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3:57ㆍ나의 난 단상집
우리 님들 명품의 난과 가짜란 두번째 이야기로 가짜란에 대해서 언급해보겠습니다.
사실상 가짜의 난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는 사람으로써 해야할 일이 아닙니다.
춘란 명품 중에는 가짜란으로 판명되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일도 있습니다.
우리 님들 글을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명품의 난과 가짜란
(제2화)
가짜란
-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란입니다.-
자연 그대로 자라는 모든 식물은 그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고, 변치않는 유전형질 때문에 한 개체는 다음 세대에 똑같은 형태로 나오게끔 그 형질을 전달해 주고 있다. 꽃도 마찬가지인데 붉은 꽃은 붉은 색으로 피게끔 하고 흰꽃은 희게 피도록 만든다. 이것은 대자연의 섭리에 의해 변화되기도 하지만, 간혹 사람에 의해 인공교잡 등의 방법으로 엉뚱한 개체로 변이를 일으키도록 만들어지기도 한다.
자연 그대로 있는 식물이 간혹 유전형질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하여 그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한다거나, 변이된 개체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변이개체는 자연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변이를 일으킨 개체 중 살아남은 것은 다음 세대에 그 형질을 유전시킬 수도 있다.
식물의 일종인 난도 마찬가지다. 산야에 깔린 민춘란들이 어쩌다 환경변화에 의해 변이를 일으켜 변이종이 드물게 자생하는 수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한국춘란이다. 변이된 개체중 원예성을 인정받아 사람이 가꾸고 사랑을 받게 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그 희귀성 때문에 그걸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게 되면 자연히 값이 오르게 되어있다. 한낱 들풀에 불과하던 난이 어느 틈에 사람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게 되고 귀하게 여겨져 안방까지 침투해 들어오는 것이다.
한국춘란, 산야에 묻혀 빛을 못 보던 녹색의 보석. 이것이 요즈음엔 다른 모든 화초의 으뜸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워낙 고가라서 돈 없는 사람은 소유해볼 엄두도 못 낸다. 결국 구하는 방법은 산에서 채취할 도리밖에 없는데 산채꾼이 하나, 둘씩 늘더니 난상인, 애란인, 직업적 전문산채꾼 등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캐내느라 정신이 없으니 이젠 산에 가봐야 변이종을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도 더 어렵게 되었다.
자생란 중 한국춘란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즉 난을 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난은 한 촉에 얼마짜리고, 저 난은 또 어떻고 신아 한 촉이 불어나면 얼마씩 수익이 된다는 둥 난을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모양으로 취급하고들 있다. 이건 과히 달갑지만은 않은 세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난을 자연의 난 그대로 믿고 볼 때라면 가능한 일이다.
근간에 일어나고 있는 사람의 행위엔 너무나도 가슴 아픈 경우가 많다. 난도 자연산 그대로 기른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변이종들이 값이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가짜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돈도 가짜돈, 먹는 음식도 가짜이고 입는 옷도 쓰는 생활필수품도 가짜 상표가 붙었고 하는 말도 거짓말 등등 이건 온통 가짜 때문에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듯하다.
속고 속이며 사는 것이 이 세상살이란 말인가? 정말 떳떳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변이종 난이 돈이 된다니까 별 볼 일없는 민춘란을 무더기로 캐내어 인위적으로 변이종과 비슷한 가짜난을 만들어내고 있다. 불에다 데우고 얼리고 탈색약품을 발라대고 푸마시 같은 살충제를 뿌리고 건강한 난에 상처를 주어 진짜 변이종처럼 생긴 난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짜 변이종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그걸 보는 모든 이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가짜 무늬난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관상한다면 일시적인 관상 대상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이런 것은 유전형질의 변화가 없으므로 다음에 나올 개체는 민춘란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가짜난을 진짜처럼 만든 당사자가 자기 눈에 보기 좋도록 만들었기에 혼자서 멋대로 감상만 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이것을 진짜라고 속여 거금을 받고 파는 상행위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속아서 그 난을 사서 기르고 있는 사람은 그 다음에 어찌될 것인가? 이거 누구 죽어라고 하는 수작인지 나도 모르겠다.
