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6. 13:19ㆍ나의 문학작품
우리 님들 추월산의 추억도 이제 마지막 회입니다.
저 고란초도 무언가 이뤄져야만 좋았을 것을 하고 은근히 기대해보기도 했지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제7편을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럼. 우리 님들 즐겁게 감상하세요.
추월산의 추억
(제7편)
나 혼자만의 사랑
그러던 11월 중순 어느 날, 견디다 못한 나는 무례를 무릅쓰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에게 하고팠던 말들, 떨려서 말 못했던 핑크빛 사연들을 편지에 모조리 적어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그때 그 다방에서 다시금 나는 그녀와 대면했다. 지난날 서먹서먹했던 그녀와 나 사이에 어느덧 화기가 감도는 것을 느꼈다. 서로는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담소를 나누었는데 점차 분위기가 좋아지자 난 호주머니에서 미리 써두었던 편지를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것은 제가 밤새도록 생각하고 고심하면서 썼던 저의 진실이 담긴 글입니다.”
나는 그 핑크빛 편지를 그녀에게 전해줬고 그녀의 양 볼이 점점 붉게 물드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편지를 고이 접어 핸드백 속에 집어넣더니 만난 지 10여분도 체 안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만 집에 할 일이 많아 먼저 가봐야 돼요. 그럼 다음에 또 …… ”
그러나 그녀의 이 말이 만나서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이 되고 말 줄이야.
다음은 정숙이란 여성에게 그 날 전해줬던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를 받은 그녀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 정숙 씨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오랫동안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서로 만나서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던 제 마음을 You께 조금이나마 전해드리고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펜을 들어봅니다.
이런 글월을 보내게 됨은 몇 날을 지새우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You께서 기꺼이 받아주시리라 믿고 드리는 것이오니, 아무런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마시고 너그럽게 받아주셔서 끝까지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숙 씨!
왠지 모르게 그리워져 불러 보고픈 이름이군요. 오늘처럼 가을비 내리는 밤이면 더욱 You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지난 우리들의 이야기도, 미소를 머금은 체 저를 바라보던 You의 빛나는 눈동자도, 다정다감하게 속삭여주던 You의 환한 얼굴, 이 모두가 눈에 비치듯 나의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웬일일까요? 이토록 그리워지는 것은…
정숙 씨!
왠지 자꾸만 불러 보고픈 이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불러도 싫지 않은 이름이고,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 같기도 하구요.
지금도 You의 이름을 불러보고 있습니다. 한없이 자꾸만… You께서 혹시라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절 기억해주시리라 믿으며 말입니다.
정숙 씨, 전 진심으로 우리 사이에 대화의 문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서로 간에 정이 듬뿍 담긴 행복한 속삭임을 듣고만 싶을 뿐입니다. 또한 You가 생애에 가장 불행한 시기에 처했을 때도 You를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만 싶습니다. 후일 You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꼭 이러한 저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You께서 너그럽게 받아주시리라 믿고 말입니다.
정숙 씨, 인간은 항상 외로운 존재만은 아닐 겁니다. 서로가 마음이 일치된다면 서로 생각해주고, 서로 의지하며,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You께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제 맘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것인데, 아직도 You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숙 씨!
저의 모든 희망과 염원이 You의 마음과 같아지길 기원합니다.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주 하나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
그럼 후일 서로 기쁜 얼굴로 만나 뵙기를 기약하면서 …
고란초로부터.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다시 한 번 실례를 무릅쓰고 그녀의 집에다 전화를 걸었으나 그녀를 바꿔주지 않았다. 그 후로도 몇 번인가 더 걸어봤지만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받고서 퇴짜를 놓는 게 아닌가?
‘왜 그럴까? 그 이유가 뭘까?’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하고 동료들과 만나 그간의 상황들을 물어보니 그 녀석들은 서로 자주 만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왜 나만 이럴까? 그녀에게 무슨 우여곡절이 있는 게 아닐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지만 명쾌한 해답을 얻을 길이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이젠 그녀의 집에 마지막이라고 여기고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번엔 다행히도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다짜고짜 다그쳤다.
