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9. 13:59ㆍ나의 난 단상집
우리 님들 난을 기르면서 난을 어떻게 기르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사실 난인의 경지에 들어서면 난이 그 사람을 기른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사람이 난을 기르는 것인데 난이 사람을 기른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로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맞다는 것은 난의 세계를 좀 더 자세히 파고들어가면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님들, 난을 기르는 마음 자세에 대해서 써본 것인데 한번 감상해보세요.
- 자생지의 한국춘란 복륜입니다.-
난을 기르는 자세
사람이 살다보면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만 하는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 가운데 자신이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을 빼놓을 수가 없다. 취미에도 다양하게 많지만 그중 고상하다고들 여기고 빠져 들어가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난 기르기가 아닌가 하고 여겨진다.
난을 여하이 잘 배양하여 촉수를 불려가고 꽃을 보면서 엽예의 다양한 변화를 즐기고자 하는 것이 바로 애란가의 소망이자 희망사항일진데, 그것을 제대로 간사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저 난만 몽땅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정신없이 사 모으는 일이라든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수없이 많은 난들을 산채해오는 것은 과욕이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 모든 인간지사에 있어서 과욕은 금물이라 했거늘, 욕심만 부린다고 모든 일이 잘 된다고 할 수 없는 게 확실하리라 보지만, 난을 산채하여 기르면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는 것이 과욕이 아닌가 여겨진다.
난을 사서 모으건 산채해서 모으건 간에 모으는 일은 같지만 사는 경우는 경제적인 지출이 뒤따르고, 산채 하는 데는 육체적 노동이 뒤따르니 역시나 힘들여 구하는 것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산채라는 것은 비록 경제적일지는 모르지만 그 날의 행운이 따르지 않고는 좋은 품종을 캐낼 수가 없으니 실망만 안겨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바로는 산채를 통해 얻은 소득은 부지기수이나, 그중 가장 큰 것은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쾌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으로, 이로 인해 계속해서 산채병에 빠지도록 하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여겨진다.
명품, 그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원하고 갖고 싶어 했던 난의 한 품종을 수 십 차례, 아니 수 백 차례의 끈질긴 도전과 집념어린 산행의 노력 끝에 만났을 때 그 기쁨이란 바로 세상을 다 얻은 듯 자신도 느껴보지 못한 흥분과 환희와 쾌감을 안겨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난을 알고 기르는 사람만이 느끼는 특권에 해당된다. 아무리 천하의 명품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전혀 난을 모르는 사람이 발견했다면, 그 사람은 이런 쾌감의 진수를 전혀 맛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금까지 오랜 시간 산채에 매달리고 주말이 돌아올 때쯤이면 마음은 이미 어느 산속 난밭에 가있었지만, 이렇다 할 내놓을만한 명품을 캐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잦은 산행 덕분인지 제법 쓸 만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상당수 캐어 나르면서 나 나름대로의 쾌감을 상당히 많이 맛본 것은 확실하다.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의 우연한 명품과의 만남은 더욱 나를 희열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듯 큰 기대를 하고 찾아든 곳에서 온종일 공탕을 치고 집으로 힘없이 발걸음을 옮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기대감 없이 엉뚱하게 찾아든 곳에서 난데없이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던 경험을 했던 때도 있었다. 물론 나의 산채 경험이란 아직은 미숙한 단계라서 그런지 명품다운 명품을 감별해내지도 못한 체, 그저 발전 가능성이 있다든지 끼가 있는 난이라면 무작정 캐내고 있으니, 남들이 보면 무슨 민춘란만 저리도 많이 캐 나르는지 모를 일이라고 혀를 차겠지만, 오직 하나의 기대감만으로 캐날라대고 있을 뿐이다.
기르는 난들이 모두가 변이를 일으켜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가능성이 옅보이는 것들이라서 그런지 그래도 심심찮게 명품 비슷한 난들이 되어주곤 하여 날 즐겁게 만든다. 캐온 난이 몇 년 후에 민춘란이라고 여겨지면 다시 산으로 가서 곱게 심어주면 되리라고 생각되었지만, 문제는 산으로 되돌아가는 것보다는 캐오는 게 더 많아 처치하기가 곤란한 일이 생기는 데 있다. 이건 아직도 난을 보는 안목이 날카롭지가 못해 산으로 되돌아 갈만한 만만해 보이는 것은 내 눈에 거의 없어 보이는 것 같으니 이러다간 난에 파묻혀 죽는 게 아닌가 조바심까지 난다.
