈의 심보가 아니고 무엇이랴. 난을 진정으로 하려는 사람이라면 이런 도둑 근성은 가져서는 안 되리라 여겨진다. 나도 아직까지 도둑 근성을 다 버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버리려고 노력은 많이 하고 있다.
또한 춘란 전시회에서 남의 명품을 감상하면서 필요한 것은 그런 명품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각자의 배양 방법에 관한 의견 교환은 자기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럴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난만을 유독히 탐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찌 된 건지 남의 것은 다 좋아 보이고 내 것은 별로라고 생각되니 이것 또한 문제이다.
법정 스님 말마따나 무소유가 마음 편하고 좋기는 하겠지만 일단 난을 소유하더라도 과욕을 버리고서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인간의 정도를 걷자. 아울러 진정한 애란인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행동하자. 이것은 난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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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어쨋든 인간사에서 과욕은 금물입니다.
우리 님들 모두가 적당히 만족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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