“정숙 씨, 그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저와 왜 만나주지 않으시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군요.”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는 것 같더니 비탄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린 이제 만날 수 없어요. 그간 제게 잘해주셔서 뭐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지 … 댁은 저도 너무나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되었어요. 하지만 이젠 댁에겐 죄송스럽지만 서로가 더 이상 만나서는 안 될 것만 같고 뭐라 달리 드릴 말씀도 없어요. 저 또한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그리고 지난번 편지도 안 받은 걸로 할게요. 그 이유는 더 이상 묻지 마시고요.”
‘그 편지를 내가 어떻게 쓴 건데, 안 받은 걸로 하다니.’
나는 가슴속이 뭔가에 콱 막힌 듯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그리고 또한 그녀의 특별한 사유도 없이 돌변해버린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아쉽지만 결국 그녀와도 작별을 고해야만 하려나보다. 정말이지 난 그녀를 진정으로 좋아했었는데 ……
‘여자여! 진정 헤어지기엔 너무나도 아쉬웠던 여자여, 어찌하여 나에게 그토록 잊지 못할 추억과 상처만을 남겨준 체 떠나가는가? 나는 어찌하라고, 난 정말 어떡하라고…’
이제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점차 식어만 가고, 다 타버린 촛불처럼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녀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앞날에 대한 나의 예측은 너무도 엉뚱하게 빗나가 버렸다.
그 후 그녀를 전혀 만나볼 수도 없었고, 내 기억에서 가물가물 잊혀져버렸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당시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었고 서로가 열애에 빠지자 그 남자로부터 결혼 청탁을 받았지만 그녀가 거절하여 결국은 헤어졌으며 졸업한 후에는 수녀가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었고, 나는 그것도 모른 채 내 마음속으로만 그녀에 대해 사랑을 느꼈으니 나 혼자만의 사랑이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 세월이 무심하게 흘러간 지금, 이제야 겨우 네가 날 거절했던 이유를 알게 되다니… 왜 진작 그런 말을 내게 해주지 않았더란 말인가? 난 그것도 모른 채 너를 얼마나 원망하며 지냈는지 몰라. 그래, 그 길이 네가 진정 원했던 길이라면 내 기꺼이 보내드려야 하고말고. 한때나마 서로에게 행복했던 추억을 간직하도록 해준 것만 해도 너무나 감사하게 여길 뿐이야. 정숙이! 정말로 행복하게 잘 살아야해. 나도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해주는 걸 잊지 않겠어.’
그 후 그녀를 전혀 만나보지도 못했고, 내 기억에서 가물가물 잊혀져 버렸는데 15년이 지난 어느 날, 결국 그녀가 수녀로 변해 있슴을 알게 되었다. 나의 아내가 보살피던 어느 고아원이 있었는데, 그 곳에 잠시 기거하고 있던 수녀가 바로 그 여자였다는 것이다.
내 아내가 나의 직업과 직책과 이름 등을 알려주었는데, 그녀가 금방 나를 알아보더라고도 했다.
“제게도 잘 해주셨는데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그런 남자분과 결혼하셨으니 행복하시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불쌍하고 소외된 고아들을 따뜻히 돌봐주세요.”
이 말은 그녀가 내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한 달 가량 그 고아원에 머무르던 수녀가 되어버린 그녀는 그 후 제주도에 있는 어느 수도원으로 떠나갔다고 한다.
나에겐 아무런 말 한 마디도 남기지 않은 체 ……
.......................................
우리 님들 잘 감상하셨나요?
세상사는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라고 하더군요.
그 중엔 저처럼 정말 아쉬운 이별도 있고....
우리 님들, 11월의 첫주가 시작됩니다.
님들께는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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