그간 해마다 사고 캐 모은 난들이 난실을 지어 놓기가 바쁘게 차고 넘쳐 흐르니 정말 주체하기가 곤란하다. 버리기도 아깝고 죽이기도 아까우니 결국 모두 다 살려내야만 할 텐데, 이중에서 괜찮은 것만 골라내어 따로 기르고 나머지는 관찰 대상으로 여겨야만 하리라고 본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선별작업을 시작해야 할 텐데 지금도 계속 산채만 가고 싶고, 아리까리한 난들만 캐들고 와 난실을 계속해서 채워대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되는가? 이제 그만 산채를 중단해야 되리라 여겨지지만 산채를 못 가면 살맛을 잃는 것만 같고, 변이종을 만나는 쾌감을 느껴볼 수가 없으니 이 또한 어찌해야 될지 나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제발 그만 욕심을 부려야겠다. 이제부터는 공탕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확실한 품종만 선별하여 산채 해오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빈손이면 어떠랴. 별 볼 일없는 민춘란 비슷한 것만 난실 가득히 쌓아놓고 기대품이라고 큰 소리 칠 때는 이미 지난 것이 아닐까?
난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 공부를 많이 하여 품종 선별에 신중을 기해야겠다. 설사 기대품일지라도 2~3년 내에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과감히 산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리라 본다. 더욱 가능성이 높은 난을 캐오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나중엔 확실한 품종만 골라 그것만 따로 집중 배양한다면 괜찮은 취미가 되리라.
내가 무슨 난장사도 아니고 기르다 잘못되어 죽는 일이 생긴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쓰게 번 돈을 가지고 모조리 난을 사들여 순간적으로 몰살시킨다면 너무도 가슴 아픈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산채하여 길러보는 재미와 분양해주는 재미를 느끼며 난을 돈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윤택하고 즐겁게 하는 매개물로 여기면서 배양해야만 후회가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는 이 난은 얼마짜리고 얼마에 샀으니까 분양 시엔 이에 상당하는 돈을 요구하거나 같은 값의 난으로 내놓으라고 하면서 기르는 것 같은데, 물론 세상엔 공짜라는 것을 바라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난심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라 했듯이 자기의 것을 분양해주면 타인도 비록 아끼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가 기르는 난이 대주로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분양해주기 마련이다. 다소 내 것을 손해 보더라도 기꺼이 주고 받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차후에 서로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러한 진정한 금란지교는 우정을 더욱 참되고 두텁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아직은 내 난을 분양해 줄 시기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난이 가진 난성도 파악해야 하고 괜찮아 보이는 난으로 훌륭히 배양해 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 5년이나 10년 후엔 자신을 가지고 나눠줄 수가 있을 것이다.
어떤 친구는 자기 눈에 남의 난이 괜찮아 보이거나 욕심을 내는 것이 있다면 무조건 쪼개달라고 아우성이다. 그 난을 기르며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당사자가 분양해 줄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 오직 갖고 싶은 욕심 하나만으로 자기의 난과 바꾸자, 돈을 줄 테니 팔아라, 염치 불구하고 무조건 떼어 달라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이게 웃음거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정한 난인이라면 이런 일들은 역시 지양해야 될 것이다.
또한 도대체 한두 촉 떼어가서 어찌 하겠다는 건지 모르지만 쪼갤만한 상태도 아니고, 난성도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고 무조건 달라고 하는 것은 실례고 무례한 일이다. 그리고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본다. 물론 명품 보존상 분산하여 배양하는 것은 다르다고 여겨지지만 말이다.
난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난 주인의 허락도 없이 남의 난실을 제멋대로 활보하며 마치 자기 것이나 되는 양, 이 난 저 난 가리지 않고 매만지고 들었다 놓았다, 그 것으로 끝나면 그래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이건 한 술 더 떠 욕심내고 내놓으라, 그냥 달라 등등, 그 난을 기를만한 여건과 자신도 없는 자가 큰 소리 치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무례하기도 하고 꼴불견 같기도 하다. 난을 기르고자 하는 자는 난에 관한 지식은 물론 난도와 같은 예절은 알고 있어야만 한다. 분양을 안 해 준다고 또는 공짜로 달라고 하여 안 준다고 오히려 화를 내고, 서운해 하고, 매정하니 어쩌니 하는 것은 진정한 난우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친구로 사귈만한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나도 이런 경우를 간혹 당해본 경험이 있지만 정말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떤 무식한 자는 친구를 빗대어 남의 난까지 훔쳐 달아났다가 들통이 나 개망신을 당하는 자도 있지 않는가. 정말 한심한 작태이다.
진정 난을 기르고자 하는 자는 마음부터 고쳐먹어야 한다. 정말로 과욕은 금물이다. 나도 언제쯤 진정한 난인이 되고 난도를 알게 될는지 모르지만 그렇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렇게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마음이 더욱 온화해지고 심성이 부드러워지고 좋아질 것이라 믿기 때문에, 난을 기르면서 내가 얻는 것은 정말로 그 무엇을 기르면서 얻는 것보다 갚진 것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
난이 주는 이득이 이처럼 많기에 언젠가는 나도 난을 기르기를 너무도 잘했다는 결론을 맺을 수 있어야 될 것이지만, 이렇듯 점차 변화되어 가는 나의 심성은 분명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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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이제 약간은 이해가 되시죠?
우리 님들, 즐거운 나날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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