가짜난, 하고많은 화초 중 왜 난에서까지 이런 말이 나와야만 하는가? 난가게에서 파는 난이 왜 가짜난이어야 하는가 말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난의 변화무쌍함을 즐겨보려는 죄 없는 애란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나도 언젠가 서울에 있는 모 난가게에서 거금을 들여 수백 촉의 난을 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웬일로 싸게 준다 싶더라니 모든 난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건강한 난이라 속여서 팔았던 것이었다. 결국 그 난들은 1년도 못가 모조리 황천길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그 난가게를 믿을 수가 없게 되었고 속은 것을 깨닫고선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그걸 이루 다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런데 산에서 산채한 난은 하찮은 것이라도 진짜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난은 정말로 기대하며 키워보는 묘미가 있다. 나 역시 산채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기에 가능한 한 난가게에서의 구입은 삼가고 이 산 저 산 싸돌아다니며 변이를 일으킨 난이라면 얼씨구나 하고 캐서 기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난이 설사 민춘란으로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다지 서운치가 않다. 그렇지만 거금을 주고 구입한 난이 가짜난이었다면 서운한 것이 문제랴? 난을 기르고 싶은 마음이 사그리 달아날 판일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속은 것이 분해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난상인도 속여 팔아먹고 도망치면 다는 아닐 것이다. 그도 장시간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하리라. 서로 나쁜 일을 왜 서슴지 않고 해대는가 말이다. 어찌하라고 세상이 이래야만 되는가?
자연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자연 그대로의 특성을 그대로 믿을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그걸 가짜로 만들어 진짜라고 속이는 행위야말로 천벌을 받아 마땅하리라 여겨진다. 설령 그러한 변이종을 산에서 못 캐거나 거금이 없어 구입하지 못해 가짜난을 인위적으로 진짜난처럼 만들었다면 혼자서나 즐길 일이지, 남에게 자랑하고 팔아먹는 파렴치한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난꽃이 붉게 피지 않았다고 해서 붉은 페인트를 바르더라도 제발 혼자서만 즐겨야 한다. 이제 나는 믿고 싶다. 제발 난에서만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말이다.
난을 기른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는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공부하고 배우고 경험도 쌓고 모든 것을 안 연후에 난을 길러야만 한다. 자신의 배양기술과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그 또한 과감히 시정되어야 한다. 그럴 생각은 안하고 가짜 무늬난이나 가짜 색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난이란 식물 자체가 고도의 배양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발색 연구도 해야 하고 자연환경처럼 만들어줘야 제 특성이 나타나니 보통 힘드는 게 아니다. 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되듯 애쓰게 공들여 모은 난이, 수없는 공탕 속에서 피땀 흘려 한 촉 두 촉 채취해 모은 난이, 거금을 들여가며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구입한 난이 어느 날 갑자기 모조리 죽어 넘어진다면 그 충격은 세상을 잃은 슬픔처럼 말할 수 없이 클 테니까 수집도 좋지만 배양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길러야 할 것이다.
나도 이젠 어엿한 난실을 두 개나 가지고 있고 그간 모은 난도 거의 1,000분에 가깝다. 이제부터는 피땀 흘려 모은 나의 난이 그 진가를 발휘하도록 최선의 배려를 다할 결심이다. 이건 그 누구도 모르리라. 가짜난이 아닌 진짜난이기에, 내가 인위적으로 만든 난이 하나도 없기에 나의 난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고, 내가 더 공들여 배양해야만 한다. 난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미친 짓을 한다고 할 지 모르되 내가 좋아서 하는 난의 수집과 배양을 그 누가 막을 것인가?
난실 환경이 좋아지면 그 때는 제각기 가진 난의 특성이 나타날 것을 기대해본다. 아직은 나도 배양기술이 부족한 편이고 난을 보는 안목이 유별나지 못해 내가 가진 난의 절반 이상이 민춘란일 것이지만 그래도 나의 열과 정성이 깃들어진 난들이기에 버리긴 아까운 것들이 많다. 쾌적하고 좋은 환경 하에서도 특성을 나타내지 못하는 비변이개체라면 과감히 산으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나 아직은 좀 더 관찰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다짐해 보기도 한다. 나 하나라도 난을 속이는 일은 죽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가짜난은 내 난실에서 일체 발을 못 붙이게 하리라고 말이다. 난을 기르는 분들이 모두 그래야만 가짜난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져 그런 난들을 만드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가짜는 절대로 만들어서 팔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즐거운 나날 되시길 빕니다.
'나의 난 단상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蘭)과 취미(趣味) (0) | 2011.03.09 |
---|---|
난을 기르는 자세 (0) | 2011.03.09 |
명품의 난과 가짜란 제1화: 명품의 난을 찾아서 (0) | 2011.03.09 |
난과 꿈 (0) | 2011.03.09 |
산채소고(山菜小考) (0) | 2011.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